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형사 차동탁부터 사기꾼 공수찬의 영혼까지, 한 드라마 안에서 두 사람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낸 조정석.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처럼 또 한 번 안방극장의 믿음을 입증한 그를 만났다.

지난 16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극본 변상순·연출 오현종)는 사기꾼 공수창(김선호)의 영혼이 빙의된 강력계 형사 차동탁과 핏속까지 까칠한 사회부 기자 송지안(혜리)의 판타지 수사기를 다룬 작품이다. 조정석은 차동탁을 연기했다.

'투깝스'는 방송 초반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타 마지막 방송에서는 9.7%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조정석은 차동탁은 물론 그에게 빙의한 공수창의 모습까지 1인 2역을 연기하며 작품 전체를 이끌어 나갔다.

조정석은 처음부터 '투깝스'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신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 정도로 작품에 대한 믿음이 갔다는 것. 초반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그 여파로 시청률도 낮았지만, 탄탄한 팀워크를 믿었기에 고민 없이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그다. "PD와 작가, 그리고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연구를 했고, 그 결과로 방송이 끝날 때쯤에는 나름대로 유종의 미를 얻지 않았나 싶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얻게 된 '유종의 미' 중 하나로 '사람들'을 꼽았다. 특히 공수찬을 함께 연기했던 배우 김선호는 든든한 동료이자 마냥 기특한 후배였다고. "두 사람이 하나의 영혼을 연기하는 독특한 상황에 놓여있다 보니 사전 리허설에서 김선호와 최대한 대화를 나누고, 캐릭터의 성격을 설정해 연기에 돌입했다"는 조정석은 "특히 처음에는 선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야 했다"며 캐릭터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또한 카메라가 꺼져 있을 때는 김선호의 연기 고민을 두고 오랜 대화를 나누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조정석이다.


조정석은 "배우라면 누구나 탐날 만한 1인 2역이라는 좋은 재료가 있었고, 전작인 '오 나의 귀신님'에서 살짝 경험하긴 했지만 여전히 독특한 '빙의'라는 소재 등 독특한 설정에 이끌려 '투깝스' 출연을 결심했고, 예상대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두 사람 몫을 연기해야 하니 출연 분량이 많아지고, 체력적인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었다고.

특히 조정석은 "크고 작은 액션 신을 소화하던 중 부상을 입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항상 잠이 부족하다 보니 몸이 축나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영혼 상태인 공수찬 때문에 CG가 들어가는 신이 많았는데, 통상 그런 장면은 촬영 시간이 두 배 이상 소요되곤 한다. 해당 분량을 주어진 시간에 모두 찍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만족할만한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을 때도 있었다"며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투깝스' 속 차동탁을 전작들의 캐릭터와는 다르게 그려내려 했다. 그간 영화 '건축학개론'의 웃음을 책임지던 코믹 캐릭터 '납뜩이', 또는 '질투의 화신' 속 까칠한 이화신 기자와 매번 비슷한 연기를 펼친다는 세간의 이야기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으며, 또한 세간의 평가와는 별개로 배우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항상 작품에 맞는 새로운 연기를 펼치려 한다는 것이다.

"사실 어떻게 연기를 해야 안 비슷하다고 느끼실지, 때로는 반문을 하고 싶기도 해요. 저는 재미있는 대본을 보고 작품을 정할 뿐인데, 이제는 아예 악역을 맡거나 스릴러에 도전하는 식으로 일부러 다른 장르에 도전해야 하나 싶기도 하죠. 분명한 건 지금 이 자리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에요."

때문에 '투깝스'라는 굴곡진 산을 넘어선 지금, 조정석은 올해의 목표를 '변신', 혹은 '도전'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 시작을 알릴 작품은 연극 '아마데우스'다. 그는 모차르트 역을 맡아 당대 최고의 작곡가 중 하나인 살리에리와 대립한다.

'투깝스' 촬영을 마치자마자 연극 연습에 돌입했다는 조정석은 "평소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그 무엇이 됐건 어디든 쓰일 수 있는 재료가 되고 싶다"며 돌연 무대 행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고, "연극 연습을 통해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기분"이라며 새로운 무대에 대한 설렘을 전했다. 까칠한 형사, 그에게 빙의한 사기꾼의 영혼, 그 무엇을 연기해도 캐릭터를 제 옷처럼 소화해 내는 조정석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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