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부산행'과 '킹덤'의 뒤를 잇는 K-좀비물 '#살아있다'가 참신하고 신선한 소재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며, 한국형 좀비물의 진화를 이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낯선 고립감이 고스란히 표현된 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과 드론, SNS 등 한국적 특색을 살린 소품을 통해 기존 좀비물과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 24일 개봉된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제작 영화사집)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가족과의 연락이 끊긴 채 아파트에 고립되었음을 알게 된 오준우(유아인)와 건너편 아파트에서 만난 또 다른 생존자 김유빈(박신혜)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살아있다

◆ 'Alone'의 한국적 각색, 웰메이드 K-좀비물 탄생

이번 작품은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맷 데일러의 각본 '얼론(Alone)'을 각색해 제작됐다. 조일형 감독은 한국적 상황과 문화적 차이에 맞춰 세부적인 부분들을 한국적 설정에 맞춰 각색했다.

조일형 감독은 제목에 해시태그(#)를 붙여 SNS를 통해 구조 신호를 보내는 오준우의 모습을 강조함과 동시에 한국적인 요소를 제목에도 녹여냈다. 그는 지난 1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살아있다'라는 제목에 대해 "한국적 설정에 맞춰 각색하면서 SNS로 구조의 신호를 보내는 오준우의 역할을 생각해서 해시태그를 붙였다"라며 "제일 중요한 건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영화 전체적인 메시지를 담기 위해 '얼론'에서 '#살아있다'로 바꾸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일형 감독은 요즘 학생들의 직업 선호도 1순위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점을 착안해 극 중 오준우의 직업을 게임 크리에이터로 설정했다. 또한 오준우를 비롯한 생존자들은 SNS로 메시지와 구조의 신호를 보내는 등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해 이제껏 본 적 없는 좀비물을 완성했다.

특히 IT강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오준우는 아날로그적인 물건보다 SNS로 상황을 파악하거나 드론을 이용해 휴대폰 연결을 시도하고 외부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생존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살아있다

◆ '제한된 공간' 아파트가 주는 공포

'#살아있다'는 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사건이 펼쳐진다.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홀로 생존해야 한다는 설정으로 영화적 긴장감과 현실적인 공감대를 자극한다.

조일형 감독을 비롯한 촬영팀, 미술팀 등은 영화의 주 공간이 되는 아파트를 사실적이면서도 새롭게 그려내기 위해 3개월에 걸쳐 1000평 부지에 아파트 단지 세트를 제작했다. 이들은 아파트 구조와 형태를 보여줄 수 있는 세트 디자인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아파트는 두 생존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발코니가 마주 보는 형태로 완성됐으며, 복도 구조는 언제 위협이 닥칠지 모를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ㄱ'자, 'Y'자 형태로 제작했다.

또한 아파트라는 생활공간이 생존을 다투는 무대로 변하는 것을 설득력 있게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아파트 외부 공간은 차갑고 어두운 톤으로, 오준우와 김유빈의 아파트 내부 공간은 따스하고 인간적인 톤으로 설정해 대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한정된 공간 속에서 유아인과 박신혜는 생존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두 사람은 모든 수단이 단절된 아파트 속에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준우와 김유빈의 내면을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승화시키며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살아있다'는 한국 실정에 맞게 각색된 현실감 넘치는 스토리를 선보이며, 웰메이드 K-좀비물의 탄생을 알렸다. 신선한 한국형 좀비물 '#살아있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극장가를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