[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곱씹을 수록 재미도 있지만, 아쉬웁도 짙어진다.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 '헌트'의 이야기다.

10일 개봉되는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제작 아티스트스튜디오)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배우 이정재가 영화의 연출과 주연, 각본,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북한 고위급 관료 망명 과정에서 흘러나온 안기부 내 남파 스파이 동림이 있다는 첩보로 접한 박평호와 김정도는 서로를 의심하며 스파이 색출에 나선다. 영화는 박평호와 김정도의 심리전과 이를 둘러싼 안기부 내 라인 싸움, 북한과의 수싸움 등 다양한 갈등 요소들을 적절히 엮으면서 긴장감을 유발한다.

동림의 실체에 대한 은밀하지만 디테일하게 복선을 심어둬 반전의 효과가 2배로 다가온다. 초중반부 캐릭터들의 서사를 겹겹이 쌓은 탓에 영화가 끝난 뒤 곱씹는 맛이 있다.

이정재 감독의 연출력은 무난한 편이다. 몇몇 장면에서 엉성함이 느껴지지만 크게 불편한 부분은 아니다. 주연과 연출 1인 2역으로 캐릭터들의 양면성을 디테일하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내고, 액션신과 비주얼까지 완성했다는 점에서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한 셈이다.

다만 중후반부 반전 이후 급격히 몰입도가 떨어진다. 반전을 위한 초중반부 빌드업에 시간을 필요 이상으로 들인 탓이다. 또한 박평호와 김정도의 팽팽한 심리전이 신념의 연대로 전환되면서 흥미가 뚝 떨어진다. 두 인물이 연대하기까지 감정선에 대한 서사가 부족해 이로 인해 '아웅산 테러'를 모티브로 한 극의 절정의 순간에 몰입도가 깨진다. 부수고 깨지고 폭발하는 비주얼만이 난무할 뿐이다.

또한 역대급 라인업의 특별출연은 양날의 검이다. 1, 2명 정도는 적절한 재미와 극에 긴장감을 줄 수 있지만, '헌트'에서는 주요 이게 반복되다 보니 그 효과가 반감되는 모양새다.

우려점도 있다.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1980년대를 배경으로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쓴 부분에 대해서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특히 메인 캐릭터인 김정도에게 부여된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서사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헌트'가 넘어야 할 산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