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익숙함은 편안함을, 낯섦은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변신’(감독 김홍선•제작 다나크리에이티브)은 익숙한 것이 낯설어질 때 느끼게 되는 불편함을 공포로 바꿔 놓는 영화다.

아빠, 엄마, 그리고 두 딸, 막내 아들까지 평범한 가족이 쫓기듯 이사를 한다. 이들이 이사를 하는 이유는 구마 사제인 삼촌이 구마 의식 중 사람이 죽는 사고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의 수근거림, 학교에서의 왕따 등으로 인해 경매로 싸게 나온 집으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하지만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 된다.

가장 먼저 이상함을 느끼는 둘째 딸이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빠의 거친 행동, 말투, 눈빛에 둘째 딸은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다음 날 가족이 모두 모여 아침 식사를 하는 중 엄마가 이상 행동을 한다. 가족이 가족에게 낯섦을 느끼듯 관객들 역시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를 깨닫게 한다.

가족이 악마에게 현혹이 되듯 관객 역시도 가족으로 변신하는 악마에게 현혹되어 간다. 악마는 가족의 구성원이라면 느낄 법한 불만을 쏟아낸다. 강구(성동일)가 두 딸에게 내뱉는 말, 명주(장영남)가 막내 아들에게 쏟아내는 분노, 둘째 현주(조이현)가 첫째 선우(김혜준)에게 던지는 말. 이는 악마가 아니더라도 가족이라면 한 번쯤 가져 봤을 법한, 그러나 마음에만 담아 둘 뿐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불만이다.

이로 인해 관객은 서서히 등장하는 인물이 악마인지 진짜 가족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관객은 가족이 등장할 때마다 의심을 하면서 혹여 이상한 부분이 있지 않는지 각각의 인물에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몰입이 영화의 특별한 장치가 있지 않더라도 관객을 공포로 몰아 넣는다.

이러한 부분이 장점으로 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공포 영화는 전통적으로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이야기 안에서 캐릭터가 느끼는 공포를 관객에게 전달을 한다. 하지만 ‘변신’은 가족 구성원들 개개인의 공포를 풀어 놓다 보니 인물 자체가 느끼는 공포가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다.

또한 가족 구성원으로 변신하는 악마라는 신선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결말이 아쉽다. 영화 ‘엑소시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결말이 조금은 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험한 일을 겪고 살아남은 자들이 그래도 살아남았으니 희망이 있다는 식의 상업 영화 특유의 마무리도 아쉬움에 한몫을 한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배우들의 호연은 기대 이상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과하지 않은 연기가 오히려 관객을 더욱 공포스럽게 한다. 성동일과 장영남은 극 초반 악마의 섬뜩한 행동으로 극 초반 관객을 빠르게 이야기 속으로 인도한다. 이후 두 사람은 진짜 가족의 모습과 악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여기에 김헤준, 조이현, 김강훈 역시 실제 가족과 악마 사이를 오가며 한껏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당기는 역할을 했다.

배성우는 중수 역할을 맡아 사제로서의 강인한 신념을 가진 모습부터 구마 의식 중 벌어진 사고로 인한 죄책감, 이로 인한 신념의 흔들림 등 복잡한 감정을 담아냈다. 특히 가족을 지켜야 하는 상황 속에서 책임감과 나약함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영화는 21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변신’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