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일억개의 별’이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 무거운 분위기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극에 설득력을 더한 배우들의 열연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호평 속 종영을 맞았다.

tvN 수목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극본 송혜진·연출 유제원, 이하 ‘일억개의 별’)이 22일 종영했다. 동명의 일본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일억개의 별’은 위험한 남자 무영(서인국)과 그와 같은 상처를 가진 여자 진강(정소민), 그리고 무영에 맞서는 진강의 오빠 진국(박성웅)에게 찾아온 충격적 운명의 미스터리 멜로를 담았다.

원작이 제33회 더 텔레비전 드라마 아카데미 어워즈 8개 부문을 휩쓰는 등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한국에서 재탄생 될 ‘일억개의 별’ 역시 높은 기대를 안고 시작했다. 또한 원작에 등장하는 근친상간, 자살 등의 소재가 국내 정서에 맞게 어떻게 재해석 될지도 관심을 모았다.

‘일억개의 별’은 원작 그대로 남녀 주인공의 친남매 설정을 가져오진 않았지만, 두 사람 다 죽음을 맞는 충격적 엔딩을 선사했다. 이날 최종회에서 김무영은 자신과 유진강이 친남매라며 자극하는 장세란(김지현)을 죽였고, 이후 유진국을 통해 친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유서를 남기려는 김무영 앞에 유진강이 나타났고, 둘은 다시 사랑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때 장세란의 비서가 나타나 두 사람을 향해 총을 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두 사람은 사랑을 고백하며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친남매 설정과 주인공의 자살 설정은 가져오지 않았지만 원작의 분위기에 맞춘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면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기대 속에 시작한 첫 방송이 시청률 4%를 기록했지만 이후 2%대 후반까지 떨어졌고, 결국 시청률 회복 없이 종영을 맞았다.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일억개의 별’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드라마 팬들에겐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 중심엔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다. 특히 서인국은 군 면제 논란 후 첫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았고, 원작 속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심오하다는 평을 들었던 바 있어 그가 그려낼 김무영에 대한 우려도 컸다.

우려와 달리 서인국은 극에 온전히 김무영으로 자리했다. 극 초반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과 행동, 텅 빈 듯한 눈빛과 무심하고 까칠한 분위기로 남다른 존재감을 입증했다. 서인국은 돌변하는 눈빛부터 의도를 알 수 없는 행동, 종잡을 수 없는 김무영을 그리면서 내면에 간직한 슬픔까지 표현했다. 이후 그는 유진강과의 러브라인을 통해 달콤한 로맨스와 애틋한 멜로까지 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정소민도 유진강이 지닌 복잡 미묘한 감정을 서서히 풀어내며 극에 녹아들었다. 그는 휘몰아치는 사건 속에서도 단단한 캐릭터를 흔들림 없이 표현했다. 또한 진실을 알아가면서는 밝음 뒤 감춰진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내기도. 특히 극 중, 후반부 선보인 분노 섞인 오열과 짙은 감성의 연기는 정소민의 재발견을 이뤄내기도 했다.

이처럼 서인국과 정소민은 달콤한 로맨스부터 얽히고설킨 악연을 넘나들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줬다. 원작의 높은 벽에 시청률은 내리지 않았지만, ‘일억개의 별’ 속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그 어떤 작품보다 빛났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