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이트쇼' 문정희의 아우라 [인터뷰]
2024. 06.05(수) 15:51
더 에이트 쇼 문정희
더 에이트 쇼 문정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어떤 역할이든 해낼 거란 믿음을 준다. 여기에 단단한 내면에서 비롯된 아우라가 계속해서 눈길을 끄는 배우다. ‘더 에이트 쇼’로 제게 주어진 도전을 완벽하게 해내 배우 문정희의 이야기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감독 한재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문정희는 극 중 5층 참가자를 연기했다.

문정희가 연기한 5층은 갈등 상황에서도 참가자들을 두루 살피며 그야말로 ‘천사표’ 캐릭터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돌발 행동을 보이는 모순을 지닌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의뭉스러운 캐릭터인데, 문정희는 그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고심했다고 했다. 그는 “저와는 에너지가 다른 캐릭터라서 연기를 하기에는 참으로 쉽지가 않더라”면서 “의뭉스러운 에너지를 계속 갖고 잇었어야 했다. 초반부에서 보여준 오지랖이 결국 저층의 혁명을 망쳐버리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나. 그 에너지를 쌓는 게 쉽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문정희가 짊어진 책임은 꽤 무거웠다. 문정희는 “어깨가 무겁게 느껴질 만큼 책임감을 느꼈다. 중심을 잘 잡아야 했는데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기보다는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문정희가 5층의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현실감이다. 너와 나, 우리의 모습을 담은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집중했단다. 문정희는 “5층은 사람들에게 공감은 해주지만 본인이 나서서 희생하지는 않는다. 사랑에 굉장히 목말라 있고 애정 결핍인 사람이다. 욕구가 먼저인 사람이었으면 했다. 원작보다 훨씬 현실적인 사람에 가까웠으면 했다”면서 “인물 자체를 좋은 캐릭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연기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잘 만들어가고 싶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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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정희는 5층의 다양한 욕구 중 성욕에 초점을 뒀다. 문정희는 “친절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힌트를 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일례로 왕게임에서 성적인 벌칙에 당첨됐을 때, 민망해하면서도 어딘가 기대에 찬 듯한 오묘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등 5층의 단서들을 곳곳에 심어뒀다.

문정희는 “5층이 감금된 6층을 찾아갔을 때 꼬드김이 아니라 위로를 받았다고 설정했다. 6층의 호흡에 성적인 욕망이 곳곳에 숨어 있었고, 갑자기 에너지가 그런 쪽으로 가버린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정희의 말처럼 후반부에 그려지는 과거사에서 5층은 남편에게 받을 수 없는 사랑을 다른 남자에게서 받으려고 하다가 패가망신하게 된다. 애정결핍에 성적 욕망이 결합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쇼에 참가하면서 그 욕망을 은은하게 숨기고 있었지만, 6층의 말이 도화선이 돼 5층의 욕망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그 욕망의 폭발은 결국 저층의 혁명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폐단이 된다. 문정희는 무게중심을 잘 잡아가며 5층의 의뭉스러운 모습을 극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책임감이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5층을 잘 만들어갈 수 있었던 건 한재림 감독의 믿음 덕분이었다. 문정희는 “감독님이 저를 처음부터 믿어주신 게 느껴졌다. ‘내가 잘해 봐야지’라고 칼을 뽑게 하는 힘이 장착됐다고 할까. 덕분에 어깨가 무거웠지만 신나게 칼부림을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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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에이트 쇼’를 보고 있노라면 이입하는 대상이 저마다 달라지게 된다. 누군가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는 7층에, 누군가는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는 3층에게 이입하게 된다. 문정희도 회차마다 이입하는 인물이 달랐다고 했다. 나아가 문정희는 자극에 절어져 쇼를 십분 즐기는 8층이 꽤 이해가 됐다고 했다. 문정희는 “8층의 ‘화나지 않았고 스트레스는 안 받는 편’이라고 했을 때 ‘나도 그랬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라는 문정희는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는 타인이 주는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그 비법이라고 했다. 물론 문정희도 염세적이었던 20대를 지나오면서 직접 체득한 것이었다. ‘나’를 소중하게 대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을 타인이 전달하려는 부정적인 감정에 할애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부정적인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곧바로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며 매일을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채워 넣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문정희를 아낌없이 응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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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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