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보다 헤메스가 갑?'…수년째 쌓인 연예계 불만, 공멸 우려까지 [김지하의 맥짚기]

"배우가 일할수록 적자"…기획사 울리는 '헤메스 청구서'

2026. 10.26(월) 12:12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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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배우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헤어·메이크업·스타일리스트의 짐까지 챙긴다. 공항에서는 이들의 캐리어를 옮기고, 해외 일정에서는 이동과 체류에 필요한 각종 편의를 지원한다. 정작 이들에게는 별도의 출장비와 이동비가 지급된다. 일부 연예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일이다.

연예계에서 이른바 '헤메스'(헤어·메이크업·스타일리스트) 공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천정부지로 치솟는 비용과 불합리한 관행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 환경이 악화하고 매니지먼트사들의 경영난이 깊어지는 상황에서도 일부 유명 헤메스 업체의 몸값은 여전히 높다.

배우에게 이미지는 경쟁력이다. 작품 속 캐릭터를 완성하는 것은 물론, 공식석상이나 광고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대중의 평가가 달라진다.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이 중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의 손길이 배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비용과 이를 감당하는 주체들 사이의 균형이다.

헤메스 비용은 담당자의 경력과 촬영 종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부 유명 업체의 경우 하루 수백만원의 출장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여기에 의상비와 수행 인력의 인건비, 숙박비, 교통비 등이 더해지면 배우 한 명의 행사 참석에 하루 수천만원이 들 수도 있다.

배우와 기획사가 관련 비용을 절반씩 나누는 구조라면 그나마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기획사가 부대비용 대부분을 떠안는 계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배우의 출연료나 광고 수익에서 회사가 가져가는 몫은 제한적인데,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것이 없거나 손해를 보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획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헤메스 업체를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연예 기획사 대표는 "헤메스는 연예인과 가까운 곳에서 직접 소통하는 구조이다 보니 일부는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대표에 따르면 일부 헤메스 담당자들은 배우의 체형과 모질, 피부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사가 비용 문제로 계약을 재검토하면, 마치 배우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회사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전문가를 포기하기 어렵고, 기획사 역시 소속 배우와의 관계를 고려해 비용 협상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일부 현장에서는 광고 촬영 날짜를 배우나 제작진보다 헤메스 담당자의 일정에 맞춰 조율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전언이다.

주요 스태프의 일정을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배우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인력이 일정 조율에서 사실상 우선권을 갖는 상황이 적절한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매니저들의 업무 부담도 문제다.

일부 현장에서는 배우를 관리해야 할 매니저가 헤메스 담당자의 짐을 챙기고 이동 동선까지 관리하는 등 사실상 이들의 매니저 역할까지 도맡는다는 것이다. 반면 헤메스 담당자에게는 하루 일정에도 별도의 출장비와 이동비가 책정되기도 한다.

한 기획사 대표는 해외 일정에서 일부 헤메스 담당자가 업무를 마친 뒤 호텔 수영장이나 라운지에서 여가를 보내는 모습을 보며 허탈감을 느꼈던 경험도 전했다. 물론 업무 이후 휴식은 정당한 권리다. 다만 고액의 출장비를 지급하면서 소속 매니저들에게 본연의 업무를 넘어선 지원까지 요구되는 구조에 대한 불만이다.

비용 책정 방식도 논란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광고 촬영물을 여러 매체나 국가에서 활용할 경우 별도의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헤어·메이크업이나 의상 조합에 독립적인 저작권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별도로 약정한 사용료는 저작권과 구별해야 하지만, 추가적인 작업 없이 촬영물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는 이유로 고액을 청구하는 방식이 합리적인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기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스타일링에도 높은 비용이 책정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업계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배우들은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유명 헤메스 팀을 별도로 대동하기보다 작품에 참여하는 현장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추는 방식이다.

특히 일부 중견급 배우들은 현장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와 드라마 현장에도 실력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많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완성도 측면에서도 뒤처질 이유가 없다.

이는 기획사와 배우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구조다. 최근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일부 유명 헤메스 업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여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개별 기획사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매니지먼트사에서는 헤메스 업계의 비용 책정 방식에 대한 불만을 넘어 업체 간 담합 가능성이나 세무 처리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실제 담합이나 세무상 위법 행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업계의 불만이 누적됐다는 의미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 차원의 공동 대응도 거론되고 있다. 개별 기획사가 협상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업계 차원에서 합리적인 비용 기준과 거래 관행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물론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은 전문성이 필요한 노동이다.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가 지급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산업 전체의 수익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비용 청구가 지속될 경우다.

영화와 드라마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기획사와 제작사의 부담이 계속 늘어난다면 배우에 대한 투자 여력과 활동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작품과 광고, 행사 등 배우의 활동 자체가 줄어들면 헤메스 업계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배우가 있어야 헤메스도 있다. 배우가 활동하려면 기획사와 제작사가 필요하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하려면 합리적인 비용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가 장기적으로 일자리 감소로 돌아오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연예계가 수년째 '헤메스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금, 비용 책정 기준의 투명성과 합리적인 계약 관행을 고민해야 할 때다.

기획사와 제작사가 살아남아야 배우도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배우가 활동해야 그들을 빛내는 헤메스도 존재할 수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티브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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