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현빈이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로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그는 단순한 연기 변신을 넘어, 압도적인 장악력으로 거대한 서사를 지탱하며 작품의 화제성을 견인하고 있다.

현빈은 지난 24일 첫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연출 우민호)에서 1970년대 격동의 대한민국, 국가를 수익 모델 삼아 부와 권력의 정점에 오르려는 야망가 백기태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캐릭터 해석력이다. 현빈은 권력을 향한 맹목적인 야망을 일차원적인 고함이나 분노로 터뜨리지 않았다. 대신 철저하게 계산된 절제미로 응축시켰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속내를 읽을 수 없는 건조한 눈빛은 ‘시대가 낳은 괴물’ 백기태에게 입체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간 대중에게 익숙했던 부드럽고 선한 이미지를 완벽히 지워낸, 서늘한 얼굴의 재발견이다.

특히 1화의 비행기 하이재킹 시퀀스는 현빈의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된 명장면이다. 생사가 오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그는 격앙된 감정 대신 차가운 이성을 택했다. 위기와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도 침착하게 판을 설계하는 백기태의 모습은, 현빈의 내공이 빚어낸 냉철한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이 장면에서 현빈은 아수라장이 된 기내의 공기를 단숨에 자신의 호흡으로 바꿔버리는 장악력을 보여줬다. 과도한 액션 없이도 낮고 단단한 발성, 흔들림 없는 시선 처리만으로 공간을 지배하는 그의 연기는 백기태가 왜 ‘냉철한 승부사’인지를 대사 이상의 아우라로 납득시켰다.

검사 장건영 역의 정우성과의 호흡에서도 현빈의 영리한 연기 운용이 빛을 발휘했다. 능글맞은 여유 속에 날 선 집요함을 숨기고 뱀처럼 파고드는 정우성의 공세 앞에서도, 현빈은 미동도 없는 바위처럼 버티며 팽팽한 텐션을 유지했다. 상대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단단한 리액션은 두 사람의 심리전을 물리적 충돌보다 더 날카로운 긴장감으로 완성해냈다.

영화 ‘하얼빈’에 이어 재회한 우민호 감독과의 시너지 역시 절정에 달했다. 전작에서 독립군 참모중장의 고뇌를 묵직하게 그렸던 현빈은, 이번에는 결이 다른 야망을 입고 우 감독 특유의 선 굵은 연출 위를 자유롭게 유영한다. 감독이 설계한 촘촘한 판 위에서 완급 조절의 정수를 보여주며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더불어 현빈의 무게감 있는 연기 톤은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느와르적 쾌감을 극대화했다. 그가 화면을 채우는 순간, 극의 공기마저 무겁고 밀도 높게 바뀌는 것은 온전히 배우가 쌓아온 내공 덕분이다.

이처럼 현빈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 선과 악의 경계를 지우고 오직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과정을 차분하고도 냉철한 카리스마로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잡고 있다. 현빈이 아닌 백기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그는 지금 '메이드 인 코리아' 그 자체가 되어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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