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이민호, 틀을 깨다 [인터뷰]
2022. 03.24(목) 07:30
애플TV+ 파친코, 배우 이민호
애플TV+ 파친코, 배우 이민호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파친코'는 배우 이민호에게 도전의 연속이었다.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끝없는 오디션에 임해야 했고, 처음으로 글로벌 OTT에 도전했으며, 제주도 사투리를 익혀 연기를 펼쳐야 했다. 이민호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틀을 깨고, 그간의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25일 공개를 앞둔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 한수 역을 맡았다. 그는 작품이 공개되기 전 취재진과의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임한 소회를 전했다.

'파친코'는 재미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1910년대 일제강점기를 시작으로 1980년대까지,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며 시대적 비극에 휩쓸린 자이니치 집안의 대서사시를 담아낸 작품이다. 또한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해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또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아픈 역사를 그린다. 한·미·일 합작 프로젝트로 진행돼 애플TV+가 제작에 나섰다.

이민호는 극 중 혈혈단신으로 한국을 떠나 자수성가한 사업가이자 청년 시절 선자(김민하)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한수 역을 맡았다. 혼란한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정하게 행동하는 인물이지만, 그 역시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떠안았기에 마냥 악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이민호는 "대본을 보고 '파친코'와 한수라는 캐릭터를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서사가 방대한 작품이라서 굉장히 마음이 이끌렸고, 그 격동의 시대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하는 한수의 모습에 많은 공감을 하며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 애정이 생겼다"라며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최고의 한류스타로 손꼽히는 이민호지만, 그는 이번 작품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오디션을 치렀다. 수 차례의 오디션과 제작진과의 인터뷰, 주요 배역의 유력 후보들과 함께 한 일명 '케미스트리 오디션'까지 모든 과정을 똑같이 치르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13년 만의 첫 오디션이었지만, 오히려 흥행이나 시청률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로운 마음으로 연기에 임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단다.

이민호는 "충분히 긴 오디션을 치를 가치가 있었다"라며 그간의 여정을 되짚었다. 그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고려하면서 작품을 고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늘 멋있거나 판타지 적인 인물들을 연기했던 것 같다"라며 "'파친코'라면 정제돼 있던 기존의 '이민호'를 부수고, 야생으로 돌아가서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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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파친코, 배우 이민호

극 중 한수는 일본에서 성공한 사업가의 신분으로 조선 땅 부산으로 돌아와 선자와 인연을 맺게 된다. 조선의 동포들에게 그는 두려운 존재이면서도 합리적인 인물로 비치는 양면적인 캐릭터다. 한수의 이중적인 면모는 이후 펼쳐지는 선자와의 불륜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민호는 한수에 대해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는 인물로 해석했다"라고 설명했다. "악역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 또한 기존 작품들과는 완전히 반대였던 것 같다"라며 "특히 한수의 내면이 '선'에서 '악'으로 바뀌는 지점을 집중해 연기하려 했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며 연기했지만 촬영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 늘 홀가분하지 않았고, 내가 이 장면에서 맞는 연기를 한 것인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의심을 했다. 그만큼 진정성 있게 이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고, 치열하게 작품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후반에서는 과거 한수가 일본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그려지며 캐릭터의 입체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나아가 관동대지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과거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아픔과 고난이 직접적으로 담긴다. 이민호는 제주 방언과 일본어, 영어 대사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수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는 "관동대지진에 대해서는 학교 다니며 배운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기록조차 되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 특히 그 안에서 조선인이었다는 이유로 일련의 사건을 겪었던 희생자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어둡지만 아픈 한국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에 배우로 참여하게 된 것이 영광이며,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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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파친코

'파친코'는 공개 전부터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기대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OTT인 애플TV+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전 세계에 일제강점기 전후 우리 민족의 아픔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민호는 예비 시청자들에게 "한국의 역사에 대해 꼭 알아 달라는 건 아니다. 그저 윗세대의 희생과 노력 덕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같이 생각하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하는 작품'이라는 리뷰를 봤어요. '파친코'와 딱 맞는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거든요.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보시는 분들이 잠깐 호흡을 멈추게 하는 드라마가 됐으면 해요. 제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처럼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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