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소담 기자] 데뷔 17년차 두 아이의 아버지. 초등학교 첫사랑과 만나 19년 열애 뒤 결혼에 골인한 순애보를 지닌 배우 오정세가 확 달라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를 통해 주연으로 발돋움 한 오정세가 맡은 역할은 한류스타 이승재다.

오정세의 한류스타 역 캐스팅부터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영화 ‘남자사용설명서(감독 이원석, 제작 영화사 소풍)’는 존재감 없던 국민흔녀 최보나(이시영 분)가 연애박사 스왈스키(박영규 분)를 만난 후 국민훈녀로 거듭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막히고 아찔한 연애스토리를 담고 있다.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오정세는 찌질남과 한류스타 사이를 묘하게 줄타기 하며 웃음을 안긴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인터뷰를 가진 오정세에게 이번 영화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물었다.

“‘남자사용설명서’는 관객들에게 배우 오정세에게 이런 매력도 있구나 하고 깨닫게 해 주는 영화다. 이번 영화를 통해 칭찬을 많이 받고 있어 기분 좋다. 사실 전작들에서도 항상 관심은 조금씩 받았었다. 하지만 그게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이번 영화는 나에게 좋은 정점을 찍게 해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좋은 상태가 계속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정세가 맡은 이승재 역은 우연한 계기로 출연한 작품이 잘 되면서 긴 무명시절을 벗고 벼락 한류스타가 된 인물이다. 하지만 오정세는 이승재와는 다른 배우가 되길 원했다. 인기에 대한 욕심보다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 큰 배우였다.

“벌써 데뷔 17년차다. 극중 이승재처럼 거창한 한류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또 인기를 얻는다고 해서 그처럼 거만해지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그저 나를 진정으로 인정해주고 아껴주는 고정팬 3명 정도만 생긴다면 좋겠다.(웃음)”

‘남자사용설명서’ 속 한류스타 이승재와는 다른 오정세의 모습에 어떻게 이승재 역할을 맛있게 소화해 낼 수 있었는지,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해졌다.

“특별히 참고한 한류스타는 없다. 다만 이승재란 인물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를 보고 생각했다. 보여 지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른, 직업만 연예인인 평범한 보통 남자를 그리고 싶었다. 한류스타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지는데, 이승재는 친근하면서도 빈 구석이 많은 인물로 설정했다.”

오정세는 찌질한 한류스타 이승재 캐릭터 설명을 늘어놓더니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강남스타일’을 통해 월드스타가 된 싸이다.

“지금의 싸이를 보면 이승재와 비슷하다.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다가가기 어렵다기 보다 친숙한 이미지다. 겉모습 보다는 본인이 가진 에너지와 열정을 무기로 스타가 됐다. 누군가는 운좋게 월드스타가 됐다고 하지만 그동안 싸이는 계속해서 특유의 매력으로 대중에게 어필해왔다. 이승재는 무명시절 배역을 따내기 위해 밤새 준비를 하고 최보나 앞에서 무작정 오디션을 보기도 한다. 그 때문에 보나는 승재에게 호감을 갖는다. 나름 모두가 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스타가 될 수 있었단 생각이 든다.”



오정세는 이승재 캐릭터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자칫 이승재의 찌질함이 비호감으로 다가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이승재 역할은 매력적이면서도 조금만 어긋나면 불편함을 줄 수 있어 연기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시영 씨가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있다. 자신의 진심을 오해하는 승재에게 보나가 속마음을 얘기하는 부분이다. 그런 진지한 상황에서 보나에게 승재는 계속해서 ‘그래서 그 남자랑 잤냐?’고 캐물어야 했다. 한 번도 아니고 보나가 자리를 뜬 후에도 카메라 앞에서 계속 추궁을 하는 모습이 비호감으로 보일까 걱정됐다. 때문에 감독님과 이견이 있었다. 일단 찍어보고 불필요하다 느끼면 편집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영화에선 전체가 다 나왔다.(웃음) 다행히 굉장한 비호감은 아니었다고 하더라.”

오정세는 ‘남자사용설명서’를 찍으면서 이원석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서로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여과 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오정세는 “예전엔 아이디어 10개가 생각나면 나 스스로 검열을 해서 2개 정도만 제안했었다. 이번엔 10개가 생각나면 그냥 다 말했다. 그러면 감독님이 그 중 좋다 생각 드는 것들을 걸러내 사용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원석 감독은 ‘남자사용설명서’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로맨틱 코미디를 창조해 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오정세 또한 앞서 영화를 접한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중이다. 하지만 이들의 상대가 만만치 않다. 이제 갓 주연으로 올라선 오정세는 영화 ‘베를린’ 하정우 류승범, ‘7번방의 선물’ 류승룡과 맞붙는다.

“2월 극장가에 좋은 영화, 좋은 배우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정세만이 가진 이점이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반대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 이상의 것을 얻게 된다면 만족감은 배가 된다. 나에 대한 기대치가 하정우, 류승범, 류승룡 씨 보다 낮기 때문에 오히려 관객들에게 좋은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월 극장가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란 점도 강점이다. 게다가 평범한 로코도 아니지 않나.(웃음)”


[티브이데일리 이소담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김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