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미’야, 이제 네가 너를 보호해야 할 때야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4. 03.26(화)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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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십여 년 전, 잘생김의 대명사라 보아도 무방한 배우를 ‘아저씨’로 두고도 존재감에서 밀리지 않았던 앳된 소녀 ‘소미’는 모두의 사랑을 받았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과 짙은 눈빛은 그녀를 단숨에 ‘국민 여동생’이란 거대한 애칭이 부여된 스타의 자리에 올려놓기에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으리라. 그냥 스타도 아니고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는 이의 삶이란 자신을 지켜보는 수많은 시선과 매 순간 맞부딪히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란 사실을. 이 시선은 찬사로 시작되었을지라도 언제든 어떤 어긋난 지점을 발견하면 찬사의 대상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내동댕이칠 수도 있으니 고된 여정의 시작이다.

어린 나이의 ‘소미’가 알 리 만무했고. 어쩌면 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대량의, 무조건적인 애정이 어느 순간에서부터 당연하고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비극은 착각에서 비롯된다. 대중이 보내는 애정은 무조건적이지 않으며 무조건적일 수 없다는 것.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조건들이 있는데 애정을 촉발시킨 이미지를 지켜줄 것, 자신이 받는 사랑을 당연하다 생각지 않을 것.

설사 그렇게 생각하고 있더라도 티는 내지 말 것. 아무래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만한 나이이기도 했고, 사람들의 시선이 빼곡하게 뒤따르는 삶에서 티를 내지 않기란 그리 쉽지 않았겠다. 그녀의 이미지에 반하는, 사생활과 관련된 몇몇 자잘한 에피소드가 공유되고 팬들의 사랑에 무례하다는 작은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이 그녀에게 갖는 애정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그래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소미’는 여전히 우리의 소미였다. 그녀가 출연하기로 한 어느 작품에서 급작스레 하차하게 된 이유가 자신의 이름이 다른 배우보다 먼저 거론되지 않아서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와도, ‘설마’라며 오해나 루머로 애써 일축하기도 했다 할까. 하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사건이 터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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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 더 이상 ‘우리의 소미’일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배우 김새론은 22년 5월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운전하던 중 가드레일, 가로수, 변압기 등 구조물을 여러 차례 들이받으며 인근 상점 57곳에 3시간 가량 전기 공급이 끊기는 등의 피해를 끼쳤다. 경찰에 붙잡힌 후 음주 측정 대신 채혈을 요구했으나 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넘어선 0.2%로 측정되어 최종적으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벌금 외의 대가를 더 치러야 했는데, 바로 대중의 외면이었다. 이는 형벌에 비할 수 없는 무게와 부피를 지닌 것으로 그녀의 위태로운 행적은 이 지점에서부터 본격화된 게 아닐까 싶다. 이전에는 크나큰 사랑을 주던 눈빛과 손길이, 이제는 그녀가 무엇을 하든 비난 어린 시선과 손가락질로 바뀌었다. 이 온도 차가 주는 충격은, 대중의 시선이 집중되는 자리에 있어 본 장본인이 아니고서야 차마 가늠할 수 없으리.

물론 오늘의 그녀에게 찾아온 쓰디쓴 변화는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감내해야 하고 감내할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이런 거대한 온도 차를 감내하기에는 고작 이십대 초반에 불과한 어린 배우다. 게다가 현재의 상태로서 온전한 사리분별이 불가능해 보이며 그래서 벌어지는 기행을 저지하거나 제어해 줄 누군가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배우 김새론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손가락질에 있어 어느 정도는, 적어도 앞서 언급한 사정만큼만 감안해주어도 좋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그녀가 벌인 일은 별다른 잡음 섞을 것 없이 그녀가 알아서 감당하도록 내버려둔다면, 그녀가 기이한 행보를 그만두는 데 있어 조금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소미’가 안타깝고 또 아쉬워 남겨보는, 길고 긴 소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영화 ‘아저씨’ 스틸컷,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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