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유진모 편집국장] KBS 2TV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동혁이 형’으로 등장하는 장동혁의 촌철살인 개그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보수성향의 방송개혁시민연대는 “동혁이형의 화법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유 혹은 은유를 통한 해학이나 풍자와는 거리가 있다”며 “대중이 공감할 사회문제를 직설화법으로 푸는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선동적 개그”라고 평가했다.


이런 비난에 대해 다수의 누리꾼들은 “틀리 말 한 것 아닌데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몰고간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진보단체들은 “개그는 개그일 뿐인데 왜 포퓰리즘이란 정치적 전문용어로 본질을 왜곡하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김인규 KBS 사장이 "앞으로 '동혁이형'을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말해 보수언론단체의 지적에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포퓰리즘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 혹은 비현실적이지만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어내 집권하거나 집권을 연장하는 정치를 뜻한다.


‘개그콘서트’는 공개녹화, NG를 최대한 배제한 녹화라는 신선한 형식으로 개그프로그램의 질을 한꺼번에 급상승시킨 효시로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변함 없는 사랑을 받아왔지만 불안전한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반복패턴을 고수해 기본 시청률을 유지하는 방향성 탓에 다소 지루해진 방송이다.


얼마전 동혁이형 캐릭터로 투입된 장동혁의 개그는 진부해진 ‘봉숭아학당’의 분위기를 일순간에 역전시킨 일등공신이자 내실있는 시사성 소재로 억눌리고 답답한 국민들의 체증을 한꺼번에 내려줘 인기가 높다.


동혁이형은 정치권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의 잘못을 지적해 통렬한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고위층의 비리를 속시원하게 비판한다. 또한 기업과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국민이 손해보거나 고통받는 점을 끄집어내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청량음료 역할을 해준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사적 사회적으로 비판을 가하는 메스다.


호화로운 서울시청 건설에 대해 “거기가 베르사유 궁전이냐”고 일갈하는가 하면 교육계의 비리에 대해 “정말 비리다. 너희가 고등어냐?”라고 꾸짖었다.


저소득층 저교육층일수록 TV 시청시간이 길 수 밖에 없다. 처해진 환경상 다른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희극인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생활 자체가 힘든 그들은 개그맨들의 포복절도할 대사와 연기에 생활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날리며 위안을 삼고 자그마하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어느 곳에 가서도 목소리를 내기 힘든 그들에게 있어서 동혁이형의 사회비판 개그는 소화제고 치유제고 활력소다. 힘 없는 그들은 정부기관에 항의전화도 할 줄 모르고 동회에서 큰소리 한번 칠 수 없는 약자다.


동혁이형은 그들이 하고 싶은 말를 대변해주는 것이고 그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줄 뿐이다.


한 누리꾼의 지적대로 ‘개그는 개그일 뿐’이다. 동혁이형이 큰 소리 쳤다고 고위층이 눈하나 깜빡일 리 없다. 그가 장학사의 비리를 비리다고 했다고 장본인이 찔끔하거나 죄를 뉘우칠 리 없다.


그러나 최소한 시청자는 통쾌하다. 그의 촌철살인의 대사에 10년 묵은 체증이 쑤욱 내려가며 ‘그래도 세상은 희망이 있다’고 다시금 밝은 내일을 꿈꿀 수 있다.


방송개혁시민연대는 "동혁이형의 주장에 선동적 언어가 난무한다“며 ”국민은 항상 피해자고 정부와 기업은 가해자“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중을 선동하는 것은 정치인만의 특권이란 말인가? 더불어 그렇다면 국민이 정부와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인가 되묻고 싶다.
‘

개그는 개그일 뿐’이다.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


동혁이형은 대중의 가려운 속을 긁어줌으로써 대중적 인기는 얻을 수 있을 망정 정부의 실정과 기업의 부패 및 착취에 맞서 싸울 아무런 힘은 없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 시청자를 웃길 뿐이다. 모처럼 신선하고 건전한 소재를 찾은 젊은 개그맨의 의욕의 날개를 부러뜨리지 말자.


[티브이데일리 유진모 편집국장 desk@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