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SF 장르계 전설같던 작품이 18년 만에 돌아왔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개봉한지 3주 밖에 안됐지만 단 100여 명의 관객만 찾는 졸작으로 전락한 '매트릭스: 리저렉션'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감독 라나 워쇼스키·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은 다시 한번 선택의 길에 선 네오/토마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여 년 전 '매트릭스' 시리즈는 전설과도 같았다. 전 세계가 들썩거렸을 정도다. 각종 TV쇼에선 패러디가 난무했고 심지어 광고에서도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불렛타임'을 곧잘 활용했다. 엄청난 인기 덕에 주인공 네오 역의 키아누 리브스가 벌어들인 수익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키아누 리브스는 1999년 당시 '매트릭스' 1편으로만 러닝개런티를 포함해 4500만 달러(한화 약 537억 원)를 받았고, 차기작인 '매트릭스 2 - 리로디드'를 통해선 1억2600만 달러를 벌며 영화 한 편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배우 1위 자리를 꿰찼다. 평론가들 사이에서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받은 3편 조차 큰 성공을 거두며 키아누 리브스는 트릴로지를 통해 총 2억62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런 전설 같은 작품이 18년 만에 돌아온다니 영화 팬들의 기대감이 치솟는 건 당연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그랬던 것처럼 각종 오마주와 여전한 '매트릭스'만의 매력이 이전작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진 않을까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젊은 관객들은 커녕 기존 '매트릭스' 팬들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매트릭스' 팬들의 외면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다. 시리즈의 매력은 독창적인 세계관과 상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CG, 그리고 톡톡 튀는 캐릭터와 화려한 액션 등에 있었다. '매트릭스' 특유의 초록빛 색감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4편인 '매트릭스: 리저렉션'의 경우 이 모든 게 결여돼 있다. 1편부터 3편까지 쌓아놓은 세계관은 처참히 무너지고 CG 역시 18년 전 것과 다를 게 없을 정도로 과거에 머물러 있다.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와 버그(제시카 헨윅) 등 여성 캐릭터를 위주로 서사를 이끌려다 네오의 캐릭터도 무너졌다. 심지어 초록빛 색감도 사라지다 보니 '매트릭스'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더군다나 '매트릭스' 세계관 자체의 진입장벽도 높다 보니 새로운 관객의 시선도 빼앗지 못했다. 다양한 오마주와 과거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회상 신 등이 등장하지만 1편부터 3편까지 섭렵하지 않았다면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 앞선 작품들을 보지 않았다면 감동은 적겠지만 스토리 자체를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었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는 다른 행보다.

기존 팬들과 신규 관객들을 배려하지 않은 작품이 외면받는 건 당연하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10일 하루 동안 단 196명의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박스오피스 톱10에서 밀려났다. 총관객 수는 20만8000명이다. 북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당초 업계는 개봉 첫 5일 동안 적게는 4000만 달러에서 많게는 7000만 달러를 벌어들일것으로 예측했지만, 총 3400만 달러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성적은 1억2400만 달러다. 이대로라면 제작비(1억9000만 달러) 회수도 어려워보인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