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예전처럼 명절에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은 낯설어졌다. OTT 등장 이후 시청 환경은 변화를 맞았고 개인화된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됐다. 방송사들도 명절을 노린 새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선보이기보다는 기존 프로그램 중심의 안정적인 편성을 택하는 분위기다. 물론 일부 추석 특선이 공개된다. 하지만 힘을 준 콘텐츠로 각 방송사간 화려한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친근한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 KBS "자원 분산 줄이고 완성도 높인 대기획"

KBS는 지난해에 이어 추석 특집 콘서트 실황을 공개해 명절 프로그램의 명맥을 잇는다. 이들은 총 3부작으로 특별 편성한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를 통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가수 조용필의 56년 서사를 조명한다.

오는 3일 '프리퀄'이 방송되며, 6일에는 본 공연, 8일에는 공연 비하인드와 무대 준비 과정을 다룬 '그날의 기록'이 방송된다.

이와 함께 경연 프로그램 'K-가곡 슈퍼스타'가 명절 대기획으로 선보여진다. 'K-가곡 슈퍼스타'는 전 세계 11개국 13명의 외국인 성악가가 무대에 올라 한국 가곡을 한국어로 부르는 프로그램이다. KBS는 단순한 성악 경연을 넘어 한국어를 세계 음악 시장에 소개할 계획이다.

KBS 관계자는 "최근에는 파일럿이나 시즌제 론칭이 상시화 되면서 명절에 맞춘 파일럿 편성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TV 전체 시청자 감소와 제작비 상승 환경에서 여러 특집에 자원을 분산하기보다는 한두 편의 기획에 집중해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명절 분위기는 교양 프로그램 '떡의 나라'를 통해 챙길 예정이다. 오는 6일과 7일 공개되는 '떡의 나라'는 떡의 다양한 세계와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의 특성을 반영한 이 프로그램은 세대 간 함께 공유할 주제를 전달할 계획이다.

KBS 관계자는 추석에 '떡의 나라'를 선보이게 된 이유에 대해 "떡은 우리나라에서 잔칫날과 상관없이 평소에도 많이 먹는 음식이자 한국인의 주식인 쌀과 관련돼 있다. 특히 명절에는 떡이 빠질 수 없지 않나. 추석 음식과 관련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명절 분위기를 내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 세대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여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KBS 관계자는 "요즘 TV 앞에서 가족들이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지 않나. '떡의 나라'는 저녁 6시 40분에 편성되는 만큼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함께 얘기할 거리를 얻을 수 있으실 것"이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2가지의 대기획과 세대 간 대화의 소재에 집중한 교양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KBS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추가 편성도 준비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글로벌 한인기행 김영철이 간다'와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 인 리스본', '불후의 명곡 - 그댈 위한 멜로디 임영웅'등이 공개된다.

MBC

MBC, 15주년 '아육대'… " 명절 분위기 담은 축제로 준비"

MBC는 추석 연휴를 맞아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쎄시봉 더 라스트 콘서트'와 '이승환 35주년 콘서트 헤븐'과 같은 레전드 뮤지션들의 콘서트 실황 중계를 비롯해 예능 외전인 '행님 뭐하니?', K팝과 스포츠를 더한 예능 '2025 추석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가 편성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MBC의 대표적인 명절 예능 '아육대'는 15주년을 맞아 최대 규모로 개최된다.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방송되는 '아육대'에서는 총 61팀, 373명의 아이돌이 출전해 총 5개 종목에서 경합을 펼친다. 기존에 진행됐던 육상, 씨름, 승부차기, 댄스스포츠를 비롯해 새롭게 추가된 권총 사격까지 다채로운 스포츠 종목을 선보인다.

MBC 측은 '아육대' 편성 이유에 대해 "'명절'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아육대'라고 생각한다. 마치 크리스마스에 캐럴이 있어야 분위기가 완성되는 것처럼 익숙하지만 없으면 허전하지 않나. 이번 추석에도 '아육대'에 참가한 아이돌 스타들과 팬분들,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함께 명절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특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케이팝과 관련한 성과가 피부로 와닿는 시점이다. '아육대' 역시 케이팝 스타들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되도록 노력했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수많은 스타가 배출됐던 만큼 이번에 어떤 스타들이 탄생할지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MBC는 교양 프로그램 '전국 1등'을 통해 명절의 의미를 되새긴다. 6일 방송되는 '전국 1등'은 음식을 나눠 먹으며 풍요를 기원하는 추석에 지역 농민의 삶과 음식에 담긴 문화적 가치를 다룬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특산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함과 동시에 한국 식재료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한다.

