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올 한 해도 '방구석 1열'의 열기는 뜨거웠다.

2025년 한 해 동안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는 쉴 틈 없이 오리지널 작품들을 쏟아냈고, 시청자들은 TV 편성표 대신 OTT 앱을 켜며 이에 화답했다.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대작부터 장르의 한계를 깬 예능까지, 유독 뜨거웠던 화제작들과 그 중심에서 흥행을 이끈 주역들을 분기별로 짚어봤다.

◆ 1분기 - '불도저' 주지훈이 뚫고, 아이유·박보검이 채운 '제주발 낭만'

2025년의 포문을 연 주인공은 1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의 주지훈이었다.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실제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이낙준 작가의 동명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장르적 리얼리티를 확보했다.

백강혁은 의사를 넘어 시스템에 정면으로 맞서는 불도저 같은 인물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거침없는 대사들이 숏폼 콘텐츠로 확산되기도 했으며, 작품은 억지 감동과 러브라인이 없이 의학 드라마 본연의 재미를 살리며 호평받았다. 많은 인기에 차기 시즌 요구가 빗발쳤고,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중증외상센터' 시즌 2,3 제작에 대해 "후속편 제작은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3월에는 제주발 낭만이 대한민국을 덮었다. 3월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당차고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 문소리)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박해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은 12회도 길게 느껴지는 시대에 16화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며, 4회차씩 계절감에 맞춰 공개하는 디테일까지 더해 많은 인기를 누렸다. 자극적인 콘텐츠 홍수 속, 따뜻한 위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며 1분기 가장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다. 아이유와 박보검 두 배우의 존재감은 단순히 시청률을 넘어 제주도 촬영지 성지순례 열풍까지 불러일으키는 파급력을 보여줬다.

3월 19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의 '하이퍼나이프' 또한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다.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스승 설경구와 대립하며 광기 어린 천재성을 뿜어낸 박은빈의 연기는 기존의 맑은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파격을 선사했다. 박은빈은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을 완벽히 소화하며 '믿고 보는 배우'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1분기는 이처럼 강렬한 캐릭터들이 쏟아낸 명대사와 장면들이 OTT 시장의 활기를 책임졌다.


◆ 2분기 - 날 것의 '기안장' → 아쉬움으로 마무리된 '오징어 게임3'

2분기엔 넷플릭스의 예능프로그램과 시리즈화 드라마들이 시선을 끌었다. 4월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대환장 기안장'은 기안적 사고로 흘러가는 울릉도 기안장에서 기안84, 진, 지예은이 숙박객들과 펼치는 기상천외한 신개념 민박 버라이어티다.

민박집 사장으로 변한 기안84는 특유의 예측 불허한 행동과 가식 없는 모습으로 '기안이라 가능하다'는 설정을 증명했다. 민박집 운영이라는 설정 안에서 그가 보여준 기묘한 효율성과 인간미는 수많은 짤방을 생성했고, 유튜브와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행동을 살펴보며 화제가 됐다.

이어 4월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2' 또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약한영웅 Class 2'는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다시는 친구를 잃을 수 없기에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기이자 찬란한 성장담을 그렸다.

전작보다 깊어진 박지훈의 눈빛과 액션은 시청자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그와 함께 연기한 이준영 또한 금성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이준영은 '폭싹 속았수다'의 영범이에 이어 2분기까지 대세 행보를 굳혔다.

