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헤어질 결심', 예쁜 포장지에 싸인 불륜 이야기 [씨네뷰]
2022. 06.29(수) 08:00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세계적인 거장이 빚은 아름다운 미장센이지만, 그 속에 담긴 건 불륜 이야기다. 불륜을 정성스레 싸고 있는 예쁜 포장지가 기괴하고, 또 불쾌한 '헤어질 결심'이다.

29일 개봉된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영화는 산에서 발생한 의문의 변사 사고, 수사에 나선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와 만나면서 시작된다. 남편을 잃었지만, 어딘가 슬퍼 보이지 않고 되려 웃는 서래다. 드라마로 배운 서툰 한국어 실력이 그런 서래의 미스터리함을 증폭시킨다. 또한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학대와 폭행을 당했다는 정황이 발견되면서 서래는 용의 선상에 오른다. 해준은 그런 서래에게 의심과 관심을 느끼면서 수사를 펼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서는 점차 묘한 기류가 흐르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박찬욱 감독의 미장센이다. 그간 아름다우면서도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미장센으로 호평을 받았던 박찬욱 감독의 미장센이 이번 작품에서도 압도적이다. 산과 바다, 서래와 해준의 공간, 안개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박찬욱 감독의 연출에 따라 하나의 미장센으로 완성됐다.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박찬욱 감독만의 미장센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대사의 말맛 또한 인상적이다. '마침내', '붕괴되다' 등의 문어체 대사들이 독특하면서도 오묘한 말맛을 자아낸다. 어색할 법도 하지만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이라는 서래의 설정이 문어체 대사들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게 만든다.

서래의 옷을 입은 탕웨이는 보고만 있어도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탕웨이의 아우라와 미스터리한 서래의 캐릭터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박해일도 서래를 향한 해준의 감정을 다양한 눈빛으로 표현해냈다. 다만 박해일의 경우 연기톤이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몇몇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수사극과 멜로극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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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완성도와 예술성 면에서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완성도와 예술성을 상쇄시키는 요소가 있다. 바로 불륜 서사다. 해준과 서래의 관계가 불륜이라는 점이 이 멜로에 몰입하는데 가장 큰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러닝 타임 내내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점차 절절해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어찌됐든 '기승전 불륜'이다. 불륜이라는 큰 장벽에 막혀 두 사람의 감정에 몰입이 되지 않으니 러닝타임 내내 펼쳐지는 아름다운 미장센도, 찰진 말맛도 다 기괴하게 느껴진다. 다시 말해 예쁜 포장지로 포장한 불륜 이야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과는 달리 폭력과 섹스 장면이 비교적 없는 것도 사실상 불륜 관계인 해준과 서래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기 위한 선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이 "폭력과 섹스 없이도 '어른들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글쎄 불륜의 농도를 줄이고 아름다운 멜로로 포장하려는 의도로 읽히는 건 왜일까.

특히 후반부에서 해준의 아내 정안(이정현)과 직장 동료가 내연 관계처럼 간접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은 마치 해준과 서래의 관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뉘앙스로 읽혀 불쾌감을 자아낸다.

아름다우면 불륜도 괜찮은 걸까. 예술성과 도덕성 사이, 딜레마를 안기는 '헤어질 결심'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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