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조의지 기자] '블러디 쉐이크'(김지용 감독, 팜코리아미디어 제작)라는 타이틀 때문에 호러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잔뜩 긴장을 하고 갔다. 하지만 그 어떤 귀신 괴물 긴장감을 조성하는 사운드는 등장하지 않았다. 사실 호러라기 보다는 몽환적인 현실과 극단적인 상상이 뒤엉킨 팬터지 심리 드라마. 인간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심리와 자아를 끄집어내 극단적이면서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영화는 2년 전에 완성돼 이미 해외에서는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개봉 전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문제작으로 꼽히며, 지난해 영국 필름스톡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아 현지에서 "지금까지 봐왔던 아시아 영화와는 전혀 다른 한국의 문제작"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저예산의 독특한 실험적 영화 '블러디 쉐이크'. 소문난 잔치에 잔뜩 기대를 안고 갔다. 하지만 역시나 먹을 것은 많지 않았다. 시도는 신선했지만 그 시도에 따른 난해함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기까지 했다. 각 인물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은 서로 알게 모르게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스토리.


정신장애를 가진 삼촌(금동현)과 함께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수경(전혜진). 그리고 그녀를 지켜보기만 하는 찬우(성혁)와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을 거는 신사 우택(김도용 1인2역). 정육점 주인 지니(박진희)와 재즈싱어 루피(박선애), 가브리엘 신부(김도용). 평범하게 살고 싶은 평범한 샐러리맨 만호(장성원). 이들은 서로 알 수 없는 끈으로 이어져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영향을 받는다.


7명의 주인공들은 5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 말고도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까지 살짝 걸쳐져 있음을 보여준다. 한 편의 에피소드가 끝나고 다음 에피소드를 보다보면 '어, 이 장면이 이런 이야기였군'을 보여주는 것. 감독은 이런 방식으로 또 캐릭터들의 연결을 통해 관계와 소통에 대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영화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연출이었지만, 그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대중에게 전달되는데는 무리가 있었다. 초반 연출은 강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고 부족했다. 그나마 신사 우택의 이중적인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긴 했으나, 덕분에 젊은 배우들의 연기는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다. 루피 역의 신애 박선애는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첫 도전부터 파격적인 노출과 베드신까지 소화했다.


'블러디 쉐이크'는 각각의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긴 했으나 관객들에게 그 '관계'를 느끼게 하는데는 지나치게 실험적이었다. 중간중간 '뭐야', '이해했어?' 등 낮은 목소리의 울림. 보는 내내 미간 사이의 근육의 찌푸림은 완화될 줄 몰랐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난 후에도 혼란스러움만 남겼다. 괜히 한국의 문제작이 아니었다.


김지용 감독은 각각의 에피소드들 안의 커뮤니케이션과 더 나아가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가지는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주고자 했다. 분명 좋은 시도였다. 저예산 영화치곤 감각적인 영상미와 신선한 시도는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대중에게 다가가기에는 난해함이라는 장애물이 있었다. 새로운 장르의 도전에 촛점을 두면서 동시에 관객들의 시선도 계산에 넣었어야 했다.


국내 관객들의 반응과 달리 해외에서는 반응이 뜨겁다. 지난 3월 '2010 홍콩필름아트'에 참가해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은 물론 200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돼 호응을 얻었다. 이후 최근에는 영국 배급업체 Terracotta media와 영국 내 배급 계약을 체결, 아울러 프랑스 배급사에서도 배급 및 프로모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상담중이라고.


2년 전 완성했고, 4번의 재편집을 거쳐 드디어 개봉이다. 감독은 저예산 영화로 배우와 제작진이 영화 지분을 나눠가졌다고 밝혔다. 3D로 중무장한 상업영화가 판치는 요즘 '블러디 쉐이크'의 등장은 색다름을 선사한다. 모 아니면 도다. 모든 도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실험적 영화도 지향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쉽게 하하호호 하며 볼 수 있는 상업영화에만 눈길을 돌리다보면 영화의 발전은 있을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개봉은 5월 27일.


[티브이데일리=조의지 기자 young@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