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머니백'은 어머니의 수술비가 필요한 가난한 소시민, 사채업자, 형사, 비리 정치인에 킬러 등 범죄 오락 영화의 익숙한 도식들이 한 데 모여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웃픈' 현실에 대한 풍자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12일 개봉하는 '머니백'(감독 허준형·제작 젠픽쳐스)는 이긴 놈이 다 갖는 세상, 하나의 돈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일곱 명이 뺏고 달리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블랙코미디극이다. 배우 김무열 박희순 이경영 전광렬 오정세 임원희 김민교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주조연급 배우들이 한 데 모인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머니백'의 오프닝 시퀀스는 취업준비생 민재(김무열)가 양아치(김민재)에게 5만원권 지폐를 뺏기고, 이후 이 돈을 거쳐가는 일곱 캐릭터의 순환 관계를 속도감 있게 담아내며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한눈에 짐작케 한다.

이처럼 돌고 도는 일곱 캐릭터는 서로 갑-을 관계를 형성하며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사채빚에 허덕이는데 아픈 어머니 수술비까지 마련해야 하는 취업준비생 민재, 민재에게 돈을 받아내야 하는 양아치, 양아치를 부리는 사채업자 백 사장(임원희), 백 사장의 도박장에서 돈을 잃고 총까지 저당 잡힌 최 형사(박희순), 백 사장에게서 불법 선거 자금을 갈취하는 문 의원(전광렬), 백 사장의 사주를 받아 문 의원을 살해하려는 킬러 박(이경영), 킬러 박에게 총을 배달하다 사건에 휘말리게 된 택배기사(오정세)는 각각의 사연으로 사건에 휘말리며 쫓고 쫓기는 레이스를 시작한다. 여기에 최 형사의 총이 끼어들어 갑-을 관계가 반전되기도 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들이 얽히게 되는 계기는 우연에 가깝다. 민재는 킬러 박의 옆 집에 살아서 우연히 총을 대신 받게 되고, 그 총을 들고 돈을 뺏기 위해 간 곳은 바로 총을 보낸 백 사장의 사업장이다. 택배기사는 양아치를 따라 간 민재의 집에서 돈가방을 발견하고 도망가지만, 이를 든 채 한강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한강에서 불법 거래를 하던 최 형사는 물에 빠진 택배기사를 발견하고 돈가방을 손에 넣게 된다. 이 같은 사건의 전개는 모두 우연성에서 비롯돼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으나, 빠른 리듬감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관객들을 고스란히 따라가게 만든다.



또한 '머니백'은 캐릭터의 대사나 행동보다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만들어내며 웃음을 유발하는데, 웃음의 타율 역시 높다. 이 중 캐릭터 자체가 웃음을 자아내는 건 킬러 박과 백 사장뿐, 나머지는 시종일관 진지한 톤을 유지한다. 오히려 캐릭터들이 품고 있는 삶의 애환과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상황들은 탄식과 동시에 웃음이 흘러나온다.

배우들의 연기 변신도 신선하다. "역대 필모그래피 중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이경영은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허당기 넘치는 킬러 박으로 호연을 펼쳐 웃음을 선사한다. 오정세는 고된 택배 기사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전작 '기억의 밤' 속 강렬한 이미지를 벗은 김무열과 웃음기를 쫙 뺀 김민교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돈 뒤에 숨겨진 갑질의 악순환이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그려져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여기에 택배기사에게 간장게장을 퍼붓는 진상 고객 등 지극히 현실적인 갑질의 단면은 웃음 이상의 진한 쓴맛을 남긴다.

그렇지만 '머니백'은 치열한 두뇌 싸움이나 화려한 액션이 담긴 기존의 범죄 오락물과는 결이 다르다. 각 캐릭터의 '웃픈' 사연과 사건에 사건이 겹쳐서 만들어지는 상황들로 묘한 웃음을 주는 '머니백'이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머니백'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