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효정 기자] 12년 만에 눈을 뜬 뱀파이어 여전사 셀린느. 그녀는 자신을 쫓는 인간들과 라이칸에 대항해 수적 열세의 치열한 전쟁을 지속한다.

4편으로 돌아온 '언더월드:어웨이크닝'(감독 만스 말린드, 비욘 스테인)은 더 강하고 스타일리시해졌다. 검은색 가죽재킷을 휘날리는 케이트 베킨세일은 더없이 섹시하고 강력해졌고, 영화 '씬시티'를 연상시키는 회색빛 도시의 밤은 정교하게 짜인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재미까지 있다.

이 스타일리시한 액션 판타지를 만나기에 앞서 관객들은 머릿속에서 '계산'을 지우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왜 액션영화 속 여주인공은 섹시한가', '왜 항상 주인공은 죽지 않는가', '왜 하필이면 검은색 라텍스 의상인가' 수없이 반복되어 온 액션물의 고질적인 질문을 지우고 나면 '언더월드'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케이트 베킨세일이 연기하는 셀린느는 인간이 뱀파이어를 통해 전염되는 병을 막겠다는 이유로 시작된 대학살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 사랑하는 마이클과 함께 잡혀 12년 간 실험실 속의 생기 없는 피사체로 있을 뿐이다.

셀린느의 인간에 대한 증오심과 불타오르는 복수심은 12년이라는 세월에 비례해 더욱 강해졌다. 그는 라이칸과 자신을 쫓는 인간에 대한 '이유 있는 복수'를 시작했다. 셀린느의 복수의 명분에 걸맞은 액션장면이 사용됐음을 말 할 것도 없다.

특히 셀린느의 주저하지 않는 살벌하고 무자비한 살육장면은 관객들에게 스크린에서 눈을 뗄 틈을 주지 않는다. 인간까지 합세한 고독한 전쟁에 홀로 맞서는 그녀는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는 살육전에 몰두한다. 액션의 본질 그 자체에 몰입하면서 감정을 뺀 군더더기 없는 액션이 주는 쾌감은 3편에 실망했던 '언더월드' 팬들에게 다시 한 번 영화의 마니아로 자부하게 될 계기를 줄 것이다.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셀린느의 딸 이브(인디아 아이슬리). 여자, 그리고 아이라는 연약한 위치의 이브가 보여주는 셀린느를 능가하는 전투력은 의외의 반전쾌감까지 선사한다. 영화 '힛걸'의 소녀와는 또 다른 재미다. 신비감까지 더한 캐릭터의 등장에 극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이브의 등장으로 인해 셀린느는 '모성애'라는 코드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무자비한 여전사 셀린느에게 이브의 존재는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고 전쟁에 대한 명분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하세계에서 벌어지는 라이칸과의 결투에서 이브를 보호하려고 하는 셀린느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극의 늘어짐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제는 익숙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인간의 결투, 그리고 4번 째 속편. '언더월드4'가 가지고 있는 위치는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그러나 극을 이끌어가는 케이트 베킨세일이 보여주는 액션쾌감은 식상함 대신 '언더월드' 시리즈만의 세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파격적 신선함으로 바뀐다.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내려놨다면 마음껏 셀린느와 이브의 모습을 즐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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