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강하늘이 촉촉한 아날로그 감성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캐릭터의 빈틈을 자신으로 채운, 어쩌면 가장 자신다운 캐릭터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렸다.

지난달 28일 개봉된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제작 아지트필름, 이하 '비당신')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강하늘)와 소희(천우희),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한 그들이 써 내려가는 아날로그 감성 무비로, 강하늘은 어느 날 문득 추억 속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는 영호를 연기했다.

'비당신'은 강하늘에게 배우로나 관객으로나 참 반가운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잔잔한 감성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요즘 영화계에서는 보기 드물었기 때문에 갈증이 있었다고.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눈물까지는 아니지만 코끝이 찡해졌을 정도로 그 안에 담긴 감성이 강하늘의 마음을 건드렸다. '비당신'의 감성이 강하늘을 영호로 이끌었고, 강하늘은 기꺼이 영호가 되기로 했다.

강하늘은 "처음부터 영호에 강하늘로서 접근하려고 했다"고 했다. 시나리오 속 영호의 빈틈을 자신의 모습으로 덧입혀 표현하려고 했다. 친구와 주고받는 편지에 설레어하고, 기약 없는 약속이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영호의 모습 곳곳에 강하늘이 보였던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었다.

극 중 영호의 편지는 강하늘이 직접 썼다. 조진모 감독이 준 가이드라인 안에서 영호가 쓸법한 말들을 고심했다. 이 작업은 영호의 연기 톤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강하늘은 "제가 영 호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편지를 썼다. 그러다 보니까 조금 더 연기의 톤이 잡혔던 것 같다. 이런 글을 쓸만한 감성을 가진 친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의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담아낸 '비당신'은 우리가 잊고 있던 기억들을 추억하게 한다. 가로본능 휴대전화와 LP판, 헌책방, 빨간 우체통 등 그 시절을 담고 있는 소품들이 잊고 있던 추억을 소환한다. 영화의 주요 소재인 손편지는 메신저와 SNS로 빠르게 연락을 주고받는 요즘, 그 시절을 거쳐 온 세대들에게는 반가운 추억을 선사한다.

강하늘도 영호를 연기하며 자신이 잊고 있던 과거가 생각났다고. 삼수생인 영호가 1000원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연기하며 "스무 살 때 버스비도 아까워하고 소중하게 간직했던 그때가 떠올랐다"고 했다.

또한 이번 영화는 꿈이 없어 방황하고, 꿈을 포기한 채 현실을 살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20대 청춘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강하늘은 영화 속 다양한 청춘들의 모습을 보며 과거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다. "어떤 일을 할 때 고민하기 전에 일단 하는 게 먼저다"라는 강하늘은 "하고 있는 자체가 중요한 거지 꼭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고, 일을 좋아하는 느낌보다는 내가 무언가 해야 될 일이 생기면 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제 개인적으로 느낄 때 요즘에 많은 영화들이 1회에 모든 걸 담으려고 하는 것 같다. 확실한 기승전결과 확실한 설명들이 있는 게 최근 영화의 느낌이었다"는 강하늘은 '비당신'은 설명이 부족해 보이는 빈틈이 있더라도 볼 때마다 감상이 다른 영화였으면 한다고 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나 '접속'처럼 나중에 몇 번이고 돌려볼 수 있는 감성의 영화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소망을 꺼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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