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의 비밀' 어른들의 유치한 민낯 [씨네뷰]
2026. 10.28(수) 08:00
수능, 출제의 비밀
수능, 출제의 비밀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단 한 번의 기회로 인생의 궤적이 달라질 수 있는 가장 중대한 시험이다. 바로 대한민국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그렇다. 집안 환경, 값비싼 사교육 여부와 관계없이 오직 노력만으로 결과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의문이 있다. '대체 이런 문제는 누가, 무슨 생각으로 내는 걸까?'하는 생각이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은 바로 이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수능이라는 지극히 대중적인 공감 소재에 '출제 본부'라는 베일에 싸인 공간을 더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28일 개봉된 '수능, 출제의 비밀'(감독 이용재)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출제 본부를 무대로, 시험 문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숨겨진 일상을 그린다. 40일간 이어지는 합숙과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작업,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갈등을 통해 다채로운 재미를 안긴다.

영화는 수능 출제 본부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통해 기성세대의 민낯을 가차 없이 드러낸다. 수험생의 미래를 좌우할 시험을 만드는 이들이지만, 정작 수험생을 향한 배려보다는 학문적 권위와 학연으로 얽힌 이해관계를 앞세운다.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자신의 무능과 비리를 감추기에 급급한 출제위원들의 모습은 전문가 집단이라는 겉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작품은 모두에게 공정해야 할 시험을 만드는 공간이 오히려 각자의 욕망과 이해득실이 충돌하는 곳으로 그리면서 권위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의 모순을 꼬집는다.

그러나 '수능, 출제의 비밀'은 이들을 단순히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점잖은 척하는 어른들의 유치한 모습을 재치 있게 그려내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웃음과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풀어낸다. 자신의 기분과 이해관계에 따라 아이처럼 치졸하게 굴기도 하는 이들의 모습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어른조차 욕심과 본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재치 있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인물들 간의 신경전과 대립 역시 작품 곳곳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활용되며 극의 활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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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빈

극은 수능 출제 본부라는 작은 공간을 통해 세대 간의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학벌과 경력을 무기로 권위를 세우려는 기성세대와, 공정함을 고민하는 초짜 교사의 대립은 두 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의 차이를 보여준다. 영화는 이를 통해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고 자기 자리에 책임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수능, 출제의 비밀'이 말하는 진짜 어른의 역할이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극의 핵심 메세지와 풍자적 요소를 한층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선빈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순수함과 패기를 더해 시골에서 올라온 국어 교사 맹보람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다. 그가 그린 인물은 지나친 의욕으로 답답함을 안기기도 한다. 하지만 눈치 없이 뱉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웃음을 끌어내는 동시에 기성세대의 관행에 균열을 내는 젊은 세대의 열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출제 위원장 문주열 역을 맡은 유재명은 이번 작품에서 묵직한 카리스마와 능청스러운 코미디를 오가며 인물의 입체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그는 출제 본부의 수장으로서 엄숙하고 권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를 무겁게만 끌고 가지 않았다. 유재명은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움을 자유롭게 오가며 문주열을 단순한 권력자가 아닌, 욕망과 약점을 모두 지닌 생생한 인물로 완성했다. 그는 코미디의 즐거움을 채우면서도 조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애쓰는 인물의 복잡한 속내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전석호는 이들 사이에서 조율을 맡은 기준수 역으로 분해 위아래 눈치를 살피느라 고군분투하는 중간관리자의 처지를 현실감 있게 전한다. 각기 다른 욕망과 입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인물들의 엇박자는 웃음을 만들고, 조직의 부조리를 한층 실감 나게 전달한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개성 강한 출제위원들의 소동을 통해 웃음과 현실을 향한 씁쓸한 질문을 녹여내며 코미디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특히 수능이라는 무게감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학생들과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울고 웃었던 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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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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