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액션부터 로맨스까지, 윤찬영에겐 모든 게 처음이고 새로운 것 투성이었다. 적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얻은 게 더 많다는 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극본 천성일·연출 이재규)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주동근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009년 연재 당시 매주 1위를 차지할 만큼 큰 인기를 끈 작품인 만큼 '지금 우리 학교는'의 캐스팅 경쟁률은 남달랐단다. 배우 모두가 이재규 감독과 거듭 미팅을 진행했을 정도. 주인공 이청산 역의 윤찬영 역시 특별한 캐스팅 과정을 겪었다고.

당시를 "정말 영화 같았다"라고 회상한 윤찬영은 "한창 입시를 준비할 때였는데, 한 달간 쉬지 않고 연기 연습만 했음에도 수시 결과가 좋지 않았다. 때문에 스스로 부족함도 많이 느꼈고 상심이 컸다. 자책도 많이 했다. 그렇게 2주간 누워만 있는데 이렇게 하다간 아무것도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내가 최선을 다한 게 아닌가 보다'라는 마음에 밥 먹고 연기 연습하고를 매일 같이 반복했다. 그러다 '지금 우리 학교는' 오디션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뭔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그동안의 내 노력을 증명할 수 있는 자리라 생각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마침내 이재규 감독님을 만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찬영은 "감독님 앞에서 30분간 연기를 했는데 '잘 했다'라고 칭찬하면서도 '다음에 다시 보자'라는 뉘앙스로 말씀하셨다. 그래서 이번에도 안 됐구나 싶었는데 며칠 뒤 합격 소식이 들려오더라. 정말 기쁘고 보람찼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가운데 한양대에도 정시로 합격하며 뜻깊은 스무 살을 보내게 됐다"라고 들려줬다.


힘든 캐스팅 과정을 겪은 만큼 윤찬영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이청산 역에 매달렸다. 이젠 이재규 감독을 넘어 시청자 모두를 설득할 만한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 윤찬영은 먼저 이청산이 어떤 인물인가를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는 "청산이는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한, 올곧은 학생이다. 그런 신념과 마음가짐이 있기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빠른 판단을 할 수 있었고, 늘 옳은 길이 무엇인가를 찾으려 고민했던 것 같다"고 설명하며 "이 와중에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온조(박지후)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었다. 아무리 어렵고 정신없는 상태에도 온조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잊지 않으려 했다. 자신의 목숨보다 온조를 더 지키려고 하고, 자신보다 온조를 더 챙기려고 하는 모습들을 항상 잃지 않고 가져가려 했다"라고 밝혔다.

온조를 향한 감정은 윤찬영이 이청산을 연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짝사랑한 경험이 없었던 탓이다. 이런 부족한 부분을 대리 경험을 통해 채우려 했단다.

"영화로 사랑을 배웠다"는 윤찬영은 "고교 시절 학교와 집을 오가며 연기 연습만 했기 때문에 연애 경험이 없다. 주변 친구들조차 연기에 대한 애정이 엄청났기 때문에 정말 드라마에서만 나올 법한 고교 생활을 지낸 것 같다"며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영화 '라라랜드'를 보며 '이런 사랑을 언젠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영화다. 심지어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꿈꾸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일단 작품이 너무 아름다웠고,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름에도 작품 속 사랑 이야기가 너무 애잔하고 슬프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상형은 없지만 '라라랜드' 이후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찬영은 "짝사랑도 열렬히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촬영을 하는 중에는 온조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대본 뒤나 휴대전화 뒤에 늘 온조 스티커 사진을 붙여놓고 다녔다. 항상 온조를 마음속에 품고 있으려 노력했다"고 풋풋한 답변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반대로 윤찬영은 촬영 간 예상외로 수월하게 진행됐던 부분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한 탓에 액션이 처음임에도 어렵지 않았다고. 윤찬영은 "평소 축구 보는 것과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중학교 땐 친구들과 팀을 이뤄 대회에 나가기도 했을 정도로 축구에 진심이다. 경기도 꼬박꼬박 챙겨 본다. 특히 특히 손흥민 선수를 좋아한다"면서 "이번 액션을 할 때 축구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았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특히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는 장면에서 되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액션 신 때 주로 달리는 장면이 많았는데 수비수들을 한 명 한 명 제쳐나가듯 좀비를 피해 목적지로 골인하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연기적으로도 그런 폭발력에 집중하려 했고, 이 부분은 손흥민 선수의 움직임으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았다.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접목하려고 하니 신기하고 재밌었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경험이 없는 액션과 로맨스를 동시에 소화하는 건 쉽지 않았을 터.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현장이었고, 특히나 주변 동료들의 따뜻함 덕분에 어려움을 잘 넘길 수 있었다는 그다.

윤찬영은 "액션과 로맨스를 준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이번에 많이 느꼈다. 감정 신을 준비할 땐 내면에 집중하려 노력했고, 액션 연기를 할 땐 외적인 큰 동작들에 신경을 쓰며 준비했다. 하지만 호흡이 길다 보니 쉽진 않더라. 게다가 생과 사를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 긴 호흡으로 집중하다 보니 텐션을 유지하고 있는 게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이 됐으나, 고생한 만큼 너무 재밌게 촬영했다. 특히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모니터링을 할 때면 '이건 어떨까?'라는 상상력 넘치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서로의 생각들을 버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반영해 최종적으로 좋은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덕분에 그날의 힘듦은 그날에 다 잊혀졌다"라고 고마움을 주변에 돌렸다.


과정이 즐거웠던 '지금 우리 학교는'이 낸 결과도 좋았다.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TV 쇼 전 세계 부문 1위를 차지하더니 15일 연속 정상 자리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 이와 관련 윤찬영은 "실감이 안 난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좋아해 주신 것 같아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매일매일이 새롭다. 촬영하며 느꼈던 좋았던 기억들과 추억들이 떠올라 새롭기도 하다"라는 소감을 전하며 "사실 좀비가 이 세상에 실제로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지 않냐. 그럼에도 모두가 한 번쯤은 좀비에 대해 상상해 본 적이 있기에 이런 좀비물이 계속해 사랑받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와중에 저희 작품은 '학교에서 좀비가 나타난다면 이들은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건네기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거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작품의 의미도 남달랐다. 윤찬영은 '지금 우리 학교는'이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냐는 물음에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많이 성장할 수 있던 작품이었다. 그저 감사하다. 많은 경험들을 통해 많이 배웠고, 정말 잘 해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다신 없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 벅차다"고 답하며 "그렇기에 시즌2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기에 시즌2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개인적으론 청산이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못다 한 이야기도 많기 때문에 시즌2에서 말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고 소망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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