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지난해 코로나 19 여파로 극장가가 유례없는 침체기를 겪었다. 코로나 시국 2년 차에 접어든 올해, 극장가는 정상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쳤지만 회복까지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올해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윤여정까지, 한국 영화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극장가 상황은 코로나 19 여파로 우울하기만 했다. 코로나 시국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극장가도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정상화를 위한 길은 멀고도 험했다.


◆ 韓 영화 자존심 챙긴 '모가디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개봉 러시

올해 한국 영화는 최고 흥행작인 '모가디슈'로 인해 간신히 자존심만 챙긴 모양새다. '모가디슈'는 361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여름 텐트폴 영화인 '모가디슈'는 영화 '베테랑' '베를린'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등이 출연해 연출, 연기, 비주얼, 액션 등 높은 완성도로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들였다.

'모가디슈'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국 영화 성적은 저조했다. 올해 박스오피스 10위 권 안에 든 한국 영화는 '모가디슈'와 '싱크홀' 뿐이다. 100만 고지를 넘어선 영화도 '모가디슈' '싱크홀' '인질' '보이스' 단 4편뿐이다. 또한 여름 성수기와 함께 극장가 성수기로 꼽히는 연말에 한국 영화 기대작 '킹메이커'가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 감염 확산세 여파와 거리두기 강화로 내년 설 연휴로 개봉을 연기했다. 사실상 올해 연말 극장 대전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 기대작은 영화 '해피 뉴 이어' 뿐이지만, 이마저도 OTT 플랫폼 티빙과 동시 공개라는 점에서 극장 흥행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외화들은 작년에 비해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였다. 올해에는 지난해 개봉하지 못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개봉했다. 먼저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와 '크루엘라'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등이 관객과 만났다. 특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개봉 첫날 40만 308명의 관객을 동원,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 총 관객수 229만 명을 기록해며 올해 흥행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하반기에는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블랙 위도우'가 수차례 개봉 연기 끝에 지난 7월 개봉했다. 지난 10년 간 다수의 마블 영화에서 활약한 블랙 위도우의 첫 솔로무비인 '블랙 위도우'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총 관객수 296만 명을 동원하며 올해 흥행 순위 3위를 기록했다. 9월에는 마블 첫 동양인 히어로 샹치의 이야기를 그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개봉해 총 관객수 174만 명을 동원했다. 11월에는 마동석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은 '이터널스'가 총 관객수 304만 명을 동원하면서 올해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마지막 마블 개봉작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MCU 페이즈 4의 핵심인 멀티버스를 본격적으로 다룬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 첫날부터 63만 명의 관객을 동원, 올해 개봉 영화중 최다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또한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고지를 넘어섰고, 이 기세를 유지하면 연내 올해 최고 흥행작인 '모가디슈'의 기록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외에도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등이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22일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와 '매트릭스: 리저렉션' 등 마니아층이 탄탄한 시리즈의 후속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한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미나리'도 총 관객수 113만 명을 동원하며 선방했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과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이 각각 204만, 212만 관객을 동원하며 상반기 극장가를 이끌었다.


