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청원이 게재되고 업체들이 줄줄이 협찬을 철회하는 등, 어디가 기시감이 드는 사태가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이미 조기 종영을 제외하곤 '조선구마사'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설강화'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설강화 : snowdrop'(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 이하 '설강화')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거세지고 있다.

'설강화'의 역사 왜곡은 지난 3월 불거졌다. 운동권에 연루되는 남자 주인공이 알고 보니 남파간첩이라는 설정이 담긴 시놉시스가 유출됐기 때문. 누리꾼들은 "'조선구마사'에 이어 '설강화' 역시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제작 중지를 요구하는 청원을 게재했지만, JTBC 측은 "미완성 시놉시스의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며 벌어진 일이다.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 제작발표회에서도 조현탁 감독은 "책임감과 사명을 갖고 작품을 만들었다. 방송을 직접 보고 판단해달라"라고 확신을 갖고 말했다. 하지만 1회가 공개된 뒤의 반응은 더 참혹했다. 해명과 달리 유출된 시놉시스 그대로 스토리가 전개된 것. '설강화'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등장인물 소개에서도 정해인이 연기한 임수호는 여전히 '본명 림태산, 남파공작원'이라고 소개돼 있다.

연출 면에서도 논란될 소지는 다분했다.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등의 노랫말로 독재 정권을 비판하고 민주화 운동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기린 안치환의 '솔아 솔아 푸른 솔아'를 '간첩' 임수호(정해인)가 안기부에게 쫓기는 신에서 사용하거나, 사감 피승희(윤세아)의 지적에 찍 소리 못하는 안기부 팀장 이강무(장승조)의 모습 등이 담겼기 때문. 심지어 2회에서는 운동권 학생들이 간첩을 적극적으로 돕는, 시청자들이 가장 우려한 장면이 담기며 탄식을 자아냈다.


역사 왜곡은 더 이상 의심이 아닌 확신이 됐다. 시청자들이 우려한 간첩 및 안기부 미화도 여지없이 드라마 안에 담겼다. 더욱이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디즈니+로 VOD가 독점 공개되고 있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역사가 잘못 소개되진 않을지 우려를 높이고 있는 상황. 이에 누리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설강화'의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청원을 게재했다.

20일 오전 기준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에 서명을 한 누리꾼은 25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조선구마사' 때보다 빠른 속도다. 협찬사도 하나둘씩 '설강화'를 '손절'하며 발을 빼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한 가구 업체는 "이슈를 뒤늦게 접하고 협찬 관련 사항을 삭제 요청했다. 사전제작 드라마라 100% 제품 철회는 불가하지만 최소한의 노출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고, 19일엔 한 유기농 식품업체가 "드라마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역사 왜곡이 될 수도 있는 드라마 제작에 제품을 협찬한 점 정말 죄송하다"라며 협찬을 철회했음을 알렸다.

청원이 게재되고 업체들이 지원을 취소하는 것까지, '조선구마사' 때와 비슷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JTBC는 어떤 선택을 내놓을지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설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