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은 여전하다 [TV공감]
2022. 05.24(화) 07:30
tvN 우리들의 블루스
tvN 우리들의 블루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노희경 작가의 펜이 다시 한번 힘을 발휘했다. 삶을 향한 그만의 따뜻한 시선이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노희경 작가가 4년 만에 발표한 신작,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순항 중이다. 제주 푸릉 마을을 배경으로 삶의 끝자락, 절정 또는 시작에 서있는 모든 사람들의 인생을 응원하는 내용으로, 매회 화제 몰이를 하며 최고 시청률 11.2%를 기록하는 등 흥행 중이다.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늘 주위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노 작가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흥행 면에서 득이 될 것이 없는 옴니버스 형식을 택해, 여러 캐릭터의 이야기가 각자 교차되는 형태의 이야기로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려 했다.

드라마에는 딸의 유학 자금을 얻기 위해 학창 시절 자신을 첫사랑으로 여기던 동창에게 손을 벌리려는 기러기 아빠, 젊은 날의 다툼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두 중년 남자,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인 두 아빠 사이에서 혼전 임신을 하게 된 고등학생 커플, 우울증으로 인해 이혼 소송 후 양육권을 잃고 좌절하는 엄마, 장애가 있는 언니를 위해 평생 삶을 헌신해 온 동생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제주 마을 위에 색채를 덧입혔다. 노 작가는 이들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쌓아 올리며 어디든 존재할 법한 가슴 찡한 인생사들을 그려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tvN 우리들의 블루스

물론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순간, 논쟁의 씨앗이 될 장면들도 있었다. 일례로 10대 청소년의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을 뻔한 위기를 넘기는 과정이 그랬다. 산부인과를 찾은 소녀 영주(노윤서)에게 "학생들이 이렇다니까"라고 말하며 죄인 취급을 하는 의사의 폭력적인 언사, 낙태를 하겠다며 병원을 찾아온 청소년들에게 굳이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며 생명의 존엄성을 강제로 일깨우는 듯한 연출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이 청소년 임신이라는 소재를 아버지 세대의 화해 매개체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제주 출신이 아닌 해녀 영옥(한지민)은 자신의 개인사를 모두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자관계가 복잡한, 소위 '헤픈' 여자, 혹은 아이를 떨어뜨려 놓고 온 미혼모라는 소문에 휩싸이며 무리에서 배척받는다. 선아(신민아)는 과거 중학생 시절, 아버지를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 친한 동네 오빠에게 "자신을 망가뜨려 달라"라고 이야기하며,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미성년자 성관계를 소재로 삼아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 작가는 뚝심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밀어붙였다. 이병헌 차승원 한지민 신민아 김우빈 이정은 엄정화 등 수많은 스타들을 기용하고도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공정하게 배분하며 풀어내고, 이들 사이의 케미를 자아냈다. 결국은 시청자들이 사람 냄새나는 푸릉 마을 인물들의 일상을 궁금해하게 만들었다. 각 에피소드가 끝날 즈음에는 모든 캐릭터에 각자의 서사를 부여하며 시청자들의 이해와 지지를 이끌어냈고, 나아가 사회에 새로운 담론을 던지기까지 했다.

13, 14화에 전파를 탄 '영옥과 정준 그리고 영희' 에피소드도 그렇다. 그간 수많은 추문에 휩싸였던 영옥의 비밀이 사실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언니 영희(정은혜)였으며, 정준(김우빈)은 그런 영옥의 불안을 알고도 그를 끝까지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며 가슴 따뜻한 로맨스를 펼쳐냈다. 무엇보다도 장애를 가진 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노 작가의 시선은 '노희경 표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인 휴머니즘을 가득 내포하고, 시청자들에게 또 한 번 생각할 거리를 안겼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어도, 노 작가의 필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황서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우리들의 블루스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