◆ 벼랑 끝 내몰린 극장가, 침체기 벗어나려 파격 지원 총력

올해도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게 극장가의 위기는 계속됐다. 관객수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신작들의 개봉이 줄지어 연기되면서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지내야 했다. 이에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극장 3사는 영화 신작 개봉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2월부터 5월까지 개봉 영화를 대상으로 상영 부금 외에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신작 개봉을 독려하기 위해 개봉 영화에 대해 관객 1인당 1000원(위탁관 500원)의 부금을 배급사에 추가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코로나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신작 가뭄의 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만한 한국 대작들은 여전히 개봉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됐다. 저예산 영화들과 외화들만 개봉해 한국상영관협회에서 최후의 보루로 내세운 계책마저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상반기에 애니메이션 '소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 편'과 '미나리'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크루엘라' 등의 개봉으로 관객수가 회복세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바통을 이어받을 신작의 부재로 반짝 회복에 그치고 말았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전체 관객 수는 2002만 명에 그쳤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2%(1239만 명) 감소한 수치다. 또한 2004년 이후 역대 최저치이기도 하다. 상반기 전체 매출액도 18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0%(875억 원) 감소하면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관객수 저하로 신작 개봉이 뜸해지면서 악순환이 계속되자 한국상영관협회는 초강수를 뒀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국 텐트폴 영화인 '모가디슈'와 '싱크홀'에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두 영화의 총제작비 50% 회수를 보장하기 위해 총제작비 50%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극장은 매출의 전액을 배급사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유료방송업계도 힘을 보탰다. 극장 상영 후 TV에서 곧바로 상영하는 극장 동시, EPVOD 상품에 대해 기존 분배율을 넘어선 매출의 80%를 배급사 측에 지급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배급사에 지급하는 정산금보다 최대 20%를 더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각각 7월과 8월에 개봉해 361만 명, 21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 위드 코로나 맞춰 정상화 시동 걸었지만...거리두기 강화에 울상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지침에 맞춰 코로나 19 이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먼저 지난 11월 1일부터 '백신 패스관'을 도입했다. '백신 패스관'에 한해서 음식물 섭취도 허용됐다. 이에 극장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점 매출이 조금이나마 회복될 것으로 보였다. 또한 할인권을 배포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그러나 지역 영화관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방역 당국은 특별방역대책을 내놓고 지난 12월 1일부터 영화관 내 취식을 금지했다. 여기에 '위드 코로나' 이후 확진자 수가 7000명 대를 돌파하면서 관객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될 거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 전부터 사전 예매량 70만 장을 돌파하며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극장가 흥행을 예고했다. 코로나 19 확산세로 끊긴 관객들의 발걸음이 다시 극장으로 향할 거란 기대가 모아졌다. 극장가도 이에 맞춰 새벽 시간대까지 예매를 열어두고, 각종 이벤트와 무료 굿즈를 제작하는 등 관객 모시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 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극장가도 조금 숨통이 트이나 싶었지만, 곧바로 찬물이 끼얹어졌다. 정부가 16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발표하면서 극장가는 다시 비상에 걸렸다. 이날 새로 발표된 거리두기 방안에 따르면 극장은 밤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다. 영화업계는 정부의 새로운 거리두기 방안에 반발하며 긴급 성명문을 발표했다. 영화업계는 "기존 거리두기 4단계와 같이 영업시간 제한 22시를 적용할 경우 영화의 상영 시간을 감안하면 19시 이후 상영 시작은 거의 불가능"이라면서 " 영화 관람 회차를 줄임으로써 국민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영화의 개봉을 막음으로써 영화계 전체에 피해가 확산되고 결과적으로 영화산업의 도미노식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이 적용되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뿐만 아니라 모든 개봉 영화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장인 관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평일 저녁 시간대 상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관객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독립영화나 작은 규모의 영화는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극장 입장에서는 영업시간이 제한될 경우 제한된 시간 안에 관객들이 많이 찾을 만한 영화들을 상영 시간표에 많이 배치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독립영화나 작은 규모의 영화는 상영할 기회조차 없어진다. 2년 간의 위기 끝에 이제 겨우 정상화를 위해 한 걸음 내딛으려는 영화계가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에 울상을 짓고 있다.


◆ 코로나 19 發 위기 2년째, 이젠 생존의 문제

지난 2년 간 코로나 19로 촉발된 영화 산업 위기는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할 때다. 극장가는 여전히 코로나 19 이전 관객수 절반에 못 미칠 정도로 극심한 관객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 산업의 근간인 만큼 버틸 대로 버티며 극장가 활성화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상영관협회 관계자는 티브이데일리에 "지난 2년 간 버틸만큼 버텼다. 이제야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는데 다시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건 문제다"라고 영업 시간 제한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지난 2년 간 방역을 철저하게 하고 관객들이 안전하게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면서 "지난 2년 간 극장 내 감염은 거의 없었다. 저희는 할 수 있는데까지 했는데 또 다시 영업 시간을 제한을 하니 힘이 빠진다"고 호소했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도 티브이데일리에 "영업시간 제한으로 가장 크게 우려가 되는 건 개봉 예정작들이 개봉을 연기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직접적인 손실 보상도 필요하지만, 산업 자체가 생존하려면 영화 개봉이 순환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극장 영업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당초 '방역 패스관'은 정부의 지침에 따르면 띄어앉기를 하지 않아도 됐다. 멀티플렉스 3사가 자체적으로 띄어앉기를 실시하는 등 자체적으로 강화된 방역을 시행했다"면서 "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마지막 영화 시작 시간을 밤 10시로 연장돼야 개봉 영화들의 상영 횟수를 보장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관계자는 "대기업이라는 프레임을 떠나서 관객수 감소는 멀티 플렉스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의 소상공인 분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단순히 관객들이 줄어들고 영화관 매출이 감소했다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이 안에서 일하는 수많은 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 나아가 영화 산업 전체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산업 생존을 위해 구조적인 문제가 계속되지 않게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각 영화 포스터,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