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김지현 기자] 성장하는 배우를 지켜보는 일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이것은 하나의 쾌락에 속한다. 배우가 다음 작품에서 보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을 때 이를 바라보는 이들은 즐거움에 빠진다. 마치 곱하기를 배우고 나누기로 넘어갈 때 느껴지는 뿌듯함과 같다.


지난 19일 종영된 SBS 드라마 '49일'(극본 소현경, 연출 조영광)의 정일우(25)가 그랬다. 곱하기를 마치고 나누기에 들어간 이 배우는 너무도 능숙능란하게 셈을 하고 있었다. 2년의 공백기가 오히려 힘을 준 느낌이였다. 초심으로 돌아간 마음이 느껴졌고, 연기로 증명했다.


25일 오후 서울 압구정의 한 까페에서 만난 정일우는 작품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모든 작품이 소중했지만 '49일'은 애착이 정말 커요. 상황 그 자체에, 캐릭터에 빠져들면서 연기했거든요. 마음을 비웠는데도 몰입이 됐어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정일우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한다. 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상대배우 이요원과의 호흡은 거의 최고였다. "신기할 정도로 요원 누나와 호흡이 잘 맞는거에요. 누나도 저랑 호흡이 잘 맞아서 기쁘다고 했어요.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어요"


'49일'에서 정일우는 즐기고 있었다. 이전 작품이 갑자기 얻어진 스타덤에 놀라 갈 길을 찾는 방황의 시기를 말해준다면 '49일'의 정일우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불필요한 힘을 뺀 정일우에게는 새로운, 보기 좋은 에너지가 돌고 있었다.


"2년의 공백기 동안 힘들었어요. 지난 시간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텀이 길어지면서 힘들었지만 마음을 다 잡기 위해 노력했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결심했어요. '49일'이 특별한 건 이 때문이에요. 마음을 비우니까 오히려 많은 것이 채워졌어요"


'돌아온 일지매'를 선택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를 만류했다. 하지만 정일우는 변화가 필요했다. 스타덤에 등극시켜 준 '거침없이 하이킥'으로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절 '하이킥'의 이미지로만 소모시키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돌아온 이지매'를 선택했어요"


"잘 안됐지만 실패작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제 감정이 연기에 많이 반영이 되는 타입같아요. '돌아온 일지매'는 너무 빠른 변화 때문에 공감을 얻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후속작인 '아가씨를 부탁해'는 조금 풀어져있었거든요. 그게 연기에 다 나타나더라구요"


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갔다는 '49일'은 정일우의 새로운 마음가짐이 풍부한 결실을 맺게했다. 2년차 징크스를 완벽히 무너뜨렸고, 장난스럽지만 동시에 주변 캐릭터에 동기부여를 해야하는 주도적인 스케줄러 역할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아시겠지만 '49일'은 시사하는게 많은 작품이잖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삶을 뒤돌아 봤어요. 죽음을 다뤘지만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얘기하고 있는 작품이에요. 대사에도 나왔지만 우리 모두 죽을 걸 알면서 죽지 않을 사람인 것 처럼 살잖아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걸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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