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박중훈이 작가로 변신했다.

박중훈의 에세이 '후회하지마'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서울 종로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박중훈이 참석, 신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9일 출간된 '후회하지마'는 1980~90년대 충무로 최고 스타 영화배우 겸 감독 박중훈이 데뷔 40년을 맞아 집필한 에세이다.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는 삶의 모토를 지니고 스크린 최고 배우에서 '국민 배우'로 불리기까지의 애환과 환희, 그리고 감사를 솔직하게 담아 놓은 글이다.

◆ "데뷔 40년 만에 작가 변신, 나를 정리하는 시간"

1966년 생인 배우 박중훈은 올해로 60세가 됐다. 20살에 데뷔해 어느덧 연기 인생 40년 차, "십진법 적으로도 많은 것이 맞아 떨어졌다"라며 너스레를 떤 박중훈은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놓은 소회를 전했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계신 수많은 작가님께 너무 쑥스럽다. 평생 살면서 한 권 이상 더 쓰겠느냐 싶다. 출판사에서는 저를 작가라 불러주시는데 처음엔 나를 부르는 건지 모르고 자꾸 다른 곳을 보기도 했는데, 호칭을 받아 들이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쑥스럽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중훈은 "그동안 쉬면서 나름 책을 많이 읽고 작품 구상도 많이 했다. 과거 2000년 대에 매주 1500자 씩, 동아일보에 칼럼을 연재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출간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책을 쓴다는 것이 자신이 없어 다 거절을 했었다"라며 "막연히 60살 돼서 글을 쓰는 게 좋겠다 생각하던 차에 올해 그런 생각이 들어서 한여름 내내 대관령에서 글을 썼다"라고 말했다.

1년 후배인 동료 배우, 작가 등단에 나선 차인표의 권유도 한 몫을 했다. "차인표와 같은 스포츠 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같이 저녁을 먹다가 어느 날 나에게 책을 한 권 쓰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집요하게 말을 하더라"라고 밝힌 박중훈은 "에세이를 쓰던 당시 자판을 친 건 일주일에 3, 4시간이지만 일주일의 나머지 시간 동안 계속 무엇을 쓸지 생각을 했었다. 30대 중반에 2년 동안 내 생각을 치열하게 글로 정리하는 작업을 했던 것이 나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라며 "이번 9만 자 가량의, 나로서는 방대한 양의 글을 쓰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생각도 굉장히 많이 정리가 되고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라고 말했다.

박중훈은 "내가 평소 목소리도 크고 자신감이 있어 보이겠지만, 못 믿으시겠지만 상당히 자존감이 낮은 부분도 있다. 책망도 자책도 많이 하고 스스로에 대한 칭찬이 인색한 편인데, 책을 쓰다보니 마치 요즘 AI로 볼 수 있는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안아주는 이미지처럼 과거의 나를 안아주고 장하다고 위로하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집필을 통해 스스로에게 선물을 준 것 같다. 자존감도 높아지고 밝아졌다"라고 말했다.

◆ 청춘 스타에서 국민 배우까지, 박중훈의 배우 40년 史

배우 박중훈의 자전적 에세이인 만큼, 간담회에서는 그의 배우 인생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무용담처럼 펼쳐졌다. 박중훈은 "처음엔 내가 청춘 스타라고 하더니, 조금 지나니까 어두운 시절 민초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영화를 몇 편 찍었다는 이유로 '의식 있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아주셨다. 운동권에서 초청도 받고 그랬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문민정부 탄생 이후에는 사람들이 막 웃고 싶어졌다. 故 김영삼 대통령이 나를 가지고 패러디를 해도 좋다 말하고, 미디어 검열이 공식적으로 폐지된 것은 다음 정부의 일이지만 그때부터 그런 부드러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럴 때 영화 '투캅스'가 나오니 사람들이 정말 좋아했고, 내가 잘 맞아 떨어진거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더니 그 이후에는 안성기 선배님과 함께 '국민 배우'라고도 불러주시더라.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고, 40년 간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식어가 계속 변해왔다"라고도 덧붙였다.

박중훈은 "내가 출연한 영화 40편 중 정작 20편은 코미디가 아닌데, 그럼에도 대중에게는 코미디 연기에 대한 인상이 강했던 거 같다"라며 "나는 좋다. 혹자는 한 가지 이미지가 진하게 남는 건 배우에게는 굴레이지 않느냐는 말들 하는데, 수십 년 배우 생활해도 아무 이미지도 남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건 너무 슬플 것 같다. 내 색깔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는 게 좋다"라고 회고했다.

◆ '대마초 사건'도 가감 없이 적었다, "용비어천가는 믿음 없어, 진솔한 마음 전달되길"

박중훈의 에세이 전반에는 충무로의 긴 역사도 담겨있는 한편, 인간 박중훈의 이야기도 충분히 담겨있다. 자신 또한 완벽한 인생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으려 애썼다는 박중훈,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숨길 수 있었던 흠인 1990년대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던 사건도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박중훈은 "내 책이라고 해서 스스로 용비어천가만 쓰면 믿음이 안 갈 것 같다. 추악한 부분까지 낱낱이 꺼내 쓸 필요는 없겠지만, 대마초는 당시 큰 일이었다. 소회를 밝히는 것도 책에 대한 믿음을 더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흔한 이야기지만 과거는 결국 내 거더라. 잘했건 못했건 결국 내 것이기에 지금 이 나이가 돼서 잘 회복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그라드는 표현일 수 있지만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시멘트가 콘크리트가 될 때는 자갈과 모래가 섞여야 단단해진다는 것이다. 결점 없는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싶고, 그런 사건도 내 자갈과 모래가 아니었나 싶다. 지난 과오도 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덧붙이며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밝혔다.

박중훈은 "독자들에게 '잘 읽었다'는 칭찬을 듣고 싶다. 배우라는 직업은 앞면 아니면 뒷면이다. 서있는 법이 없다. '좋았다' 아니면 '나쁘다'다. 조금 실수하면 어마어마한 비난을 받고, 반대로 조금만 좋은 일을 해도 어마어마한 격려나 칭찬이 따르는 직업이다"라며 "지난 30년 간 배우로서 많은 칭찬을 들어오다가 최근 10년 정도는 배우로서도, 감독으로서도 이룩한 성과가 별로 없어 칭찬을 못 들어본 것 같다. 아이처럼 칭찬을 바라는 어리광은 아니지만, 나도 칭찬을 좀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적극적인 행동이다. 필력은 별로지만, 독자들에게 제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박중훈은 오는 15일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강남점에서 사인회를 갖는 데 이어, 23일에는 교보문고 대산홀에서 북토크를 통해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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