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매 작품마다 '인생캐'를 갱신하며 드라마 팬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데 큰 비결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연기를 즐기는 것, 그것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박민영만의 비결이었다.

최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극본 선영·연출 차영훈, 이하 '기상청 사람들')은 열대야보다 뜨겁고 국지성 호우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드라마. 극 중 박민영은 기상청 총괄 2과 총괄 예보관 진하경 역을 연기했다.

'기상청 사람들'을 향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박민영 특유의 깔끔한 딕션과 현실감 있는 표정 연기, 그리고 송강과의 짜릿한 로맨스 케미가 방송 내내 화제를 모으며 부진을 겪던 JTBC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작품으로 남게 됐다.

드라마의 흥행으로 "어깨가 감사하게도 많이 무거워졌다. 승모근이 내려앉는 좋은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박민영은 "짊어져야 하는 짐이 많다는 건 늘 좋은 뜻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진다는 뜻인데 내겐 이 감정이 다음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벌써부터 차기작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치열하게 싸우면서 열심히 해보자'고 말해놓은 상태다. 여전히 풀지 못한 연기 열정을 풀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고, 내 몸을 불사르고 싶다. 이게 없으면 사는 데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이게 있기에 행복감과 즐거움이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기상청 사람들'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이와 비슷했다. 대본이 너무 재밌고 흥미로웠으며,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기상청을 소재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다만 예상보다 더 복잡한 소재 때문에 출연을 후회한 적도 있었단다.

박민영은 "'기상청 사람들'을 통해 기상청을 간접 경험하게 됐는데, 실제로 근무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기상청이라는 소재도 처음이었는데 심지어 100% 사전제작 형태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번 작품은 유독 힘들었다. 고민도 많았고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다. 매일 과제를 푸는 듯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론 가장 어려웠던 숙제 중 하나였다. 다만 어려운 문제일수록 답을 냈을 때 쾌감이 크지 않냐. 그런 면에서 '기상청 사람들'은 내게 좋은 경험이었을 거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박민영이 한 고민 중 가장 컸던 건 어떻게 진하경을 연기하냐였다. "특히 기상청이라는 부분에 대해 이해하기까지가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내가 이곳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됐다"는 그는 "아무래도 실제 기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니 가감 없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캐릭터에 있어서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최연소 과장이라는 점에서 주변의 시기와 질투가 많았을 거라 해석했다. 태어나길 냉정하게 태어났을 수도 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이런 성격을 지니게 됐다고 봤다. 최대한 감정적인 기복을 없애고 매트하게 캐릭터를 그려내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들의 호평을 자아낸 발음 연기에 대해선 "기상청에서 일하는 실제 직원분들의 말투를 따라 하려 노력했다"면서 "기상청에 대한 자료가 너무 희귀해서 참고할 수 있는 건 다큐멘터리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걸 계속 반복하며 봤다. 직접 견학을 가기도 했다. 잠깐 들어본 결과 그분들은 어려운 단어들을 내뱉지만 평상시에 쓰는 용어처럼 쓰시더라. 그런 자연스러움을 탑재하기 위해 최대한 힘을 빼려 했다. 공격할 땐 확실히 공격하고 수비할 땐 확실히 수비하는, 그런 콘셉트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뒀다. 하경이는 기상청의 배경색 같은 인물로 그려져야 했기 때문에 그간 해왔던 연기 중에서 가장 힘을 빼고, 딕션도 흘리면서 연기했다. 그렇게 힘을 빼니 주변에서도 칭찬을 많이 해주더라"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이런 오랜 고민과 노력에도 박민영을 이해시키지 못한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결혼을 앞두고 채유진(유라)과 바람이 나 오랜 연인 하경과 파혼하게 되는 한기준(윤박)이라는 존재. 박민영은 "함께 연기하는 내내 한기준에게 열이 받았다. 화가 나고 꼴 보기도 싫었다. 그런데도 기준이는 자꾸 하경이한테 와 웃으면서 뭐 좀 써달라, 같이 밥 먹자고 하지 않았냐. 그게 이해가 안 되면서 열이 받더라. 나도 하경이처럼 쿨하게 할리우드 스타일이면 좋겠지만 난 뼛속까지 한국인이었다. 만약 그렇게 나쁜 짓을 한 남자가 내 눈앞에 있다면 눈도 마주치기 싫을 것 같다. 심지어 바람피우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냐. 하경이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중엔 기준이가 아이 심장 소리를 들려주는데 난 그 손도 싫었다. 난 하경이와 같은 아량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윤박이었기에 참고 연기할 수 있었다"며 "한기준은 윤박이 아니었으면 안 됐다. 그 만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였고, 그여서 덜 미웠다. 이해가 되는 캐릭터로 완성됐다"며 "정말 좋은 배우더라. 같이 연기할 때 너무 재밌고 티키타카가 잘 됐다. 앞으로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노력 끝에 박민영은 '그녀의 사생활'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에 이어 다시 한번 오피스물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는 데 성공했다. 다시 한번 작품을 성공시키며 오피스물 불패기록을 이어가기도. 다만 일각에서는 잦은 그의 오피스물 도전에 비판을 내뱉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자주 한다는 생각은 없고 그저 내 나이에 맞게 가고 있다 생각한다. 어렸을 땐 학원물도 많이 했고, 중간 정도엔 사극이나 청춘물도 많이 하지 않았냐. 성장해 가는 모습을 주로 보여드렸는데, 지금은 내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다 보니 오피스물을 많이 하게 되더라. 10년 뒤 즈음엔 또 모르겠다. 내가 '내조의 여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 아니냐. 내 나이에 맞게 가는 게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민영은 유독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의 유일한 스크린 출연작은 2011년 개봉한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이 마지막이다. 그는 "출연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 열려 있다. 대신 그때마다 조금 더 끌리는 캐릭터가 드라마에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를 선택했었다. 개인적으론 외국에 대한 꿈도 있고, 장르는 더더욱 가리지 않는다. 음식으로 따지면 잡식이다. 내가 좋아하고 욕심이 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확신이 드는 캐릭터를 만나면 국적 플랫폼 따질 것 없이 뭐든 한다. 아직은 그런 젊음이 있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쉬운 길은 재미없으니 항상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는 각오까지 덧붙인 박민영은 "만약 작품이 재밌다면 두려움은 없다. 여전히 연기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고 더 하고 싶다. 물론 좋은 것만 할 순 없을 테지만 그 순간을 위해 노력할 부분이 존재한다면 그건 온전히 내 몫이기 때문에, 노력한 만큼 더 완벽한 열매가 탄생하기 때문에 충분히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나아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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