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 2보 후퇴하는 사이, 1보 전진 중인 K스토리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1. 12.09(목)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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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마블’과 같은 이야기보따리를 발굴해야 한다 외치던 것이 한없이 무색하게 된 오늘이다. ‘킹덤’에서 활짝 핀 한국의 이야기 산업은,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를 휩쓸고 ‘DP’와 ‘오징어게임’, ‘지옥’ 등이 넷플릭스를 타고 전세계 사람들의 눈과 귀, 마음을 사로잡는 등, 현재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다채롭고 풍요로운 상태를 맞고 있으니까.

이제는 국뽕이 가미된 해석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게, 우리조차도 실제로 보고 즐기고 있는 이야기 콘텐츠의 대다수가 한국에서 제작된 것이다. 일드(일본드라마)와 미드(미국드라마), 영드(영국드라마)를 비롯한 해외 작품들이 목록의 주를 이루었던 예전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상황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사이, 혹은 어느새, 판도가 이렇게 뒤집어졌나.

사실 이것을 제 3자의 입장에서 겪는 대중에겐 ‘갑자기’고 ‘어느새’이다만, 이야기 콘텐츠를 만드는 당사자들로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과 도전이 결국 제 타이밍을 맞닥뜨린 결과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어떻게든 돕는가 보다. 여기에 큰 몫을 한 게 팬데믹과 함께 한층 더 활성화된 OTT(Over The Top, 개방된 인터넷을 통하여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까닭이다.

‘넷플릭스’를 주축으로 한 OTT의 활약은 코로나가 발발되기 이전부터 시작되어 있긴 했다. 한국형 좀비물 ‘킹덤’이 얻은 성과가 대표적 예로, 특별히 해외를 겨냥한 작품도 아니고 ‘좀비’라는 이국적인 소재를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로 풀어 냈을 뿐인데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되자마자 전세계, 가지각색 문화권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매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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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킹덤’에만 해당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에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등이 해외에서 더없이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한국이 만드는 이야기가 지닌 진가가 다시 한번 제대로 입증되었고, 이는 해외의 수많은 사람들이 때마침 OTT가 터놓은 통로를 타고 지극히 한국적인 작품을 찾아다니고, 볼 만한 충분한 동기로서 작동했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이 만든 이야기라면 볼 만할 거라는, 재미있을 거라는 무언의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하겠다. 한국의 군대를 소재로 한 ‘DP’마저 인기를 누렸으니 말 다한 셈 아닌가. 바톤을 이어받은 ‘오징어 게임’이 일으킨 거대한 돌풍에는 이러한 초석이 깔려 있었다. 작품 속에 등장한,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낯설 게 분명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뽑기’, ‘구슬치기’ 등, 고유의 놀이문화까지 크나큰 호응을 얻은 이유다.

제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는 문화권에 상관없이 통한다는 법칙이 증명된 것. 그간 국내 이야기 산업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갖가지 플랫폼이 생성되며, 치열한 경쟁구도에 놓임에 따라 자의반 타의반, 양적으로 질적으로 성장해왔다. 장르의 다각화와 참신한 소재들의 대거 등장, 탁월한 스토리 구성력, 스크린 못지 않은 연출력 등, 서로 더 많은 대중의 시선을 붙들기 위해, 한층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골몰하다 보니 자연스레 얻고 있는 성과라 할까.

즉, 이미 전세계 사람들을 매혹시킬 준비를 충분히 해놓은 상태에서 길을 뚫어줄 매개체 혹은 기회를 맞닥뜨렸을 뿐이고 그저 그에 응했을 뿐인 것이다. 그래서 현재 한국형 이야기산업이 맞이하고 상황은 일시적일 수 없다. 한국의 이야기 콘텐츠, K-스토리는 여전히 무궁무진하니까. 가장 강력했던 유니버스, 마블이 1세대를 보내고 주춤하고 있는 사이, K-스토리가 구축하는 유니버스가 가열찬 행보로 1보 전진 중에 있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넷플릭스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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