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순둥이처럼 고운 인상. 아직은 마냥 어릴 것만 같은 이 배우의 속내는 그 어떤 누구보다 단단하다. 자몽티를 마시며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틈날 때마다 노래를 부르며 목을 푸는 모습까지. 이 나이에 이렇게 진중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여물어져 가고 있는 배우 전성우와의 만남은 기대 이상으로 향긋했다.

1987년생인 전성우는 2007년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로 데뷔해 지금까지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쓰릴 미’ ‘밀당의 탄생’ ‘블랙메리 포핀스’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그런 그가 최근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에서 한 여자만을 목숨 다 바쳐 사랑하는 ‘순정남’ 몽룡으로 변신했다.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우리나라 대표 고전 소설인 ‘춘향전’과 ‘심청전’ 이야기를 절묘하게 엮어 만들어 낸 창작뮤지컬로 2002년 초연되어 올해 11주년을 맞이했다.

이 작품에서 전성우는 춘향 한 사람만을 사랑을 하는 이몽룡 역을 맡았다. 몽룡은 1막 내내 무대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닌다. 춘향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순간까지, 어쩜 그렇게 쉴 틈 하나 없이 뛰어다닐 수 있는지 보는 사람이 더 숨이 찰 지경이다. 그럼에도 전성우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무대 곳곳에 특유의 생기와 밝음을 뿌려댄다. 굳이 춘향이 아니더라도, 저 맑고 순수한 남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 여성 관객이라면 어쩔 수 없이 광대승천을 매 순간 경험하게 된다.

“(이)재균이가 공연 보고 그러더라고요. 정말 방방 뛰어다닌다고. (웃음) 그게 몽룡이의 캐릭터니깐요.”

그렇기 때문에 전성우 또한 이 작품을 하면서 힘든 부분으로 체력을 꼽았다. 공연 자체가 순간순간 집중을 하고 힘을 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이 외에는 늘 즐겁게 재미있게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우에게 ‘인당수 사랑가’는 굉장히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8년 전인 고 3 시절 대학로에 혼자 와서 봤던 공연이 바로 ‘인당수 사랑가’였다는 것. 그는 “인상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에요. 참 좋았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잊고 지냈는데 임강희 누나가 ‘인당수 사랑가’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해 동숭홀에 가서 공연을 봤죠. 진짜 좋더라고요. 정말 이런 순수한 사랑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의도치 않게 마이너하고 어두운 느낌의 작품을 많이 하게 됐어요. 사실 의도적이었던 것은 아니고 상황이나 시기가 그렇게 됐어요. 밝은 작품도 많이 도전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까지는 저와 맞는 작품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인당수 사랑가’도 제가 일본에 공연을 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라 컴퍼니 측에서 배려를 해주지 않았다면 못할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함께 할 수 있었죠.”

작품을 하면 간접적으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는 전성우는 ‘인당수 사랑가’를 하면서 늘 에너지를 많이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몽룡을 연기할 때 중점을 둔 것이 바로 혈기왕성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에요. 이것 하나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거든요. 순간순간 앞 뒤 가리지 않고 결정을 짓고 그대로 움직이는 몽룡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정말 다른 느낌의 몽룡이가 되기 때문에 그걸 가장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저는 성격상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많은 고민을 하고 결정해요. 저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더 중점을 뒀죠.”

팬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겠지만 전성우는 평소 말이 많지 않고 활달한 성격도 아니다. 몽룡이처럼 애교가 많지도 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활기와 사랑스러움이 흘러넘치는 ‘애교남’ 몽룡을 완벽하게 연기해내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온다.


이에 전성우의 실제 연애스타일이 궁금해져 물으니 그는 “몽룡이나 춘향이처럼 ‘뿅~’하고 사랑에 빠진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 보고 ‘어, 좋다’ 이 정도지, 이 사람과 평생 사랑을 하겠다는 느낌을 아직 받아 본 적은 없어요. 저는 점점 빠져드는 스타일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저 집착하는 거 되게 싫어합니다”라고 웃으면서 덧붙였다.

“여자 친구에게 잘 해주냐고요? 반반인 것 같아요. 잘해줄 때는 잘 해주는데 때로는 무뚝뚝해요. 그래서 (여자친구가) 그런 면을 안 좋아하기도 해요.”

극 중 변학도 역을 맡고 있는 이석준은 인터뷰에서 전성우에 대해 “아직 서른이 안 된 나이인데 진짜 놀랐다. 사실 그 전까지는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를 잘 몰랐다. 그런데 이번 작품 연습을 하면서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감정이 다 직구다. 배우로서 정말 좋다”라고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이 말을 꺼내자 전성우는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리고 “이석준, 고영빈 선배님과 만나는 장면은 없지만 많은 조언을 해주세요. 공연 모니터를 해주시고 ‘여기선 이런 감정 어떨까. 여기선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처음에는 뮤지컬이 아닌 연극을 하고 싶어 했고, 지금도 연극에 대한 갈망이 큰 전성우는 다른 매체로의 전향에도 뜻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하게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생각이다.

