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 다 죽어“ 그리하여 씨제스와 YG엔터테인먼트는 배우들과 작별했다. 이제 배우들 좋은 일은 그만하고, 실질적 수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OTT 시대가 도래한 후 비록 소수지만, 대형급 스타 배우들의 출연료는 급격히 상승했고 막대한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높아진 몸값은 K-배우 엔터사의 질적, 양적 성장을 가져왔을까. 이들과 동고동락한 회사 사정이 말해줄 것이다. 스타 배우들의 평균 몸값이 오르며 이들을 보유한 매출도 올랐는데, "정말 이러다 다 망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을 내놓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왜일까.

한류 스타가 포진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의 매출은 평균 수 백억 원 가량으로 추산되지만, 수익은 고작 몇 억 원에 그친다. YG와 씨제스가 잇따라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접은 배경에는 화려한 외형과 달리 근본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티브이데일리는 2024년(이하 모든 기준 동일) 국내 주요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의 수익 구조를 살펴봤다. 그 결과 배우 전문 기획사들의 수익성 양극화, 구조의 기형화가 정점에 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수현 리스크 안은 골드메달리스트, 그나마 나은 사정인 까닭

2019년 김수현이 이종사촌 이로배를 대표로 내세워 설립한 골드메달리스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매출 대부분은 김수현의 개인 수익으로 배분된 것으로 알려진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골드메달리스트의 지난해 매출은 216억 5376만 원 상당으로 전년(133억6775만 원) 대비 61.7% 가량 매출이 급상승했다. 김수현의 출연작 tvN ‘눈물의 여왕’이 성공하면서 파생된 광고 및 행사로 인한 매출 효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골드메달리스트의 영업이익은 27억 5938만 원으로 2023년(13억) 대비 100% 이상 올랐다. 영업이익률은 12.7%다. 김수현의 활동이 회사 재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매출과 수익이 특정 배우의 활동에 쏠린 건 골드메달리스트 뿐 만아니라 스타 배우와 신인 배우들이 함께 있는 모든 기획사에서 발견되는 특성이다. 문제는 이들이 벌어들이는 것에 비해 회사에 배분되는 수익은 지극히 적다는 데 있다. 콘텐츠에 따라 세분화된 계약 조건은 다르겠지만, 김수현 역시 평균 9(배우):1(기획사)의 수익 배분율 조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생활 이슈로 공개가 지연됐지만 김수현의 디즈니플러스 ‘넉오프’ 회당 출연료는 5억에서 8억 원 선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 OTT 출연작 쿠팡클레이 ‘어느 날’의 회당 출연료가 5억 원임을 감안하면 현재는 이를 웃돌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김수현은 18부작 ‘넉오프’을 통해 최소 90억 원에서 140억 원 상당의 출연료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넉오프’의 평균 제작비는 600억 원이다. 이중 15% 가량이 김수현의 출연료에 쓰인 셈이다.

골드메달리스트는 1인 스타 중심의 기획사, 수익 구조가 특정 개인에게 편중되는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김수현의 타격은 회사와 그 직원들의 타격이다. 매출이 높음에도 안정적인 기업이라고 말하기 힘든 이유다. 골드메달리스는 자력으로는 올해 고 김새론을 둘러싼 문제들로 활동을 중단한 김수현의 매출 공백을 메꿀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스타 배우 여럿 보유해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나마 골드메달리스트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배우 매니지먼트와 제작을 겸하고 있는 엔터사 중 영업이익률이 10% 이상인 곳은 극히 드물다. 지난해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주로 대형급 스타들을 보유한 배우 기획사의 영업이익율을 살펴본 결과 5% 미만에 불과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출이 다양한 배우들에게 배분돼 있어도 영업 이익이 저조했다.

일례로 이병헌, 한효주, 한지민, 한가인, 이진욱 등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은 406억 원, 영업이익은 17.8억 원이다. 같은 해 공유, 서현진, 수지, 공효진, 전도연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숲은 297.6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영업이익은 11.5억 원, 영업이익률 3.9%에 그쳤다. 김희애, 차승원 등이 몸 담은 키이스트는 매출 758억 원의 성과를 냈음에도 영업이익은 6억 원(영업이익률은 0.9%)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이준기, 박은빈 등이 소속된 나무엑터스의 지난해 매출은 238.8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12억 원을 기록했다.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매출 168.2억 원, 10.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국내에 현존하는,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대부분의 영업이익률이 모두 1~5%대에 그쳤다. 배우 사업 부문을 접은 씨제스는 같은 해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송중기와 신인들이 소속된 하이지음스튜디오의 지난해 매출은 529억 원, 영업이익 46억 원, 영업이익률은 8.7%를 나타냈다. 김수현의 골드메달리스트를 제외하고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중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는 곳은 없었다.

K팝 빅4에 비해 영업이익률 적은 배우매니지먼트사들

배우 매니지먼트사의 수익 구조가 불균형하다는 사실은 빅4(하이브, SM JYP YG) 수익 구조를 보면 더 뚜렷해진다. 매출의 규모가 아닌 영업이익율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된다.

같은 해(2024년) 하이브는 2조 25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848억 원 가량이므로 영업이익률은 8.2%다. SM엔터테인먼트는 9897억 원의 매출, 87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8.8%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은 6018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1283억 원이다. JYP의 영업이익률은 21.3에 달한다. 빅4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배우 매니지먼트를 겸하고 있던 YG엔터테인먼트는 어땠을까. 매출 3649억 원, 영업이익은 –205.6억 원으로 적자를 냈다. 영업이익률은 –5.6%다. 물론 당시 YG는 주요 수익원인 블랙핑크와 이별한 직후였기에 적자 요인이 배우 사업 부문에 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배우 사업이 수익 창출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는 추론은 가능하다. YG엔터테인먼트는 배우 사업 부문을 접는다고 밝히기 전까지 해당 사업 무분의 매출 및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1월에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 종료를 발표하면서 “음악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구조 재편”이라고만 밝혔을 뿐이다.

빅4의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적자를 기록한 YG를 포함하더라도 7.95%에 달한다. 반면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숲, BH, 나무엑터스, 사람, 키이스트)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1%, 빅4의 절반에 불과하다. 심지어 비교적 성과를 낸 골드메달리스트와 하이지음을 포함시켜도 빅4보다 낮은 6.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의 영업이익률이 일관되게 낮은 현상을 보이는 건 배우들이 출연료 및 광고료 수익을 최소 90~100% 배우가 가져가는 일방적 계약 구조 때문이다. 활동량은 적은데 가져가는 비율은 K팝 기획사 소속 가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또 K팝 기획사는 수익을 구조적으로 회사 중심으로 분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수익을 유지하는데 용이하다.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굿즈, 공연 판매 등이다.

②편에서는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들의 수익 구조 문제 등 실제 운영 전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