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된 2021년도 가요계는 분주하게 흘러갔다. 오프라인 활동 제약에 자구책을 찾아가며 나름의 성적들을 냈다.

도산 위기 속 ‘버티기’에 돌입한 중소 기획사들도 있었지만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전략은 대체로 통했다. 줄어든 오프라인 활동 대신 온라인을 통한 국내외 K팝 팬들과의 소통에 집중하며 매출을 올렸고, 수치상으로 나타난 결과는 일단 ‘맑음’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요 엔터사 대표격인 빅4,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하이브의 2021년을 돌아봤다. 또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와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 등 주요 상장사와 신규 상장한 RBW 등의 한해도 살펴봤다.

◆ SM, 음반킹 NCT·‘메타버스’ 에스파 선전

SM의 2021년은 ‘차세대’의 성장이 돋보이는 해였다. 두 막내 그룹인 엔시티(NCT), 에스파가 확실한 성적들을 내며 회사의 ‘간판’으로 우뚝 섰다.

NCT의 경우 ‘완전체’ 활동과 유닛 활동을 병행하며 꾸준한 성적을 냈다. NCT드림과 NCT127, NCT 세 형태의 10월 누적 음반 판매량이 800만 장을 넘어서는 등 기록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한국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두 번째 오프라인 월드투어를 앞두고 있는 만큼 SM의 매출에 절대적 기여를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메타버스 세계관’을 앞세운 그룹 에스파는 올해 ‘넥스트 레벨’(Next Level)과 ‘새비지’(Savage)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4세대 대표 걸그룹으로 우뚝 섰다. 첫 앨범 판매량이 50만 장을 돌파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한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대상을 동시에 받는 이례적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에스파의 경우 세계관을 중심으로 앨범을 구성, 방탄소년단과 함께 언급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메타버스 시대 팬덤을 주도할 것이란 평가를 받으며 SM의 차세대 병기로 꼽히고 있다.

‘간판’들의 활약도 이어졌다. 엑소와 레드벨벳 역시 3분기에만 100만 장 가까운 판매량을 보인 것으로 집계되는 등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SM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34.3% 상승한 1544억 원, 영업이익 141억 원을 냈다. 영업수지도 흑자전환했다.

올해는 특이사항도 있었다. 인수·합병 관련 이슈와 함께 주가가 요동쳤다.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SM의 인수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고용승계 등의 논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르면 연내 CJ ENM이 SM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회장의 보유 지분 18.72%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터계 ‘슈퍼 공룡’의 탄생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또 다른 특이사항은 팬덤 플랙폼사업 디어유의 선전이다. 2분기 SM이 설립한 디어유는 프라이빗 메신저 서비스, 팬클럽 관리 서비스 등을 주로 한다. 특히 디어유버블은 아이돌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유료채팅서비스를 제공해 K팝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기준 디어유버블의 유료구독자 수는 120만 명에 육박했다.

◆ JYP, 걸·보이 그룹의 고른 활약

‘걸그룹 명가’로 통했던 JYP는 올해도 걸그룹으로 흥했다. 트와이스와 있지, 일본 론칭 걸그룹 니쥬가 국내외에서 고르게 성적을 냈다. 데뷔 7년차 트와이스의 경우 앨범 판매량 감소 우려가 있었지만,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3년차 있지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차세대 대표 걸그룹으로 우뚝 섰다. 니쥬는 일본 시장에서 최정상급 걸그룹으로 통하며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걸그룹에 비해 보이그룹의 활약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었으나, 올해는 스트레이키즈가 JYP의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8월 출시한 정규 2집 앨범만 140만 장 가까이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최근 엔터계의 유행으로 떠오른,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는 세계관을 가진 보이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를 론칭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를 토대로 JYP는 올해 3분기 기준 매출 573억 원, 영업이익 182억 원을 내며 지난해 3분기 보다 매출 65.5%, 영업이익 63.8% 증가를 기록했다.

12월부터 오프라인 공연을 재개해 매출 증가를 노린다. 트와이스의 월드투어를 시작으로 니쥬의 일본 투어와 있지, 스트레이키즈의 일본 및 미주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JYP의 특이사항도 팬덤 서비스와 관련돼 있다. 올해 2분기 SM이 설립한 디어유 지분 430만 주를 취득해 2대주주에 올랐다. 또 지난 7월에는 블록체인 전문기업 두나무와 맞손, 대체불가토큰(NFT)을 활용한 팬덤 플랫폼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YG, 블랙핑크 덕 날개 달고 훨훨

YG도 3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YG의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1.2% 늘어난 860억 원, 영업이익은 370.7% 증가한 173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25% 상회한 것으로 분석됐다. 누적으로는 매출 2666억, 영업이익은 373억 원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콘서트 등이 없었지만 디지털 콘텐츠 매출도 증가했고, 굿즈, 광고, 음악서비스 매출 등이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고 부문 매출이 3년 내 최대치에 해당하는 성적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블랙핑크의 활약이 돋보였다. 올해 국내 새 앨범 발매는 없었지만, 로제와 리사 등 멤버들의 솔로 앨범 발매 등에서 기인한 앨범 판매량이 3분기까지 173만 장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총 판매량은 175만 장이었다.