“연극도 하고 싶고 다른 매체로의 전향도 생각은 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두 급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급하게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만날 사람 만나고, 할 일 하면서 계속 준비를 하고 있다 보면 딱 맞는 기회가 온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전성우는 계속해서 자신을 깨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표현하지 않았고, 또 다른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 그게 어떤 인물이 될지라도 자신의 연기 인생에 도움이 된다면 거뜬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전성우의 목소리에서 거듭된 고민과 생각으로 더욱 단단해진 배우로서의 목표 의식이 느껴졌다.


인기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전성우는 인기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이유를 묻자 전성우는 “저는 늘 똑같아요. 항상 같은 무대에서 똑같이 연기를 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그 인기라는 것을 잘 모르겠어요. 물론 저를 알아봐주시고 저에게 다가와 주시는 분들이 조금 더 많아지긴 했지만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저는 서른에 뭔가를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더 새롭고 다양한 것을 하고 싶고, 저 자신을 깨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인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안 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뭔가 의도를 해서 작품을 선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정말 좋은 작품이기에 출연을 결정했고 앞으로도 그럴거에요. 물론 배우는 많은 관객들이 와주셨을 때 힘이 나겠지만, 지금은 조금 더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3년 안에 더 많이 저를 다잡아서 서른부터는 정말 많은 분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이 제 작은 목표에요.”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을 전공하고 있는 전성우는 과 톱을 차지 할 정도로 공부 잘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냥 성적 관리하는 정도였어요. 내신은 중상위권이긴 한데 공부를 기가 막히게 한 건 아니에요”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리고 전성우는 현재 틈날 때마다 일본어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다. 일본 관계자나 팬들과 소통을 하고 싶은데 대화가 안 되는 것이 답답해서 몇 마디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을 하게 됐다고. 그리고 못 봤던 영화나 책을 보면서 여가 시간을 보낸다고도 했다.

또 연기를 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배우를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한 전성우는 어느 배우들처럼 자신의 연기에 만족을 잘 못한다고 고백했다.

“배우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연기엔 답이 없다’인데, 연기를 점수로 매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지금 스물일곱 살의 전성우가 표현할 수 있는 몽룡의 최대에요. 현재 제가 느끼고 표현하는 몽룡, 그 자체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아쉬움은 항상 있죠. 분명 지나고 나면 그 아쉬움이 더 커질 거예요. 지금은 아쉬워도 그 순간에 가장 많이 집중하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우선인 것 같아요.”


사실 연기 외적으로 전성우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나 여배우보다 더 작은 얼굴이다. 왜소한 체격 때문에 혹시 콤플렉스가 있지는 않느냐고 묻자 전성우는 “콤플렉스는 없어요. 골격은 작지만 운동을 하면 근육이 붙더라고요. 그 차이가 크다고 느낀 것이 작년에 함께 작품을 했던 형과 누나들을 이번 ‘밀당의 탄생’에서 만났는데 되게 다르게 보더라고요. 그 전에는 정말 왜소한 아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느껴지시나봐요. 요 사이에는 시간이 너무 없어서 운동을 못했는데 다시 해야죠. 왜소한 건 충분히 옷으로도 커버할 수 있고, 사실 무대에서 벗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는 건 아니에요. 벗는 역할이 들어오면 몸을 만들어야죠.(웃음)”라고 유쾌하게 대답했다.

또 전성우는 특별한 피부 관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에 난리가 날 정도로 피부가 안 좋아지고 나서는 오일 제품을 안 쓰는 정도일 뿐이라고. 딱히 피부를 위해 마사지나 팩을 할 정도의 투자는 못 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대신 체력을 위해 일단 열심히 먹는다고 했다. 보기와는 다르게 식탐이 엄청나다는 것. 의외라서 계속 되묻자 전성우는 “저 엄청 먹어요. 식욕이 장난 아니에요. 물론 재균이는 탑이라서 따라 갈 수 없지만요”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막간으로 “혹시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멜키어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라고 묻자 전성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사실 멜키어를 멋모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저와 어울릴까 싶어서 그냥 좋아하는 작품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멜키어를 해서 김무열 선배나 윤현민 형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하면 하겠죠. 하게 되면 엉덩이 보러 오세요”라고 재치 있게 말하고는 웃음 지었다.

마지막으로 “전성우에게 ‘인당수 사랑가’는?”이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정말 오랫동안 고민을 하면서 “어렵네요”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오랜 침묵을 깨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준 작품. 기분 좋아지게 하는, 그런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앙탈을 볼 수 있죠”라고 덧붙이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한 마디를 하더라도 생각을 많이 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진중한 성격의 전성우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마디만 해달라는 요청에도 꽤 긴 시간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진지, 진중함”이라고 대답했다. 이유를 듣지 않아도 이보다 강렬하게 와닿는 말이 있을까. 3년 뒤 서른이 된 전성우가 얼마나 더 깊고 멋진 배우가 되어 있을지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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