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뭉친 ‘브로커’가 베일을 벗었다.

10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제작 영화사 집) 제작보고회에서는 배우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화상 연결을 통해 함께 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을 비롯, 매 작품 사회에서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한 인물들의 삶을 날카로우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 전 세계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안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아기를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려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 역 송강호부터 상현의 파트너 동수 역 강동원, 브로커의 여정을 집요하게 뒤쫓는 형사 수진 역 배두나,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이유도 돌아온 이유도 알 수 없는 엄마 소영 역 이지은, 수진과 함께 브로커를 쫓는 후배 이형사 역 이주영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보여줄 새로운 얼굴과 시너지는 궁금증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날 ‘브로커’에 대해 “베이비 박스는 일본에도 존재한다. 한국에도 마찬가지로 그런 시설이 있다는 걸 알고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이를 둘러싸고 선의와 악의가 섞이면서 여러 사람들의 여정을 그렸다”고 말했다.

이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의 시작에 대해 “송강호, 강동원과 여러 영화제 등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왔다. 배두나와는 함께 작업을 했었다. 예전부터 언젠가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6년 전에 어떤 플롯을 떠올리게 됐는데, 이 플롯이면 한국에 있는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 떠올랐던 신이 있는데 ‘신부 차림의 송강호 배우님이 아기를 안고 있고 언뜻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이라는 신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처음에는 어떤 여정을 통해서 유사 가족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가족을 만들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여전히 가족을 만드는 걸 갈구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함께 차를 타면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있지만, 영화를 끝내고 생각하니까 한 생명을 둘러싼 이야기이지 않나 싶다. 생명을 어떻게 지켜 나가는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정확한 연도는 기억이 안 난다. 부산영화제에서 만났을 때 이야기를 했는데 제목이 ‘브로커’는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작품 세계를 좋아해 왔다. 그래서 그런 제의 자체가 너무 영광스러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쭉 보다 보면 어떤 선입견일수도 있는데 차가운 이야기 속에 마지막에 휴머니즘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해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현실을 향한 냉철한 시선이 처음부터 많은 감흥과 감동을 받았다. 새로운 도전이자 설레는 작업이었다”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송강호는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다. 치밀하고 계산된 완벽한 디렉션을 줄 거라 생각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정말 자유롭고 편하고 무궁무진하게 배우의 감성들을 존중해주고 끄집어내 주는 작업들이 처음엔 약간 놀라웠다. 거장 감독님들의 공통점이 다른 게 없구나 싶었다. 배우들의 다 맡긴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안에 완벽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도 다른 거장 감독님과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강동원은 “저도 6~7년 전에 감독님과 처음 만나서 이야기했다. 계속 대화하면서 영화 작업 과정을 지켜봤고, 작년에 촬영을 하게 됐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배두나에 대해서는 “‘공기인형’ 할 때도 느낀 거지만, 그때 이상으로 연기가 더욱 갈고닦아진 느낌이었다. 빈틈도 없고 버릴 게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대사의 미묘한 타이밍을 통해서 다양한 감정을 소화했다. 그래서 저력이 대단한 배우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라고 극찬했다.

감독은 이지은과 이주영은 각각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이태원 클라쓰’를 보고 캐스팅을 결심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지은은 “시나리오를 받고 읽기 전에 배두나 선배님에게 연락을 드렸다. 선배님께 말씀드리니 ‘그 역할이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선배님께서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시니까 확신을 가지고 대본을 읽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극 중 상현을 선과 악의 구분이 묘한 인물로 그리고 싶어 송강호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감독은 “송강호의 연기는 모든 작품에서 훌륭했다. 송강호가 만들어내는 인물상은 선과 악이 다 들어있고, 신마다 선과 악이 미묘하게 교차한다. 색이 단색이 아니라 다채로운 색을 띠고 있다. 항상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하며 작품을 봐왔다. 이번 작품에서 선인인지 악인인지 헷갈리는 인물상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 송강호를 선택했다”고 했다.

강동원은 보육원 출신인 동수를 연기하기 위해 직접 보육원을 찾기도 했다고. 강동원은 “보육원 출신 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 마음을 담으려고 했다. 그분들과 대화하면서 느꼈던 느낌들과 그분들의 아픔을 담아내고자 하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지은은 소영을 연기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부터 큰 변화를 꾀했다. 이와 관련해 이지은은 “엄마 역할이라서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여러 준비를 했는데, 극 중 소영이가 준비되지 엄마라서 아이를 안을 기회가 많이 없었다”면서 “평소에 시도하지 않던 스모키 메이크업과 탈색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 있었지만 몰입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첫 상업 장편 영화에 도전하는 이지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송강호는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진심과 진심을 전달하는 정확한 표현들, 감정의 전달 방식들이 너무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라고 이지은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주영은 “작품 속 형사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이 있을 텐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작품 속 인물들에게는 발견되지 않은 인간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형사가 상현 일행을 쫓을 때도 수사 목적이 아니라 소영이 왜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지 궁금해하고 이해하고 싶어 하는 면모가 시나리오에 잘 써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 면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영은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차 안에 있는 신이 많았는데 분위기를 두나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셨다. 유쾌한 분위기가 살 수 있도록 두나 선배님과 함께 이야기하며 만들어나갔다. 두나 선배님이랑은 많이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다”라고 배두나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작품은 17일 개막하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이로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을 포함해 통산 8번째 칸 국제영화제 진출의 쾌거를 기록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브로커’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4년 만에 칸에 초청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제작진,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란 점에서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새로운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송강호도 ‘괴물’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기생충’ ‘비상선언’에 이어 ‘브로커’로 7번째 칸 국제영화제 초청의 영예를 안게 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 초청에 대해 “긴장되는 곳이면서 큰 기쁨이기도 하다. 최고의 월드 프리미어 장소가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영광스럽게도 훌륭한 감독님들,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까 이런 영광을 누리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강동원은 '반도'로 지난 73회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됐지만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제 개최가 무산되면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2년 만에 '브로커'로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된 강동원은 "2년 전에 발표만 하고 끝나서 좀 아쉬웠는데, 이번에 갈 수 있게 돼서 좋다. 팬데믹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뵐 수 있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이지은은 "경쟁부문으로 초청이 돼서 정말 영광이다"라면서 "살면서 이런 날이 또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서 열심히 눈에 담아서 배워오고 즐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주영은 "생각들만 하다가 이렇게 참석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선배님들과 지은 씨와 감독님과 같이 가서 프랑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된다"라고 했다.

송강호는 칸 영화제 수상 여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영화제는 축제이자 즐거운 과정인 것이지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무도 안하리라 생각한다. 상을 받기 위해서 연기하고 연출하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아마 없지 않나 싶다. 다만 좋은 곳에서 인정을 받으면 고마운 일이지 그게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지 제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서 인정받고 경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생명을 둘러썬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여정을 담은 '브로커'는 6월 8일 개봉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