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최근 연극 ‘발칙한 로맨스’와 ‘올모스트 메인’을 성황리에 마친 오의식(32)은 현재 뮤지컬 ‘아가사’와 연극 ‘나와 할아버지’에 동시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쉼 없는 작업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최근까지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연습과 공연을 병행해야 했다. 특히나 ‘아가사’가 최근 동국대 이해랑 극장에서 대학로로 공연장을 옮겨 연장공연에 돌입해 변함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소위 말해 ‘겹치기’ 공연을 하면서 생기는 체력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을 텐데도 오의식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욕심을 내고 싶던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웃음 지었다.

“이상하게 작품마다 첫 만남이 참 많았어요. ‘올모스트 메인’과 ‘나와 할아버지’는 극단 작업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참여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죠. 또 ‘발칙한 로맨스’는 김수로 선배님을 처음 만나게 된 작품이라 거절을 할 수 없었죠. 제 입장에서 저를 보시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셨으니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잖아요. 그리고 ‘아가사’는 개인적으로 김태형 연출님과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내게 된 작품이었죠.”

그리고 오의식은 ‘나와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 건 행운 중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 ‘공연 배달서비스 간다’라는 극단 식구가 될 수 있었기 때문.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나와 할아버지’와 ‘아가사’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진선규, 홍우진 그리고 정선아가 있었다.

“제가 정식으로 극단원이 된 건 작년부터였거든요. ‘나와 할아버지’ 남산 낭독회 준비를 할 때 민준호 연출님이 준희는 예전부터 홍우진 형으로 점 찍어놨었어요. 그런데 우진이 형이 ‘트루웨스트’ 공연 날짜와 겹쳐서 못하게 됐거든요. 그 때 정선아 누나가 저를 연극 ‘여왕개미’ 때 좋게 보고 연출님께 추천을 했었어요. 하지만 연출님은 자신이 믿고 솔직하게 얘기를 할 수 있는 배우와 작업을 하고 싶어 하셨어요. 선아 누나는 계속 저를 밀고 연출님은 고민을 하는 상황에서 진선규 형에게 물어보신 거죠. 선규 형도 우연찮게 ‘여왕 개미’를 보고 난 뒤 선아 누나에게 제 얘기를 했었대요. ‘우리 극단 들어오면 참 좋겠다’고 말이죠. 그래서 선규 형이 연출님께 ‘그 친구와 한 번 해보고 싶다’는 한 마디를 했고 그 덕분에 제가 출연을 하게 됐죠.”

2013 남산희곡페스티벌 낭독공연과 7월 대학로 정보소극장에 이어 현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민준호 연출이 실제로 자신과 할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혈기왕성한 공연대본 작가 준희가 소재를 찾던 중 자신의 할아버지를 관찰하는 데서 출발하는 이 연극은 전쟁 통에 헤어진 할아버지의 옛사랑을 찾는데 준희가 동행하면서 자신이 상상할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삶을 대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의식은 홍우진, 이희준과 함께 준희 역을 맡고 있다. 그는 전 공연과 달라진 점에 대해 “극장 자체가 커지고 배우 수도 더 늘어나다 보니 개인적으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라고 설명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이렇게 조금 더 큰 극장으로 옮기게 됐는데, 그 때는 공연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를 하다 보니 모자랐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 연출님과 얘기를 많이 했고, 또 그것을 채워나가는 과정 중에 있죠.”

이번 공연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김승욱이 할아버지 역에, 이희준이 준희 역으로 합류했다는 것이다. 오의식은 각 배역별로 최고의 선배들이 참여를 한다는 점만으로도 많은 도움과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하면서 던져주는 농담 속에서도 배울 것이 많아요. 연출님이 아무리 알려주시고 제가 백날 고민을 해도 직접 보면서 얻는 것이 정말 많죠. 그래서 선배들도 우리와 같이 하시면서 ‘믿을 수 있는 후배구나’라는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사실 오의식은 외모나 말투, 전체적인 분위기 등이 이희준과 많이 닮아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프레스콜 현장에서 오의식을 이희준으로 생각했던 기자도 있을 정도. 오의식 또한 “‘간다’ 팀에 들어오기 전부터 희준 형과 닮았다는 말을 들었죠”라고 했다.

“웃을 때 얼굴 찌그러지는 것까지 닮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혹시나 극단 선배고 형이라서 모델 삼아 연습을 했냐고 오해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게 전혀 없거든요. 형과 가까워지기 전부터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렇다 보니 같은 역할을 연기하게 되면 비교 아닌 비교도 당할 수 있을 것 같아 혹시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느냐고 묻자 오의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제 스스로는 많이 배워야 하는 신인의 위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교 당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저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부담은 전혀 안 들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 선배 연기자들은 오의식에게 어떤 존재일까. 누가 가장 많이 괴롭히냐는 질문에 오의식은 잠시 웃더니 고민을 하다 “제일 잘해주는 이도 우진이 형이고 제일 괴롭히는 이도 우진이 형이에요”라고 홍우진을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홍우진과 오의식은 ‘아가사’와 ‘나와 할아버지’ 두 작품에서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우진이 형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 자체로 감사하죠. 정말 좋아하는 형이고 선배인데, 많이 보고 느끼고 있어요. 저 또한 형에게 도움을 주는 후배가 될 수 있기를 바라죠.”

