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이 쏘아올린 공, 뮤지컬계 고질병 드러났다 [이슈&톡]
2022. 06.27(월) 16:00
뮤지컬 배우 옥주현
뮤지컬 배우 옥주현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그룹 핑클 출신 뮤지컬 배우 옥주현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커지고 있다. 인맥 캐스팅 의혹에서 갑질 의혹까지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통해 뮤지컬 계에 만연하던 스타 캐스팅 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가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을 공개했다. 주인공 시씨 역에 옥주현 이지혜가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누리꾼들은 유력한 캐스트로 이름을 올리던 김소현이 명단에서 빠진 사실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날 밤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자신의 SNS에 "아사리판은 옛말, 이제는 옥장판"이라는 짧은 글을 올리며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됐다.

김호영이 쓴 '옥장판'이라는 단어가 옥주현을 저격했다는 의견이 등장하면서, 그가 '엘리자벳'에 인맥으로 캐스팅을 꽂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와 같은 배역을 맡은 이지혜와 옥주현이 절친한 사이이며, 나아가 이지혜가 옥주현이 이사로 있는 소속사에 속해있음과 동시에 감사로 이름을 올리며 두 사람이 특수관계인이 된 사실이 알려진 것. 옥주현은 이후 김호영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의 고소 소식에 사태가 더욱 커졌다. 뮤지컬 선배 남경주 최정원, 음악감독 박칼린이 "뮤지컬의 '정도'를 위해 모든 뮤지컬인이 동참해달라"라는 취지의 호소문을 낸 것. 이들은 동료 사이에 고소 사건이 벌어진 것을 유감스럽다고 표현하며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하며,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해서는 안된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여기에 현역에서 활동 중인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지지의 뜻을 보내며 해당 논란은 업계 전체의 문제로 확산됐다. 이후 옥주현이 물의를 일으킨 것에 사과하고 김호영을 향한 고소를 취하했지만, 옥주현의 갑질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스타에 목숨 거는 '스타 마케팅', 韓 뮤지컬 시장의 고질병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이 비단 옥주현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간 한국 뮤지컬 시장은 2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4000억 원 규모로 발전하며 40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냈다. 인구도 적은 이 대한민국에서 최대한의 흥행 실적을 내기 위해 제작사들은 '스타 캐스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가수, 배우 등이 업계에 뛰어든 시기와 맞물려 뮤지컬 시장은 빠르게 팽창했다.

때문에 메인 캐스트와 언더 배우만 존재하는 브로드웨이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트리플(3명), 쿼드러플(4명) 캐스팅이 보편화됐을 정도로 한 배역에 여러 배우가 기용된다. 대부분의 관객이 작품의 이름값을 보고 극장을 찾는 해외와는 달리, 스타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이들이 다수이기 때문. 메인 캐스트에 따라 유료 관객의 수가 확연히 차이가 나고 작품의 흥망성쇠가 스타의 출연 여부에 달려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타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 A씨는 "구매력이 있는 팬덤을 갖춘 스타를 주연으로 기용하는 것이 흥행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어도 일반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지도를 가진 작품은 한정적이며, 결국은 출연자의 면면이 관객들의 구매를 결정짓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그는 "자연히 제작사 입장에서는 스타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출연료 협상, 스케줄 협의 등에서 그치지 않고 친분에 따라 '이 배우는 싫어'라는 식의 요구가 등장하더라도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에 놓인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 문제가 비단 특정 배우, 특정 제작사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소위 '꽂아 넣기', '끼워 팔기' 식 캐스팅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배우들은 많지 않다. 각자의 인맥, 친분에 따라서 또는 소속사에 따라서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던 일"이라며 "다만 이번 사건은 동료 사이의 신의가 깨지는 등 정도를 넘어선 일들이 벌어졌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옥주현을 비롯해 모든 뮤지컬 구성원이 이번 논란에 대해 반성하고, 건강한 업계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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