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위안부 문제를 다시 한 번 화두로 던졌다.

5일 오후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감독 조정래·제작 제이오 엔터테인먼트)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조정래 감독과 배우 강하나 박지희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2월 개봉한 '귀향'은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받았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담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고, 입소문을 통해 358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열풍을 일으켰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귀향'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더해 만든 작품이다.

조 감독은 "여러 관객들이 '귀향'을 봐주시고 기적을 일궈주신 덕분에 외국에서도 개봉되기도 하고,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전세계를 돌며 9만2000회가 넘는 '귀향' 상영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이게 사실이냐'는 이야기였다. 많이들 이 사실을 믿지 못하시더라. 그 때부터 이번 영화를 바로 준비했다"며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전세계에 알리고, 할머니들이 겪으셨던 끔찍한 고초를 알리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조정래 감독은 "'귀향'이 교두보가 돼 많은 분들이 위안부에 대해 알게 됐다"며 "2002년 나눔의 집을 처음 찾아갈 당시, 무지했던 봉사자의 한 사람이었던 내가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할머니들이 겪은 고초를 전하게 됐다. 주위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여전히 괴롭지만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본편 개봉 당시 46분이 살아계셨지만 1년 반 사이 여러 분들이 소천하셔서 이제는 35분이 살아계신다. 그조차도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시고 말씀도 잘 못하신다"며 "일본은 반드시 사죄하십시오. 당신들을 위한 일이 아니라 당신들의 미래, 후손을 위해 사죄하십시오"라는 뼈 있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번 영화는 기존의 '귀향' 스토리에 일부 추가 장면을 더하고, 작품 속에서는 일본군 때문에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던 소녀 지희를 연기한 박지희가 현 시대에서 영화 음악으로 삽입된 '아리랑'을 녹음하고 부르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엮어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조정래 감독은 이에 대해 최근 중국에서 열풍이 일고 있는 다큐멘터리 '22'(감독 구오커)에 대해 언급하며 "'22'에는 위안부 피해자이신 박차순 할머니가 나오신다. 중국에서 고초를 당하시고 결국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신 분인데, 할머니가 부르시는 '아리랑'이 전곡으로 영화에 실렸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소녀상을 실은 151번 버스가 일본 대사관 앞을 지날때 '귀향'에 삽입된 소녀의 '아리랑'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씀만 듣고도 눈물이 났다"며 "아리랑은 민족의 노래고, 우리의 혼과 한이 담긴 노래다. 이 영화를 통해 타지에서 돌아가신 수많은 영혼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따뜻한 밥 한 술 드시게 하는게 내 목표인 만큼, 노래를 통해 그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다"는 제작 의도를 밝혔다. 가창에 나선 박지희 역시 "내 목소리로서 아리랑을 불러 할머니들께 들려드리고, 한을 달랠 수 있는 힘이 되리라 생각했다"며 영화에 참여한 소회를 전했다.


위안부 소녀 정민을 연기한 재일교포 4세 강하나는 이날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위안부 문제에 계속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슬프고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문제 해결로도 이어지는게 아닐까 생각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결국 이 영화의 존재 이유는 모두가 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되새기기 위함이라는 것.

조정래 감독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가 '귀향'을 만들려 애쓸 때, 주위에서 '전쟁 나면 여성과 노인은 다 죽는다. 전쟁에서 강간은 불가피하다. 그만두고 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자리에 있지만, 전쟁범죄라는 단어에서 범죄를 빼면 곧 '전쟁'이 된다.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이고 전쟁의 위기에 놓였다. 나도 예전에는 저런 생각을 하고 살았지만 할머니들을 만나뵙고 속죄하고 살았다. 전쟁하려는 사람들은 당장 그만두고, 남성 중심적으로 살아가려는 목표를 버리라"며 세상의 모든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그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목적은 일본 성노예 문제를 고발하고 할머니들의 염원을 바라는 것 그리고 전쟁을 막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마다 전쟁의 참혹함을 이야기하시더라. 이 영화가 참혹한 전쟁을 막는 바이러스라고 생각한다. 무섭게 퍼져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며 평화를 기원했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오는 14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