SBS

◆ SBS, 특집 다큐멘터리→신규 예능 첫 공개

올해 SBS는 한 편의 신규 예능과 공연, 두 편의 특집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먼저 오는 3일 예능 프로그램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 - 비서진'(이하 '비서진')이 편성된다. '비서진'은 스타들의 스케줄을 밀착 수행하며 진행되는 현장 토크쇼다. 배우 이서진과 김광규가 매니저로 나서 연예인들의 민낯을 파헤친다.

4일 공개되는 추석 특집은 '임영웅 리사이틀'이다. 임영웅 콘서트의 실황을 담아낸 3시간 분량의 콘텐츠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됐던 그의 공연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SBS는 시대별 명곡을 부른 임영웅의 모습과 그의 인기 곡으로 어우러진 무대를 브라운관을 통해 전한다.

이후 다큐멘터리가 추석 연휴를 채운다. 오는 6일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메이드 인 K-1'가 방송된다. '메이드 인 K-1'는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할 AI 산업과 관련한 한국 인재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오는 8일과 9일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인생 33년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뉴 올드보이(NEW OLD BOY)'를 첫 선보인다. '뉴 올드보이'는 비디오 가게 사장에서 출발해 세계가 인정한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걸어온 그의 여정을 담아낸다.

박찬욱 감독과 인연이 있는 배우들도 출연해 그와 관련된 일화를 전한다. 배우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신하균, 손예진, 이성민, 염혜란, 김해숙, 김병옥, 박정민, 탕웨이 등 수많은 현장을 함께한 이들이 함께 호흡을 맞췄던 순간을 회고하며 박 감독만의 창작 세계를 밝힌다.

SBS 관계자는 "매년 콘셉트를 다르게 선보이려고 하지만 올해 준비된 특집 프로그램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비서진'도 추석에 공개되지만 파일럿이 아닌 정규 예능 프로그램이다. 특집보다는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추석 느낌을 더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분들의 시청 패턴이 다 달라지지 않았나. 추석이라고 해서 TV로 프로그램을 보진 않더라. 일단 기존에 있는 시청자분들에게 익숙한 그런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게 더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존 프로그램들이 거의 대부분 다 방송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tvN JTBC

◆ tvN·JTBC, 영화 몰아보기… TV조선 "긴장감 높인 볼거리 제공"

이번 명절에 JTBC와 tvN은 최소한의 결방을 방침으로 기존 편성 계획을 유지할 예정이다. 새로 공개되는 파일럿 프로그램 역시 없다.

대신 기존 프로그램에 명절 분위기를 녹이거나 과거 향수를 부르는 특집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과 tvN STORY 2부작 예능 프로그램 '신동엽의 커피 시키신 분? 순풍 패밀리(2부작)'가 추석 특집으로 공개된다.

추석 기간 두 방송사는 과거 영화를 재편성할 계획이다. JTBC는 영화 '빅토리'를, tvN은 영화 '소방관', '베테랑2', '하얼빈'을 공개한다.

TV조선

반면 TV조선은 긴 연휴 기간에 맞춰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명절 특집 예능을 기다릴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TV조선은 "방송사 본연의 의무 중 하나인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기획으로 두 편의 특집 예능 프로그램을 야심 차게 준비했다"라고 소개했다.

먼저 6과 7일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한일슈퍼매치-씨름 vs 스모'가 2부작으로 편성된다. 한국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을 알리기 위해 현역 최고의 선수들이 뭉쳐 일본의 스모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친다.

8일과 9일에는 '천만트롯쇼'가 방송된다. '천만트롯쇼'는 대한민국 국보급 기인들과 트로트 스타들이 만나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천만뷰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TV조선 관계자는 "스포츠와 트로트는 TV시청자들에게 매우 친숙한 소재다. 거기에 '한. 일 전통 무예의 대결', '퍼포먼스와 노래의 결합'이라는 틀을 입혀서 긴장감을 높이고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기획으로 제작했다. 한, 일 양국의 젊은 스포츠맨들이 만들어 내는 진정한 승부의 세계와 트로트 가수들이 땀과 혼으로 만들어낸 무대는 명절에 온 가족이 흥미롭게 보실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급변하는 방송환경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성공하는 건 물론 알려지는 것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하지만 TV시청자들은 여전히 명절 특집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향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TV조선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위축되기보다는 새로운 기획들, 새로운 시도들을 끊임없이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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