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惡)! 구타 유발”…일일극 ‘비밀의집’‧‘황금가면’ 빌런 공식 [연예다트]
2022. 06.25(토)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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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30대 신혼부부 가정의 TV가 점점 없어지는 추세라고 하죠. 이 와중 "그래도 리모콘으로 보는 드라마가 맛이지“를 증명하는 2022년의 브라운관의 마지막 보루는 역시 막장 일일드라마가 아닌가 싶네요. 유구무언 K-막장의 역사 아래 여전히 '스펙타클'한 행보로 화병 유발하는 악역들. 사기, 살인, 조작, 공모, 탈세…A to Z를 짚어봅니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어머니들에게 드라마는 공상의 나래를 허용하는 친구다. 7080년대 주부들은 남편과 아이가 직장, 학교에 간 사이 살림을 도맡았고, 식구가 모두 나간 텅 빈 아침 비로소 한숨을 돌리며 차 한 잔과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창구로 TV를 시청했다. 남편과 아이들의 저녁을 차린 후엔 비로소 일일극을 노려보며 “저 X가 미쳤네”를 시전, 육아와 가사로 범벅 된 하루를 해소했다.

지상파의 독과점 명예는 빛을 바랜 지 오래다. 다양한 채널의 작품들이 TV 프로그램을 위협하는 현재, 어떤 OTT도 스크린도 좀처럼 따라할 수 없는 지상파만의 유일한 무기도 있다. 3분 만에 사람이 죽고 정신 병원에 감금되는 인생사의 풍랑, 울부짖고 절규하는 희노애락, 안타까움과 카타르시스의 동시다발적인 전율. KBS2 일일드라마 ‘황금가면’, KBS1 ‘으라차차 내 인생’, MBC ‘비밀의 집’의 진짜 주인공은 악인(惡人)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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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공식 : 범죄의 근간은 질투

'비밀의 집' 함숙진(이승연) 여사가 표독 어린 성정을 과시하며 주부들의 공식 구타 유발자로 등극했다. 숱한 악인을 봐 왔건만 내리 세대 청춘까지 악독하게 괴롭히며 급기야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없애버”리라고 지시하는 여왕벌, 참 보기 드문 사람이다.

극 중 우지환(서지환)은 어린 시절 함숙진의 계략에 의해 모친을 잃었다. 숙진은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현숙한 성녀 안경선(윤복희)을 살인교사로 제거해 버렸다. 지환은 모친의 사망 진실을 쫓기 위해 희대의 악녀와 혈투를 펼치는 소년 같은 존재다. “제거”라는 대사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 드라마에서 은닉, 공모, 방조, 살인 등의 범죄 행위가 줄을 잇는 것은 당위다.

‘황금가면’ 인물관계도 복잡성 또한 만만치 않다. 유수연(차예련)은 재벌가 며느리로 살기에 출신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시모 차화영(나영희)에게 잔인하게 내쫓겼다. 그런데 차화영의 이토록 인정사정없는 심리는 결국, 아들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언제나 의연하게 자신의 냉대를 이겨내는 유수연을 향한 질투다. 가진 것 없는 계집애가 가족과 하인들마저 차분하게 아우르는 모습이, 힘으로 아랫사람을 찍어 누르곤 했던 자신의 지난날을 못나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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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식 : 모자(母子)는 어긋난다

악인들은 피를 나눈 사이에서도 서로를 의심하는 습관이 있다. ‘비밀의 집’ 함숙진과 아들 남태형(정헌)은 누가 혈연 아니랄까 봐 꼭 남을 짓밟아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 결국 이런 공통의 못된 성정은 모자 간 서로를 불신하는 미묘한 신경전으로 번진다.

한국드라마 속 아들은 엄마에게 좀처럼 협조하지 않는다. 이는 가부장 사회의 잔재를 보여주는 대목일까. 통상 아들은 성인이 되면 아내를 반려자로 맞으며 새로운 둥지를 튼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전통 엄마상은 며느리에게 자신을 투사하며 과거 시집살이의 한을 풀고, 심리 기저에서는 아들을 좀처럼 놓아주지 못하는 분리 과정을 겪는다. 모자 관계의 공모가 쉽사리 실패하는 것은 K-일일극의 전매특허인 셈이다.

‘으라차차 내 인생’의 남 부러울 일 없는 사모님 최미경(박해미)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남들은 든든한 아들을 둘이나 뒀다고 부러워하지만 사실 둘째 양차열(강병열)은 남편이 입양한 그의 친조카다. 내 아들 강성욱(이시강)이 돋보여야겠건만, 하나 뿐인 친자는 어느 새 가진 것 없는 백승주(차민지)에게 푹 빠져 버렸다. 드라마는 비밀스러운 악행을 공유한 이 모자의 심리적 작별을 빈번히 예고한다. 여자가 생기면 엄마를 배반하는 아들의 징크스는, 어쩐지 그리스 신화 톤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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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공식 : 공모자 약점 잡기

악인들은 단독으로 움직이는 법이 없다. 천생 사람을 제멋대로 조종하려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비밀의 집’ 함숙진 여사는 딸 남태희(강별)의 출생 비밀조차 약점으로 이용하며 태희의 친부로 밝혀진 양 집사(조유신)의 목줄을 쥐고 흔든다. 그렇다면 양 집사는 어떨까. 친딸 태희의 행복을 위해 집사인 자신의 삶을 희생하기로 한다. 그런 양 집사에게 숙진은 끊어낼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다. 숙진의 얄팍한 탐욕과 증오를 알면서도, 양 집사는 하릴없이 손에 피를 묻혀가며 숙진의 온갖 범죄를 대리한다.

자신을 위해 평생을 바쳐 온 고마운 수족을 기꺼이 악행의 대리자로 포섭하는 여자. ‘비밀의 집’은 함숙진이라는 악녀를 갈등의 핵심이자 촉매제로 활용한다. 살면서 한 번 쯤 누군가에게 증오를 느껴봤다면, 주부 시청자들이 함숙진에게 격분하며 동시에 쾌감을 느끼는 일도 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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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공식 : 캔디와 악녀는 회사에서 경쟁한다

K-드라마에는 대기업 혹은 재벌가가 자주 등장한다. 악인과 선인의 경쟁 발판을 위함이다. 현대에는 고대 사회 같은 보복 살인이 좀처럼 불가능하다. 범죄를 저지르는 즉시 수사망 포위가 좁혀지면서 단 몇 시간 만에 구속되지 않나.

때문에 2022년의 도시 배경 드라마에서는 복수 방법론이 금융‧법조 업계로 응집된다. 주인공은 악인이 불공정하게 차지했던 권력이나 재력을 자신의 것으로 다시금 탈환해야 한다. 하필 가련한 서민 주인공은 대기업 분식회계 비리를 알아내고 종국엔 거대악을 한 방에 무너뜨린다.

현재 재벌가 사모님 차화영은 유수연이 미처 넘을 수 없는 큰 산이다. 때문에 유수연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등장한다. 시모 차화영과 담합해 수연을 내쫓고 수연의 전 남편인 재벌후계자 와이프 자리를 차지한 서유라(연민지)다. 그는 현재로선 수연보다 많은 것을 가졌지만 이 또한 허울 뿐, 초연한 유수연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지 않으면 좀처럼 수연을 이길 수 없어 노심초사한다. 어쨌든 일일극 제작진은 유치하고 교활한 악녀를 반드시 주인공의 상석에 배치한다. 클리셰지만 별 수 있나. 그래야 몇 달 간의 인고를 거친, 사필귀정 엔딩이 더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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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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