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2007년 여름 공유와 윤은혜를 ‘로맨스 강자’의 자리에 올렸던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피프린스’)이 뮤지컬로 돌아왔다. 아기자기하고 달달한 스토리로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이 드라마는 여전히 윤은혜의 대표작으로 회자된다.

하지만 지금껏 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이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아무래도 16회 이상의 방대한 양을 두 시간의 러닝타임 안에 담아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익숙한 스토리 라인으로 인해 결말에 대한 궁금증도 적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커피프린스’의 뮤지컬화가 반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뮤지컬,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드라마가 아닌 이선미 작가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는 ‘커피프린스’는 부수적인 이야기는 다 쳐내고 한결(김재범, 김태한)과 은찬(유주혜, 홍지희)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객석에서 모습을 드러낸 ‘커피프린스’ 점원들은 2호점 오픈 이벤트를 열면서 지난 여름에 있었던 1호점에 대한 추억을 손님들에게 들려준다. 할머니의 강압이 싫은 한결은 미국으로 떠나기 위해 폐점 위기에 처한 왕자커피숍을 도맡게 된다. 그리고 그는 하림(김기방, 김남호), 선기(김동혁, 윤나무), 홍사장(신문성)과 함께 카페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가게 이름도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바꾸면서 말이다.

이 때 홍사장과 친분이 있던 은찬이 시급 8천원이라는 말에 혹해서 일을 하겠다고 떼를 쓰고, 결국 은찬은 남자라 속이고 커피프린스에서 일을 시작한다. 처음엔 다투기만 하던 한결과 은찬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급기야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

까칠하기만 하던 한결이 은찬에게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나 서로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뒤 닭살 애정 행각을 벌이는 장면은 자연스레 웃음을 유발한다. ‘김종욱찾기’, ‘극적인 하룻밤’을 통해 로맨틱코미디 연기도 맛깔스럽게 연기했던 김재범 특유의 재치와 코믹함이 ‘커피프린스’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했다.

또 짧은 커트머리를 한 유주혜 또한 식성 좋고 살가우면서도 털털한 은찬을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드라마 속 윤은혜와 닮은 듯 다른 유주혜를 보고 있자면 사랑스럽고 귀여운 고은찬의 매력을 잘 살려낸 듯해 저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 촉박한 시간, 설명 부족한 고은찬 캐릭터

“한번만 안아보자”, “니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상관없어. 가보자, 갈 데까지” 여심을 흔들었던 한결의 대사가 뮤지컬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타이밍 탓인지, 몰입도 탓인지 긴장감과 설렘이 떨어진다. 또한 은찬과 한결이 처음 만나 앙숙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드라마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을 듯 하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부분은 은찬의 캐릭터다. 홀어머니와 철없는 뒷바라지를 해야 했던 은찬은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틈틈이 인형에 눈알 붙이기, 마늘까기 등의 부업도 했다.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던 은찬은 돈을 벌기 위해 남자라고 속이면서까지 커피프린스에서 일을 했다.

그랬기에 일자리 사수를 위해 기를 쓰고 남자 행세를 했었다. 그러다 바리스타에 재미를 느끼게 됐고, 사랑도 하게 됐다. 여자라는 사실을 밝히려 했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쉽지가 않았다. 이 모든 과정들이 생략되다 보니 후반부의 은찬과 한결의 대립은 맥이 빠진다. 특히 급작스러운 화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떨어진 밤을 줍다가 서로에게 다시 다가가던 한결과 은찬의 모습이 사라져 더욱 아쉽다.


◆ 아기자기한 무대…큰 웃음주는 까칠 컵공주

이름 만큼이나 아기자기한 카페 내부엔 은찬이 가져온 인형들이 놓여있다. 이 인형은 은찬과 한결의 마음을 대변하는 중요한 소품으로 사용된다.

또 커피향이 가득한 카페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지나치지 않는다. 홍사장은 은찬에게 긴 시간 차가운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만든 ‘더치커피’를 알려준다. 이 커피는 정성이 필요한 제조 방법 때문에 ‘커피의 눈물’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고. 이 커피를 마시며 은찬은 자신의 마음을 노래하게 된다.

매출 300%를 달성해야 하는 한결과 점원들의 매장 홍보 이벤트도 극의 볼거리 중 하나다. 마법에 걸려 남자로 변신한 컵공주를 구하기 위해 각국의 커피 왕자들이 커피콩을 들고 찾아온다. 흥겨운 음악, 신나는 댄스와 함께 킬리만자로 AA, 하와이안 코마, 브라질 버본 산토스 등 각국의 커피콩이 소개된다. 이 때 배우들은 직접 객석까지 내려와 관객들에게 커피콩을 전해주며 호응을 유도한다.

코믹 연기의 달인인 배우 김수로가 제작PD로 나선 뮤지컬 ‘커피프린스’는 MBC ‘무한도전’-‘나름 가수다’ 편에서 ‘영계백숙’을 연출해 화제를 모은 김동연 연출과 김경엽 안무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또 2012년 창작 뮤지컬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풍월주’의 정민아가 대본과 작사를 맡았다.

이제야 시작되는 봄. 연인 혹은 친구와 함께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커피 한 잔 즐겨보는 건 어떨까. 4월 29일까지 대학로문화공간 필링 1관(구 이다 1관) 공연.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