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영화 '사냥의 시간'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해 극장이 아닌 온라인 TV 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를 선택했다. 그러나 해외 배급 세일즈를 담당한 콘텐츠판다 측이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함에 따라 영화의 공개 여부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제작 싸이더스) 측은 23일 공식입장을 통해 "관객분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동시에 '사냥의 시간'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의 기대를 고려하여 내린 결정인 만큼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며 오는 4월 10일 영화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됨을 알렸다.

그러면서 '사냥의 시간' 측은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빨리 호전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날 '사냥의 시간'의 해외 배급 세일즈를 담당한 콘텐츠판다 측은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는 당사와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 통보를 통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고, 같은달 중순 공문발송으로 계약 해지 의사를 받았다"고 항의했다.

공식입장에 따르면 콘텐츠판다 측은 차선책을 제안하며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리틀빅픽쳐스는 글로벌 OTT사와 글로벌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를 누락시켰다.

콘텐츠판다 측은 "당사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 영화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지만, 해당 건은 당사를 포함해 해외 영화사들이 확보한 적법한 권리를 무시하고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리틀빅픽쳐스의 이중계약은 해외 영화사들이 콘텐츠판다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한 계약과 적법한 권리를 무시한 행동이며 세계 각국의 영화사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에 콘텐츠판다는 국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리틀빅픽쳐스와의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사냥의 시간'은 지난 2월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대되면서 현재까지 30여 개국에 선판매됐고, 추가로 70개국과의 판매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판다 측은 지난해 1월부터 리틀빅픽쳐스와 해외세일즈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이행했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로 방향을 틀며, 콘텐츠판다와 계약을 맺은 해외 배급사들은 영화를 선보이기도 전에 주도권을 넷플릭스에 빼앗길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와 관련 '사냥의 시간' 측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영화 팬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사냥의 시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