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아름답고 기이한 괴수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 나아가 나 자신을 인정하고 나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했다.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진행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고전 SF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각색한 작품으로, 천재적이지만 이기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극악무도한 실험을 통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이야기​를 다룬다. 매 작품마다 독창적인 연출과 시각적 충격을 선사해 온 세계적인 거장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은 ‘프랑켄슈타인’를 통해 놀라운 상상력을 다시 한번 선보일 전망이다.

이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생애 첫 부산국제영화제 방문 소감으로 “한국에 처음 왔는데, 아름다운 페스티벌의 규모와 수준, 월드 시네마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취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페스티벌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프랑켄슈타인’은 전기적인 작품이다. 저에게 마음이 와닿더라. 내가 그 사람이 된 것 같더라. 우리가 만들어지고 내버려졌다는 점에서 말이다. 수년동안 이 이야기가 우화라고 생각했다. 나와 우리 아버지의 관계를 이야기하기 힘들었는데, 제가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원작과 저의 전기적인 이야기가 비슷한 지점이 있다. 원작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전적인 이야기였고, 소설가의 삶을 알수록 저의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됐다. 제가 40대에 만든 것과 60대에 만든 ‘프랑켄슈타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괴수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괴수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왔다. 이에 대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제가 괴수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 왜냐하면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억압적이라고 생각한다. TV 등 매체에서는 행복한 사람들을 많이 보지 않나. 그런데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음의 성자와 같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대변하기도 하고, 비범하기도 하다. 그래서 상징성이 크다. 종교가 무엇이든 상관 없이 천사와 악마를 통해서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완벽하지 않음에 더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다. 이 괴수들은 좋은 심벌이 될 수 있다. 사회, 정치적인 코멘트를 줄 수 있고, 우화 동화를 통해서 관객과 저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괴수가 제 영화에서 잘 살아날 수 있도록 다 디자인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저는 한국과 멕시코가 공유하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다 술 좋아하지 않나. 저도 좋아한다. 우리가 장르 영화를 할 때에는 문화의 프리즘을 통해서 그 장르를 핸들링을 한다. 혼돈, 부조리, 추악함을 한 영화에 잘 버무린다. 아름답고 존재론적인, 낭만적인 작품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감독을 찾을 수 없다. 존재론적인 어둠과 낭만을 믿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캐릭터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봉준호 감독에 대해 “‘살인의 추억’을 보면 미국의 수사물은 존재론적이고 아주 깊은 질문들을 허술한 형사, 수사를 통해서 다 드러낸다. 괴물은 괴수의 디자인이 정말 멋지다. 한국 사회를 또 보여주지 않나. 문화를 영화에 녹인다. 제 영화는 멕시코인으로서 제 정체성이 드러난다. 한국 영화를 볼수록 문화에 대해서 순수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만드는 상업 영화와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 ‘부산행’뿐만 아니라 박찬욱, 봉준호 영화를 볼 때마다 에너지와 힘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프랑켄슈타인’의 디자인에 대해 “모든 디자인들은 스토리로 나아간다. 저는 눈요기가 아니라 눈 영양분을 원한다. 모든 것들이 스토리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한 중요한 성분이다. 하나의 신생아 같은 영혼의 모습, 얼굴에 있는 모든 선들이 예술적으로 드러난 거다. 골상학을 따라 표본을 만들었다. 해부학적으로도 정확하게 만드려고 했다. ‘현대판 프로메테우스’라는 부제가 있다. 모든 것들을 새롭게 창조했다. 엘리자베스가 쓰는 숄은 나비의 날개를 표현하려 했다. 뼈 엑스레이 같은 것들이 그 옷에서 보이는 거다. 이 영화는 모든 것에 거울과 순환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한국 괴수에 대해 “저 한국 괴수 좋아한다. 한국 괴수와 관련된 모든 신화를 알기 어렵지만, 멕시코에서는 모든 자연의 것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걸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영화를 만들고, 그걸 관객에게 보여주는 걸 필모그래피라고 생각하지만 저에게는 바이오그래피라. 감독들이 영화를 잘 만드는 이유는 다른 걸 다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딱 하나에만 집중을 하고 선택을 하는 건 하나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놀 때 나는 이걸 하겠다고 하면 나머지는 다 놓치는 거다. 그렇게 해서 만드는 영화는 나에게 중요하다. 그래서 영화는 만들만한 가치가 있고,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6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진행된다. 올해 상영작은 지난해보다 17편 늘어난 242편이다. 관객 중심의 문화 축제인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까지 포함하면 324편의 영화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다.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이며, 폐막작으로는 경쟁 부문 대상 수상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