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눈빛이 매서운 배우가 나타났다. 출연 영화는 고작 세편이지만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는 배우 조동인(25).

故 조세래 감독의 데뷔작이자 유작이 된 영화 '스톤'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그를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스톤'에서 조동인은 프로기사의 꿈을 접고 내기 바둑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천재 아마추어 바둑기사 민수 역을 맡았다. 민수는 우연한 기회에 조직 보스 남해(김뢰하)의 바둑 선생이 되고, 몰랐던 세상을 경험하며 인생을 배운다.

조동인에게 '스톤'의 개봉 자체는 남다른 의미였다. 아버지 조세래의 첫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였고, 자신에게 있어서도 첫 주연 영화였다. 조동인은 영화가 자신을 염두해 두고 쓰인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수라는 역할은 저보다 감독님의 어린 시절을, 남해는 감독님의 지금이나 그 이후의 시절을 담고 있어요. 감독님의 모습이 많이 투영된 영화죠"라며 영화와 아버지에 대한 설명을 보탰다.

아버지의 영화였지만 주연자리를 꿰차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조동인은 "오디션을 봐서 된 것은 아니었어요.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오디션으로 뽑히고 나서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것도 실례이니까요"라며 손사레를 쳤다.

이어 그는 "처음에 시나리오가 나왔을때 아버지가 한 번 읽어보라고 던져 주셨었는데 투자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열심히 보게 됐어요"라며 출연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쉽게 민수가 될 수는 없었다. 조동인은 "하루는 아버지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집에 오셨어요. 제 사진을 보고 온 스태프가 다 반대를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사실 포기하고 군대를 갔다 오겠다고 했었죠"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렇다면 조동인은 어떻게 '스톤'의 주연이 됐을까. 민수라는 인물은 바둑에 대해 알고 있는 배우가 연기해야 했고, 날카로우면서도 캐릭터에 맞는 적절한 분위기를 지닌 배우가 필요했다. 이에 이미 최종선상에서 탈락됐던 조동인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사진이 아닌 조동인의 실제 모습을 본 스태프들은 모두 그의 캐스팅을 반겼다. 이렇게까지 잘 생겼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우여곡절 끝 조동인과 故 조세래 감독이 만들어낸 '스톤'은 개봉전 이미 부산국제영화제, 로카르노영화제, 하와이국제영화제, 이탈리아 아시아티카영화제, 마라케시국제영화제, 프랑스 본 스릴러 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첫 주연 영화에서 강한 존재감을 발휘한 조동인이 배우가 된 계기는 단순했다. 조동인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적은 장래희망을 보니 소방관이더라구요. 그때는 아마 여자는 선생님 아니면 간호사, 남자는 경찰관 아니면 소방관을 적던 때였으니까"라며 "그리고 2학년 때부터는 영화배우를 적었어요. 기억은 안 나지만 감독님이랑 어머니가 만나신 것도 영화사고, 형은 또 연출을 하시거든요. 집안 내력이 약간 그런쪽이라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차두리 선수와 차범근 해설위원 집안처럼요"라는 말로 웃음을 줬다.

이렇듯 자연스럽게 배우의 걸을 걷기 시작한 조동인은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칼날'으로 영화계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그는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과 이번 영화인 '스톤'을 통해 연기 폭을 넓혔다. 조동인이 말하는 출연 영화 세 편의 공통점은 모두 다 저예산 영화였다는 점과 연령대가 있는 감독님의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이런 조동인에게 세 감독과의 추억은 남다른 것이었다. 조동인은 "세 분 다 카리스마가 어마어마하세요. 그리고 세 분 다 편집을 생각하시고 영화를 찍으세요"라며 "편집을 생각하고 영화를 찍으니시까 어떻게 보면 정말 빨리 찍는 거지만 효율적으로 딱 필요한 것만 찍는 거죠"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조동인은 세 감독 한 명 한 명의 장점을 거론하며 자신이 겪은 경험담들을 늘어놨다. 조동인은 "정지영 감독님의 작품에는 분량이 많지 않아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정 감독님은 편집점을 생각하고 찍는 분야에서는 최고인 것 같아요. 샷도 많이 안 찍으시거든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김기덕 감독에 대해서는 영화 '일대일'의 시나리오, 미술, 연출, 카메라 등 모든 것을 혼자 다 하신 분이라며 '슈퍼맨'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 그는 "(김기독 감독은) 영화를 엄 빨리 찍으셔서 '이래도 되나' 싶었어요. 그런데 '이게 되구나' 싶었던 영화가 '일대일' 이에요. 그래서 '거장 거장' 하나봐요"라며 웃어보였다.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래 지켜본 故 조세래 감독에 대한 느낌은 정확하고 또 애틋했다. 조동인은 "조세래 감독은 현장에서 말을 많이 안 하세요.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들이랑 같이 작업을 하는데 말이 많으면 싫어한다'고 하셨거든요"라며 "그러다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때서야 이야기를 하고, 배우들은 연기에만 집중하게 해주신은 편이에요"라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조동인은 "(조세래 감독이) '스톤'을 촬영할때는 워낙 영화계를 떠난지 오랜만에 돌아오셔서인지 카메라 기법 이런 것도 잘 모르시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은 그냥 편하게 하셨고, 그 점이 현장의 분위기를 더 좋게 만들었어요"라고 전했다.

조동인이 아버지의 작품에서 연기한 것은 뜻깊은 일이었지만 그 작품이 유작이 됐다는 점은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남은 배우 인생 동안 다시 겪지 못할 일이기도 했다. 조동인은 "편집이 끝나고 아버지가 잘못 되셔서 정말 안타까웠어요. 최종본이 아프실때 편집하신 작품이거든요.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배운 점이 있다기 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라며 부모님의 건강을 미리 챙기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이렇듯 데뷔 4년만에 많은 일들을 겪은 조동인은 자신의 10년 후와 20년 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그는 "십년 후라면 군대를 다녀왔을거고, 결혼은 했으면 좋겠어요. 그때도 당연히 좋은 작품을 이어갔으면 좋겠고요"라며 "모든 연기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그리고 흥행배우는 아니더라도 '믿고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라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