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지난 한 해 동안 배우 김선호의 상승세는 실로 놀라웠다. 대학로의 실력파 신예였던 그는 2017년에만 세 편의 지상파 드라마를 꿰차며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김선호는 16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극본 변상순·연출 오현종)에서 사기꾼 공수창 역을 맡아 활약했다. '투깝스'는 공수창의 영혼이 빙의된 강력계 형사 차동탁(조정석)과 핏속까지 까칠한 사회부 기자 송지안(혜리)의 판타지 수사기를 다룬 작품으로, 김선호는 영혼 상태로 등장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지닌 공수창 캐릭터를 제 옷을 입은 듯 맛깔나게 소화했다.

혹자는 어디서 저런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신인이 등장한 것인지 의문을 표할 법도 하지만, 김선호는 그간 연극 무대를 통해 기본기를 갈고닦은 준비된 신예였다. 지난해 생애 첫 드라마인 KBS2 '김과장'을 통해 도약한 그는 KBS2 '최강 배달꾼'에 이어 '투깝스'에서는 주연 자리를 당당히 꿰차며 연기력을 펼쳤다. 한 해 동안 출연한 세 편의 드라마에서 모두 호평을 받았으니, 2017년은 그야말로 '행운의 해'였다.

김선호는 이 모든 것이 "인복이 많은 탓"이라며 웃어 보였다. 첫 작품인 '김과장'의 스태프가 공연 마니아라는 지인의 소개로 그를 눈 여겨 본 덕에 오디션을 거쳐 안방극장 데뷔를 할 수 있었고, 그가 연기한 '김과장' 속 캐릭터의 매력 덕에 '최강 배달꾼' 오디션에도 발탁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강 배달꾼'의 촬영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무렵, '투깝스'의 오디션 역시 운명적으로 그를 찾아왔다.

"처음에는 이호원 씨가 연기한 독고성혁 역할에 지원했어요. 잠자는 시간마저 쪼개 써야 했던 촬영 틈새에 찾아가서 오디션을 치렀죠. 그런데 여자 오디션 돕기 위해 공수창의 대사를 받아 쳐줘야 하는 상황이 생겼어요. 큰 준비 없이 공수창의 대사를 읽었는데 그 오디션 영상이 자료로 남게 됐고, 배역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던 PD님이 마침 영상을 다시 보시던 중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신 거예요. 그야말로 행운이었죠."


그가 꼽은 가장 큰 행운은 선배 조정석과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것이었다. 극 중 공수찬이 차동탁에만 보이고 그에게 빙의한다는 설정 탓에, 김선호는 촬영의 대부분을 조정석과 함께 했다. 특히 빙의한 공수창을 연기하기 위해 조정석은 김선호가 만들어 낸 공수찬 캐릭터를 분석하고 그와 유사한 연기를 펼쳐야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김선호는 "리허설부터 정석이 형과 공수창을 함께 그려나가고, 함께 애드리브를 짜는 동안 서로가 하나의 캐릭터를 비슷하게 파악하게 됐다"며 "나중에는 오랜 논의 없이도 두 사람이 생각하는 공수창의 모습이 일치하는 신기한 경험도 하는 등 마음이 꼭 맞는 선배와의 작업에 감사했다"는 소회를 털어놨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쉬운 촬영은 아니었다. 세 번째 드라마 출연, 조금은 카메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CG라는 복병에 발목을 잡혔다는 김선호다. 그는 "인물의 감정, 전사, 습관, 대사 톤을 설정하는데 바빠서 영혼 상태인 공수찬을 어떻게 구현할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CG 작업을 위해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해야 한다는 고충이 있었다"며 어마어마한 촬영 분량에 진땀을 뺐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CG로 유명한 마블의 히어로 무비의 이야기를 꺼내며 "마블 배우들은 천재다. 눈앞에 아무것도 없는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 난 앞으로 마블을 더욱 사랑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또한 처음 영혼이 됐을 때 입고 있던 옷을 32회 내내 입어야 하는 남모를 고충도 있었다는 김선호다. "똑같은 옷을 5벌 준비해 돌려 입었지만, 한겨울에 촬영을 시작하자 구멍 뚫린 청바지, 청재킷이 진짜로 얼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귀 끝이 동상에 걸리고 입이 얼어서 발음이 제대로 안될 정도로 곤혹스러운 야외 촬영이 줄을 이었다. 찢어진 바지에 맞춰 내복까지 찢어 입으며 정신을 빼놓는 추위와 몇 개월 간의 사투를 벌였다는 그다.


하지만 김선호는 이 모든 고생 속에서도 드라마에 뿌리를 내리게 된 자신의 모습을 '행운'이라 설명했고, 매사에 감사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겸손한 말을 했다. 1년에 100장이 넘는 프로필을 돌리면서도 5분짜리 오디션 한 번 볼 기회가 없는 대학의 연기과 동기들, 한 달 공연에 80만원 일당을 받으며 서야 했던 데뷔 초의 연극 무대들을 떠올려 보고 있자면, 연기라는 꿈을 실현하며 먹고사는 지금의 현실이 마냥 기쁘다는 것이다.

때문에 더욱 배우로서의 본분인 연기에 충실하게 임하려 한다는 김선호다. 무대에서건 TV에서건 연기의 본질은 다르지 않기에,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을 키워나가고 싶고, 각 매체에 맞는 연기 테크닉을 다듬어 가고 싶다는 포부가 줄을 이었다. '김과장' '최강 배달꾼'은 물론 이번 '투깝스'에서 만난 멋진 선배들처럼 훌륭한 연기를 하기 위해 더욱 많은 경험과 공부를 하고 싶다는 바람도 털어놨다.

"새해 목표는 '다음 작품을 함께 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는다는 건 연기 실력은 물론이고 인성까지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조정석 선배, 혜리 선배 등 '투깝스' 촬영장에서 만난 선배들 덕에 배우로서 올바른 태도를 배우고 익혀 나가겠다는 욕심이 더욱 커졌죠. 빨리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