5월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 데스룸'도 많은 화제를 이어갔다. '데블스 플랜: 데스룸'은 14명의 참가자들이 6박 7일 동안 제한된 공간에서 두뇌 게임을 통해 최고의 플레이어를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다만 용두사미 엔딩과 크고 작은 출연자 논란이 겹치며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2분기의 대미는 6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시즌, '오징어 게임3'였다. '오징어 게임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이정재)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3'는 기대에 못 미치는 전개와 평이해진 게임 구성이 발목을 잡았다. 성기훈에 대한 몰입보다 관찰에 가까워진 시청 경험은 시리즈의 쓸쓸한 퇴장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 3분기 - 기대 이상의 활약 '파인', '크라임씬'이 증명한 "아는 맛의 무서움"

3분기엔 7월 16일 첫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 한국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이 이목을 끌었다. 이 작품은 윤태호 작가가 1970년대 신안선 도굴을 소재로 연재한 웹툰 '파인'을 원작으로 하며 신안 앞바다에 묻힌 보물선을 찾기 위한 촌뜨기들의 성실한 고군분투를 그린다. 노련하면서 야비한 도굴꾼들의 리더 오관석으로 변한 류승룡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변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9월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류은중(김고은)과 천상연(박지현)은 타인을 이해하기보다 온전히 받아들이며 이야기를 이끌었다.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연출·연기·대본·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육각형 드라마라는 평까지 얻어냈다.

예능 또한 시청자들의 볼거리를 책임졌다. 9월 23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크라임씬 제로'는 여섯 명의 플레이어 사이에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추리 전쟁을 그리는 프로그램.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첫 제작된 '크라임씬' 시리즈였으며,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을 레전드 롤플레잉 추리 예능의 새로운 챕터로 주목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새롭게 단장한 이번 시즌은 "아는 맛이 무섭다"는 윤현준 PD의 호기로운 출사표대로 탄탄한 팬덤을 결집시켰다. 출연진들의 능청스러운 '부캐' 연기와 치밀한 추리 전쟁은 수많은 밈을 양산하며 레전드 예능의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 4분기 - "우리 다음 생에 만나자" 환승연애4 → 시즌1보다 이븐하게 돌아온 '흑백요리사2'

4분기는 유독 예능프로그램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10월 1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환승연애'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나간 연애를 되짚고 새로운 인연을 마주하며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어느덧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환승연애4'는 다양한 직업 배경과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서사를 가진 참가자들이 시청자의 과몰입을 이끌어냈다. 초반에는 빠른 연출과 전개로 호평을 받았으나, 후반부 '두 명의 X'를 선보이는 제작진의 미스가 아쉽다는 반응을 자아냈다. 그러나 화제성만큼은 건재한 모습이다. 매주 수요일 공개 이후 SNS를 통해 해당 회차의 하이라이트 장면의 조회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최근 회차에서 백현의 "우리 다음 생에 만나자"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피지컬: 아시아'도 10월 28일 공개되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피지컬: 아시아'는 아시아 최강자들의 피지컬 맞대결을 그리며, '피지컬' 시리즈 최초로 국가대항전 형태로 진행돼 이목을 끌었다. 특히 김동현·윤성빈·아모띠·김민재·장은실·최승연으로 구성된 팀 코리아가 우승하며 전 세계에 한국의 강인함을 각인시켰다.

김유정의 변신도 감탄을 자아냈다. 11월 6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는 지옥에서 벗어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 백아진(김유정), 그리고 그녀에게 잔혹하게 짓밟힌 X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 중 김유정은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소시오패스 배우라는 설정 아래 차갑고 서늘한 눈빛을 내뿜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김유정이 맞나"라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게다가 악역임에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뿜어냈다.

2025년의 피날레는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가 장식했다. 심사위원 백종원의 다양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은 절제의 편집을 통해 그 리스크를 덜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유의 예능적인 면모나 위트 있는 리액션보다는, 철저히 '심사위원'으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하도록 그려냈다. 함께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안성재 또한 여전한 깐깐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최강록, 김도윤 등 화제성 있는 셰프들을 '히든 백수저'로 투입해 배치한 전략이 주효했으며, 셰프들의 치열한 승부욕이 백종원의 빈자리를 채우며 시즌 1보다 이븐한 완성도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들 덕에 시청자들의 '방구석 1열'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처럼 2025년 OTT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치열했던 한 해로 기록되게 됐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넷플릭스, 티빙, 디즈니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