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제 30대를 '시카고'로 열어서 정말 행복해요."

뮤지컬 '시카고'의 주역, 록시 하트 역을 맡아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티파니 영은 매일매일이 행복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에는 '시카고'를 향한 애정이 끊임없이 묻어났다.

브로드웨이에서 처음으로 '시카고'를 본 이후, 티파니 영은 오랜 시간 동안 이 작품이 자신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200대 1 경쟁률의 오디션을 뚫고 당당히 록시 하트가 될 수 있었던 데는 그간 지나온 세월과 쌓아온 내공, 그리고 부단한 노력이 모두 영향을 끼쳤다.

"언젠가는, 혹시 30대가 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꿈에만 그리던 작품이에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보고 배우고, 처음 '시카고'를 무대에 올렸던 밥 퍼시의 모든 작품을 다 보고 정말 학생이 시험공부를 하듯 작품을 깊게 파고들었죠. 1920년대 시카고 사진을 검색하면서 '록시가 이런 거리를 걸었겠지?',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 이런 생각들까지 하며 캐릭터의 배경까지 챙기려고 했어요. 오디션을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눈물부터 났죠."

그가 국내에서 '시카고' 라이선스 공연을 처음 본 것은 2009년이었다. 당시 록시 하트를 연기했던 이는 걸그룹 멤버에서 뮤지컬 배우로 출사표를 던진 옥주현이었다고. 티파니 영은 "당시 옥주현 언니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언니가 워킹부터 손끝 처리까지 많은 팁을 미리 알려줬다. 워킹부터 숨 쉬는 방법까지 걸그룹 춤과는 정말 달랐다"며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한 멤버 수영과 수영의 친언니인 뮤지컬 배우 최수진에게도 오디션 준비 과정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를 전했다.

티파니 영의 뮤지컬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페임'에 선 이후 꼭 10년 만의 귀환이다. 그는 10년 전 자신과 지금은 천지 차이라며 "한국어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멤버들도 '한국어가 더 늘었다'며 칭찬해 주더라. 한국어 대본을 더 많이 보려고 하고, 드라마나 영화도 한글 자막을 켜놓고 활자를 꼼꼼히 보는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지난 10년 간 소녀시대 멤버로서, 또 솔로 가수로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쌓아온 연륜이 '시카고'의 어른스러운 매력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는 티파니 영이다. "미국에서 연기 공부를 집중적으로 했고, 또 송 메이커로서 곡 작업을 하다 보니 대본이나 곡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이해력이 더 높아졌다"며 "내 몸과 목소리, 모든 것이 악기라는 사고방식을 얻게 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지금 이 타이밍에 록시를 만난 것이 즐겁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연습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기존 공연에 참여했던 멤버들보다 일찍 연습에 참여했음에도 눈물도 많이 흘리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이어졌단다. 티파니 영은 "그간 답답해하거나 울었던 것도 돌이켜보면 정말 좋아하는 음악이고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애정을 담아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동안에는 내 감정을 컨트롤 못하고 그날의 컨디션이나 연습 분위기를 망치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시카고' 팀은 견고하고 안전하다. 선배님들을 믿고, 더불어 나 자신도 더 믿어줄 수 있었던 과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매 회 공연이 꿈만 같다"는 티파니 영은 "예전에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다르게 느껴지고, 무대에 서 있을 때는 수백 배는 다르게 느껴진다. 매번 '이 무대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소중히 여기며 공연에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중한 무대에 계속해 서기 위해 계속해 변화하고, 꿈을 행동으로 옮기기를 주저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도 내비쳤다.

"저는 변화에 두려움이 없어요. 사람은 당연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본과 시나리오에 따라, 혹은 제 주변의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할 수 있도록 '오픈 마인드'로 살려 해요. 지난 시간에는 오로지 연습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마음을 열고 눈을 열고 귀를 열고 유연성을 갖춘, 용기 있는 30대가 되고 싶어요. 멋진 퍼포먼스는 결국 그 유연성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