또 진선규에 대해서는 “연기 잘한다는 말은 식상한 표현이다 싶고, 같이 연기 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배우에요. 자타공인 믿음이 가는 배우라 함께 하면 참 좋아요. 정말 이 극단의 형 누나들과 평생 같이 연기 하고 싶어요”라고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그리고 극 중 할아버지를 맡은 세 배우의 다른 점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그는 “오용 할아버지는 조금 섬세하고 예민하시고 약간의 여성스러움이 있으세요. 진선규 할아버지는 묵직하고, 김승욱 할아버지는 터프하세요. 연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직진 할배’ 같은 느낌이에요”라고 각자의 느낌을 간결하지만 정확하게 설명했다.

‘나와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 더 나아가 가족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특별하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눈물이 나는 이유는 이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뭉클함 때문일 것이다.

오의식 또한 공연을 하면서 재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많이 아프시다가 잠깐 회복되신 기간이 있었는데 그 때 집에 와계셨어요. 명절 때나 형식상 뵙다가 나이 들어서 할아버지를 뵙게 됐는데, 일부러 이것저것 여쭤보기도 하고 제 얘기도 해드리곤 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잠도 안 주무시고 여쭤보지도 않았던 말씀을 계속 하시더라고요. 저는 어른들 말씀 듣는 거 좋아해서 재미있게 듣기는 했는데, 그 동안 얘기할 사람 없어서 어떻게 참으셨나 싶더라고요. 방에 보지도 않을 바둑 채널을 틀어놓고 제게 말씀을 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요”라고 외할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렸다.

“물론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할아버지와 후회 없이 잘 지낼 수 있으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살아 계시다면 조금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하며 놀아드릴 수는 있을 것 같다 싶어요. 극의 마지막에 녹음하는 준희의 모습으로, 관객들 또한 조금 더 전화를 자주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부모님께 더 잘하자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저는 좀 가정적인 편이라 가족들과 다 같이 노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엄마가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하면 짜증이 나기 마련이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관심을 많이 가지고 시간이 나면 일산 집에도 가보려고 해요.”


‘나와 할아버지’는 현실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사와 상황이 참 매력적인 작품이다. “나도 저런 적 있어”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 그리고 이를 맛깔스럽게 살려내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극을 보는 재미중 하나다.

오의식 또한 ‘나와 할아버지’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로 완벽한 대본을 꼽았다. 그는 “무대에서 나오는 대사의 99%는 대본이에요. 어떤 분들은 ‘밋밋한 대본에 리얼리티를 잘 살리는 배우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 아니냐’고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 생각에는 어떤 배우가 연기를 해도 연기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게 쓰인 대본인 것 같아요. 할머니를 데려다 드리는 장면이나 할아버지와 네비게이션 얘기를 하는 장면은 애드리브 같단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다 대본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대본과는 약간 다른 성격을 가진 대본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라고 대본의 힘을 피력했다.

혹시 할아버지 역을 하고 싶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일단 나이가 들어도 준희를 할 수 있는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고 재치 있게 대답할 줄 아는 유쾌한 배우. 올해 결혼 4년차이자 5살이 된 딸이 있는 오의식의 고향은 제주도다. 제주도서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에서 인테리어 회사를 다니기도 했다. 배우가 되겠다는 꿈은 전혀 없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장 일을 배우고 난 뒤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계속 시계만 보게 되더라고요. 회사만 가면 시간이 안 가요. 그러다 회사가 하필 대학로로 이사를 오게 됐는데, 공연을 접하고는 다른 세상임을 느끼게 된 거죠. 무대 위 배우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저게 직업이야? 나는 시간이 너무 안 가서 하루가 보람이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내 직업이 만약 저거라면 시계만 볼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직업을 바꾸게 된 거죠.”

그렇게 남경읍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의 배우 양성반에 들어가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끝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6개월 후 워크샵 발표에서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는 ‘이거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까지 얻게 되었다고.

“1년 과정 수료할 때도 칭찬을 많이 받았고, 선생님 본인들 하시는 행사 때도 같이 하자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감사하게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죠. 그리고 ‘사랑에 대한 다섯 개의 소묘’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했고, 그 때부터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능력보다는 운이 좋았고, 제가 잘했다기 보다는 제가 만난 연출님과 선배들이 가둬놓는 분들이 아니라 배우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게 해주셨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오의식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마디를 물었다. 그러자 오의식은 깊게 오랫동안 고민을 하더니 “평범함”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배우처럼 안 보이는 평범함이 있다고들 하시는데, 이런 역할도 저런 역할도 할 수 있는 장점으로 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하고는 “열심히 할게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기회는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면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늘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배우로서 아직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부담이나 기대를 가지기 보다는 저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다행인거고, 아니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평가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늘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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