다만 보이그룹들의 활동은 더뎠다. 김진우의 입대 이후 그룹 활동을 멈춘 위너의 경우 강승윤과 송민호가 솔로 앨범을 발매하며 공백을 채웠지만, 이들 외에는 별다른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이콘은 지난 3월 낸 디지털 싱글 ‘왜왜왜’(Why Why Why) 이후 활동이 없었고, 신인 트레저 역시 지난 1월 낸 첫 정규앨범 이후 무려 11개월 가량의 공백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앨범 발매 소식만 무성했던 ‘간판’ 빅뱅 역시 올해 별다른 작업물을 내놓지 않았다.

YG의 경우 내년, 보이그룹들의 컴백과 새 걸그룹 론칭,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등이 예정돼 있어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이브의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입점 역시 YG에 긍정 효과를 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2일 블랙핑크가 위버스 채널을 오픈한 가운데 첫날 100만 명을 모집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업계에서는 내년 블랙핑크가 글로벌 콘서트 연계 상품 출시와 위버스 플랫폼과의 시너지 등으로 600억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하이브, 엔터 ‘빅4’ 우두머리로 우뚝

하이브는 그룹 방탄소년단을 앞세워 엔터 빅4 중 우두머리로 우뚝 섰다. 올해 3분기 하이브는 역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79.49% 늘어난 3410억 원, 영업이익은 63.33% 증가한 656억 원이었고, 누적치는 각각 7980억 원, 1164억 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의 경우 앨범과 MD 및 라이선싱 부문의 성장이 실적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앨범 매출의 경우 방탄소년단의 싱글앨범 및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리패키지 앨범 등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광고⋅출연료 및 매니지먼트 부문도 2분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방탄소년단의 효과가 올해도 지속됐다. 올해 발매한 ‘버터’(Butter)와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콜드플레이와의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가 모두 국내외 차트에서 정상을 찍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3대 시상식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또 방탄소년단은 최근 2년 만에 미국에서 대면 공연을 재개, 코로나19 움츠러든 공연 시장에 숨통을 불어 넣었다. 해당 공연에는 약 21만 명이 모였으며, 공연 티켓 판매액만 394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방탄소년단 외에도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이 한국, 일본 시장 등에서 선전했다. 앨범 판매량 기록도 계속해서 갈아치우며 하이브의 매출에 기여했다.

위버스의 성장도 계속되고 있다. YG 등 굵직한 가요 기획사들과의 연계를 통해 3분기 평균 위버스의 월 방문자 수가 2분기 대비 20%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블랙핑크 효과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하이브는 두나무와 상호 지분을 투자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NFT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 외에도 방탄소년단의 IP를 활용한 게임 등 엔터과 타 업계의 연계, 확장을 예고한 상태다.



◆ 큐브·FNC 등도 선방, RBW 신규 상장

큐브 역시 다양한 사업 확장을 통해 올해 성장세를 보였다. 신인 걸그룹 라잇썸 론칭과 (여자)아이들 멤버들의 국내외에서의 활약, 비투비 멤버들의 전역 등이 엔터 사업을 지탱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업체인 애니모카 브랜즈(Animoca Brands)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케이팝 스타들과 소속 아티스트들의 IP를 활용한 뮤직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NFT 발행 및 생태계 토큰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이용자 유입에 따라 매출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최대주주 브이티지엠피의 코스메틱 사업 확장으로 재무 상황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큐브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530억 원, 영업이익은 34억 원으로 집계됐다.

FNC의 경우 올해 3분기, 무려 8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는 등 기분 좋은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동기 대비 9% 증가한 141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억 원으로 나타났다.

그룹 에스에프나인(SF9)의 미니 9집이 전작 대비 두 배 가량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것과 SF9 멤버 로운, 배우 정해인 등이 화제작의 주연을 맡아 활약한 것이 매출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반기에는 씨엔블루, FT아일랜드 등 ‘간판’ 그룹들의 컴백도 이어지며 2021년을 기분좋게 마감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뿐만아니라 일본 자회사인 FNC 재팬의 걸그룹 오디션 론칭과 드라마 제작 자회사의 카카오TV 웹드라마 방영 등 사업 확장도 실적 회복에 긍정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마마무의 원어스, 원위, 퍼플키스의 소속사 알비더블유(RBW)는 지난달 신규 상장 소식을 전했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양 경쟁률이 3706.8대 1을 기록하는 등 관심을 받았다.

RBW는 작곡가 김도훈 대표PD와 음악 비즈니스 전문가 김진우 대표가 지난 2010년 설립했다. 지난 2013년부터 자체 IP(지적재산권) 제작 및 외부 IP 확보에 몰두해 현재 약 2500여곡의 저작권 IP를 보유 중이다.

지난 4월에는 그룹 오마이걸, 비원에이포(B1A4), 온앤오프,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 출신 이채연 등이 소속된 W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해 아티스트 라인업을 확장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각 기획사 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