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유진모 편집국장] 이런 걸 보고 이전투구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생겼나보다. 가수 태진아 Vs 작사가 최희진의 공방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추하다.


우선 태진아의 초기대응이 어설펐다. 결과야 어떻든 가요계 대선배로서 거짓말을 한 게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발목을 옥죌 족쇄다. 처음 최희진이 이루와 사귀었는데 태진아가 헤어지라고 강제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폭로했을 때 태진아는 사귄 게 아니라 일 때문에 잠깐 만난 사이라고 발뺌했다. 그리고 곧바로 그는 사귄 게 맞다고 번복했다.


경찰이 항상 여론의 뭇매를 맞는 원인은 초동수사 미흡이다. 태진아가 그 격이다. 게다가 정작 최희진과 사귀었던 이루는 침묵 일변도로 아버지의 뒤에서 조용히 숨어있다. 이것도 여론을 들끓게 하는 이유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는 최희진이 조금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어느 사회든 남녀가 헤어지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남자는 가해자, 여자는 피해자’이기 마련이다. 왜냐면 우선 성적인 문제 때문이고 두 번째는 경제적인 이유다.


그래서 최희진의 ‘유산과 태진아의 낙태요구’ 주장은 그녀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결과를 야기했다. 하지만 그녀의 미심쩍은 행동과 증거 등은 그런 동정론을 희석하고 있다. 미니홈피에 유산과 낙태를 짐작케 하는 글을 올렸다가 금세 지운 점, 그리고 유산 후에 태진아와 다정하게 지내는 미니홈피의 증거, 그리고 그에 대한 미심쩍은 변명 등이 오히려 그녀에 대한 비호감을 증폭시킨 것.


가장 의심스러운 점은 곧 그녀의 책이 출간된다는 사실이다. 왜 그토록 아프고 괴롭고 힘들었으면 진작 문제제기나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지 이루의 컴백과 그녀의 서적 출간에 발맞춰 이슈화하냐는 의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 최희진에게 ‘이루를 괴롭히는 동시에 책 홍보하려는 것 아니냐’ 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오비이락일 수도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가요계의 대선배인 태진아의 초기대응도 깔끔하지 못했다.


하지만 깨진 사랑도 사랑이고 완성되지 못한 사랑도 추억이다. 40년 가까이 살아온 최희진의 무너진 사랑의 수습은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 그 누가 뭐래도 그들이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최대한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이번의 분쟁으로 인해 가슴 시리고 눈부셨던 젊은 날의 초상이 아닌, 아픈 기억의 부스러기가 돼버렸다.


그녀의 주장이 백번 맞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패착을 뒀다. 그녀는 이루보다 10살이나 많다. 임신을 혼자 하나? 수태를 이루의 절대적인 잘못으로 몰고 태진아의 괴롭힘으로 유산당했다는 주장은 백보 양보하더라도 남자들만의 잘못으로 일방적으로 몰기에는 그녀의 나이가 많다. 나이가 벼슬이나 헤게모니는 아니지만 먹은 만큼의 책임은 필수다. 만약 반대로 이루가 10살 많았다면 그녀의 주장은 천번 만번 맞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일부 시각에 ‘돈문제가 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서린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주장은 무조건 옳다. 사람들이 가장 갈구하면서도 온전한 것을 성취하기 어려운 게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살면서 복수의 사랑을 경험한다. 그것은 완전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이 끝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은 사랑 없는 삶은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한 여자의 사랑과 인생이 한 철부지 청년의 풋사랑과 한 어른의 이기심으로 상처받았다면 그건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고 어른과 이 사회가 보듬고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그 여자의 욕심이 한 청년의 사회활동을 압박하고 한 어른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려 한다면 그것은 법과 도덕성이 지켜줘야 한다.


모든 것을 떠나 이 세상 그 어느 사랑보다 아름다워야 할 두 청춘남녀의 뜨거웠던 사랑이 차갑게 식다못해 냉각돼 산산이 부서지는 과정에서 진흙탕이 튀어 볼썽 사납다.


‘미안해요 잘해주지 못한 나지만 이별까지도 사랑할거예요 행복한 사람이 돼주세요 제발요’(‘까만 안경’)-이래야 할 이별이 ‘그대가슴에 안겨서 펑펑 나 울어요 이별이 아니라 사랑이 미워서’(‘하얀 눈물’)-이렇게 사랑마저도 미워하게 된 게 아닌가 안타깝다.


그나저나 진실은 뭔가 진짜 궁금하다. 혹시라도 양측에 뮌히하우젠 증후군(거짓을 말해놓고 사실이라 믿는 증상)이나 해리증후군(일시적 순간만 기억 못하는 증상)이 온 건 아닌지.


[티브이데일리 유진모 편집국장 desk@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