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끔찍한 비극 이후에도 쾌락만을 좇던 인물들이 결국 스스로 파멸의 방아쇠를 당기며 걷잡을 수 없는 최후로 치닫는다. 폭력적인 콘텐츠에 무감각해진 이들의 말로는 비참하기 그지없다. 흥행에 눈이 먼 이들이 동료의 죽음마저 방송 흥행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며 점차 광기에 물들어가는 잔혹한 심리 스릴러를 선사하는, '킬링타임'이다.
21일 개봉된 영화 '킬링타임'(감독 장준엽)은 자극적인 인터넷 방송을 이어가다 동료를 사망케 한 몰래카메라 크루 '킬링타임'의 이후 행적을 그린다. 작품은 '살인마 유망주'라는 낙인이 찍힌 채 더 독한 기획으로 재기를 노리던 이들이 60분 생존 게임을 위해 찾은 폐병원에서 끔찍한 살육의 타깃이 되는 과정을 다루며 공포의 전율을 자아낸다.
영화의 초반부는 오늘날 뉴미디어 생태계가 안고 있는 명암과 그 기저에 깔린 인간의 이기심을 날카롭게 비춘다. 조회수를 위해서라면 타인의 안전은 외면한채 자극적인 콘텐츠에 집착하는 인물들의 모습과 비극 이후 마녀사냥에 나서는 대중의 모순적인 면모를 서늘하게 그려내며 현대 사회의 문제를 정면으로 꼬집는다.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영화는 폐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극한의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재미로 벌인 가짜 살인극은 광기에 사로잡힌 진짜 살인마가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목숨을 건 싸움으로 변한다. 6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누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배신하거나 자신의 앞가림에 급급한 인물들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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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링타임 |
'킬링타임'은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잔혹한 액션을 사용한다. 극 속 인물들은 칼, 송곳, 총, 덫, 망치, 심지어 의자까지 온갖 도구를 동원해 사정없이 피가 튀는 잔혹극을 펼쳐낸다. 절대 청소년이나 심약자가 봐서는 안 될 정도로 수위가 높고 파괴적이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몰아치는 액션은 스릴러 장르 특유의 쾌감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피 튀기는 액션 속에 비틀린 욕망이 낳는 비극적 결과를 조명하며 깊은 씁쓸함을 남긴다. 극 중 인물들 가운데 완벽한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의의 피해자도 완벽한 가해자도 없다. '킬링타임'은 인간 본성에 숨겨진 악랄함을 파헤치며 마지막 순간까지 결론을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을 안긴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은 '킬링타임'의 장르적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류혜영은 과거 사망 사건의 원인 제공자라는 깊은 죄책감과 재기를 향한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빚어냈다. 또한 그는 탈출 과정에서 겪는 처절한 절망과 사투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며 흡인력을 높이는 한편 폐병원의 좁고 거친 공간을 온몸으로 누비는 다채로운 액션 연기로 장르적 재미를 더했다.
배우 남윤수는 타인의 고통을 자극적인 콘텐츠로 삼는 냉혈한 PD 역할을 탁월하게 소화했다.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성공을 향한 야망, 그리고 친구를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냉혹함까지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비극마저 흥행 도구로 삼는 인물의 잔혹한 면모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 그는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결론적으로 '킬링타임'은 장르적 쾌감과 잔혹함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스릴러다. 사정없이 피가 튀는 영화에 거부감이 있는 관객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있으나, 짧은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사투와 뉴미디어 시대를 향한 서늘한 경고를 확인하고 싶은 관객에게는 확실한 매력을 선사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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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킬링타임'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