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여경진 기자] 나영석, 신원호 김원석 이름만으로 브랜드의 가치가 느껴지는 연출자들이다. 그리고 이 세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KBS 출신 PD라는 점이다.

나영석, 신원호, 김원석은 지난 2001년 KBS 27기 공채 프로듀서로 나란히 입사했다. 나영석과 신원호가 예능국에 속했고, 김원석이 드라마국에 속했지만 세 명은 동기다. 각자의 자리에서 커리어를 쌓던 세 사람은 KBS를 떠나 CJ E&M으로 거처를 옮겼다. 여기서 나영석은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로, 신원호는 ‘응답하라’ 시리즈로, 김원석은 ‘미생’을 통해 스타 PD로 자리매김 했다.

◆ 나영석 PD 이적 후 2년, tvN의 간판 예능PD로 자리잡다

나 PD가 CJ E&M으로 이적한 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그리고 ‘삼시세끼’까지 연달아 성공을 거뒀지만 여전히 그의 대표작으로 KBS2 ‘해피선데이- 1박 2일’이 꼽힌다. 단호하게 “땡!”을 외치던 나 PD는 시청률 30%를 육박하던 KBS 주말예능을 책임지던 프로듀서다.

이에 나 PD의 이적소식은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2012년 12월 KBS를 떠난 나 PD는 2013년 7월 ‘꽃보다 할배’로 돌아왔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4명의 할배들과 짐꾼 이서진의 배낭여행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꽃보다 할배’는 유럽편에 이어 대만편, 스페인편까지 제작됐다. 이후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이승기가 뭉친 ‘꽃보다 누나’가 다시 한 번 큰 화제를 모았고 윤상 유희열 이적이 함께한 ‘꽃보다 청춘’ 페루편, 유연석 손호준 바로의 라오스편이 연달아 방송되며 대한민국에 여행 붐을 일으켰다.


2013년부터 2014까지 ‘꽃보다’ 시리즈로 쉼 없이 달렸으니 쉴 법도 한데 나 PD의 행보는 끝이 없었다. 이서진-옥택연의 유기농 라이프를 담은 ‘삼시세끼’를 기획한 것. 현재 ‘삼시세끼’는 시청률 8%를 돌파하며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적 후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나 PD는 최근 티브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긴 호흡을 중시하는 지상파였다면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은 만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신원호PD의 예능을 닮은 드라마, ‘응답하라’ 열풍은 아직도 있다

신원호 PD 역시 2012년 KBS를 퇴사한 후 CJ E&M으로 이적했다. 그 해 신 PD는 ‘응답하라 1997’로 ‘응칠 신드롬’을 만들어내며 드라마 PD로서 화려한 데뷔식을 치렀다. 특히 서인국-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스타로 거듭났다.

이듬해인 2013년 다시 한 번 신 PD가 내놓은 것이 ‘응답하라 1994’다. 3년 전으로 돌아간 ‘응답하라 1994’의 열기는 ‘응답하라 1997’보다 더 뜨거웠다. 정우 고아라 유연석 등은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고, 김성균 손호준 등도 오랜 무명생활에서 벗어났다. 서인국 정은지부터 시작해 정우 고아라까지, 모두 신 PD가 발굴해낸 연기자들인 것. 또 ‘응답하라 1994’는 케이블드라마로서 최초로 시청률 10%를 돌파했고, 예능형 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신 PD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 신 PD는 지난 10일 티브이데일리에 “슬슬 회의를 시작하려 한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기획한 것들이 있는데, 어떤 것이 맞을지 본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그것이 ‘응답하라’ 시리즈의 연장일지 아닐지는 회의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차기작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또 최근 ‘미생’을 통해 승승장구 중인 동기 김원석 PD에 대해서는 “잘돼서 정말 좋다. KBS에 있을 당시 원석 형은 드라마국에 있었고 나는 예능국에 있어 접점은 없었다. 하지만 동기라는 특별함이 있지 않나. 동기사랑이 나라사랑이다”라며 자랑스러워 하기도 했다.

◆ 2년여의 제작기간 ‘미생’, 김원석 PD 뚝심 통했다

최근 가장 ‘핫’한 드라마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미생’이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임시완)가 대기업 종합상사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본격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생’은 초반 우려를 딛고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원석 PD가 있다. KBS에서 ‘신데렐라 언니’ ‘성균관 스캔들’ 등을 연출한 김 PD는 CJ E&M으로 이적 후 뮤직드라마 ‘몬스타’로 복귀했다. 비스트 용준형의 첫 연기 도전작이자 하연수 강하늘 등을 발굴한 작품이 ‘몬스타’인 것. 10대를 타깃으로 한 ‘몬스타’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않았지만 노래를 드라마 속에 자연스럽게 사용, 성공적인 뮤직드라마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그로부터 1년 후, 김 PD는 ‘미생’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자랑했다. 별명이 ‘초극세사 디테일’로 알려진 김 PD는 현장의 종이 하나까지 관리하며 완벽한 직장을 묘사했다. 특히 늦은 밤 차례로 꺼지는 건물의 불빛을 바둑돌로 묘사하고 장그래의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오가며 ‘미생’의 감동을 만들어냈다. 신원호 PD 역시 동료로서 시청자로서 ‘미생’을 극찬했다. 그는 “10년 만에 본방사수 하는 드라마다. 나 역시 직장인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면서 “‘미생’은 현실에 뿌리내린 개연성이 돋보이는 드라마다. 리서치를 충분히 해 그 디테일을 채워 넣은 부분들이 현실성을 강화한다. ‘저건 진짜 같다’는 공감이 가장 큰 인기요인인 것 같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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