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뮤지컬 '시지프스'가 폐허 속 뜨거운 희망을 건져올려 관객들에게 전한다. 댄서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한 리헤이가 희망의 선봉장으로 서 대학로 관객들을 만난다.

15일 뮤지컬 '시지프스'(연출 추정화) 프레스콜이 서울 종로구 YES24 스테이지 2관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언노운 역의 이형훈 송유택 강하경 조환지, 포엣 역의 리헤이 박선영 윤지우, 클라운 역의 정민 임강성 박유덕 김대곤, 아스트로 역의 이후림 김태오 이선우가 참석해 작품 시연 및 질의 응답에 참여했다. 추정화 연출, 허수현 음악감독, 김병진 안무감독도 함께했다.

'시지프스'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뫼르소와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 신화'를 뮤지컬적으로 엮어낸 독창적인 작품으로, 지난해 7월 '제18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돼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이며 3관왕을 달성했다. 희망이 사라진 폐허의 세상 속, 네 명의 배우들의 이야기를 통해 반복되는 삶의 고난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을 뜨겁게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

극작과 연출 모두를 맡은 추정화 연출은 "처음에는 많은 분들께 걱정과 우려를 들었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가의 작품을 무슨 재주로 건드리려고 하느냐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라며 "어렸을 때는 카뮈의 '이방인'이 그렇게 재밌는 작품인 줄 모르고 읽었다. 40대 중반이 넘어가고 다시 읽으니, '힘든 시절에 마지막까지 삶을 꿈꾸던 엄마의 죽음'이라는 문장에 가슴이 뜨거워지더라. 뜨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추 연출은 "우리가 죽을만큼 힘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자는 이야기를 '이방인'의 서사만 가지고 풀어내자니 내가 10대 때 읽었던 것처럼 심심하게 이야기가 전달될까 우려가 됐다. 어떻게 하면 다이나믹하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할까 고민하다가 '시지프 신화'를 엮게 됐다"라며 "시지프스가 언덕 위에 돌을 올려놓는 순간 돌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는 것처럼, 배우도 극의 끝까지 열심히 쌓아온 것들이 커튼콜이 끝나고 분장을 지우고 나면 모두 사라진다. 그런 면에서 배우와 시지프스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 이야기를 묶게 됐다"라고 말했다. "무너진 세상, 배우 등 커다란 주제들을 엮어내기가 힘들었는데 딤프에 함께 참여한 모든 창작진, 배우분들이 굉장히 아이디어와 기운을 많이 주셨다. 그래서 '시지프스'가 무대화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감사의 말도 보탰다.

뮤지컬 시지프스

특히 추 연출은 네 캐릭터의 이름을 모두 모두 '배우'와 연관되게 지었다고 밝혔다. 포엣 역을 맡은 윤지우는 "시는 어떤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그것을 문자로 표현한 것 아니냐. 배우도 상상을 통해서, 또 극본이라는 문자에서 영감을 얻어서 말로 행동으로 표현하는 이들이라 연출님은 둘이 닮았다고 생각을 하셨다더라. 특히 시가 그러하듯 진취적이고 혁명적인 여성상을 담으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언노운 역의 조환지는 "뭐든지 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서 주신 이름 같다. 또 언노운의 부제는 '고뇌하는 자'라고 적혀있는데, 모든 사건의 구심점에 언노운이 서있고 동시에 화자로서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로 역의 이후림은 "아스트로 역할들이 키도 크고, 눈이 반짝거리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별을 눈에 박은 것처럼 열정과 신선함, 순수함을 가득 가지고 있는 인물이어서 이름을 지어주셨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고, 클라운 역의 임강성 또한 "사실 클라운은 외모를 보고 뽑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농담해 웃음을 더했다. 임강성은 "클라운에게는 슬픔을 승화하는 자라는 설명이 붙어있는데, 가장 냉철해보이지만 가장 뜨거움을 가슴속에 품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넷 중 가장 돌을 굴리고 싶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네 사람이 돌을 굴려 정점에서 만났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배역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이번 '시지프스'에는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시리즈 출연으로 스타덤에 오른 댄서 리헤이가 배우로 참여해 이목을 끈다. 세계적인 댄서이지만 배우 데뷔는 처음인 상황, 리헤이는 "세계적인 댄서라고 칭찬해주셨지만 사실 세계적으로 허우적거리고 있다. 모든 게 처음이다보니 정말 많이 낯설다. 연습실에서의 모든 것, 테크 리허설 등이 다 처음이었다"라며 "몸으로만 표현하던 사람이라 말을 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두려웠는데 연습실에서 모든 배우들의 도움을 받았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리헤이는 "춤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고 싶었다"라며 "연출님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 진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처음 입시를 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 삐걱거림도 있겠지만 잘 서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리헤이는 앞서 지난 6월, '프리다'를 통해 먼저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댄서 아이키를 언급하며 "많은 응원을 받았다. 춤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며, 인생의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격려해줬다"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지프스'는 오는 16일 개막해 2026년 3월 8일까지 예스24 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