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나의 연애와 사과문, BBC의 기사가 쏘아올린 공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4. 03.13(수)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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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세계관 속에 놓인 아이들에게 개인적인 삶은 금기의 영역에 가깝다. 물론 세계관에 부합한다면야 크게 상관은 없다. 문제는 세계관이 부여한 이미지를 벗어나는 경우로, 이는 혹독한 손가락질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연애할 마땅한 시기에 연애했을 뿐인 ‘카리나’가, 연애를 하고 있단 이유로 사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신은 왜 팬을 배신하기로 선택했습니까?“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와 어느 배우의 열애설이 터지고 사실로 확인되면서, 카리나는 위기에 직면했다. 오로지 팬을 위해 존재해야 할 그녀가 외간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에, 일부 팬들이 짙은 ‘배신감’을 느끼며 기획사 앞에서 자극적인 문구를 가득 실은 트럭 시위까지 벌인 것이다.

“그 마음을 저도 너무 알기 때문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아이돌 그룹이 팬에게 배신감을 안겼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자칫 힘겹게 구축한 팬덤을 와해할 만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단순히 국내에서만 인기를 끄는 게 아닌, ‘글로벌’ 아이돌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는 바로 자신의 SNS 계정에 자필로 쓴 사과문을 게재했다.

영국 BBC는 카리나에게 발생한 이 같은 상황을, 일련의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본 듯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기이하게’. 연애하지 않는 게 이상할 나이에 연애를 한다고 사과문까지 올려야 하는 여자 아이돌 가수의 현실을 보며, ‘K팝 스타’가 종사하고 있는 ‘K팝’이란 산업이 눈에 보이는 성과 이면에 얼마나 많은 악명 높은 일들이 존재하는지 조명하게 되었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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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어느 정도 부정적인 논조의 기사가 해외 유명언론인 BBC에, 그것도 K팝에 관해서 실리자, 국내 여론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는데 사실 이 대목이 해당 사안에서 가장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이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동의해 왔던 혹은 경이롭게 관전해 왔던,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만든 동력, 스토리텔링 기법이 활용된 세계관 형성 전략을 두고 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하나둘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에피소드가 카리나에게 죄목이 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에스파를 존재하게 만든 세계관과 그 세계관이 카리나에게 부여한 이미지 때문이니까. 자진하여 ‘마이’(에스파의 팬덤 명칭)가 되어 ‘에스파’의 세계에 유입된 팬들에게, 그녀는 그 환상의 세계를 지킬 의무가 있으며 여기서 그녀의 일상 또한 ‘카리나’라는 캐릭터에 한한 맥락의 것만 용납받을 수 있다.

“우리가 같이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속상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즉, 단순히 영원히 팬만 사랑해야 할 아이돌 스타가 특정인과 사랑에 빠져서가 아니라 에스파를 ‘글로벌’ 급으로 만들어줄 만큼 견고한 데다 매혹적인 세계관에 흠집을 냈기 때문에 해야 했던 사과라고 보는 게 더 옳겠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감정적인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바람에 일부 멋모르고 어리석은 시선에게, K팝의 팬덤 자체를 현실과 환상도 구분하지 못하는 극성 중의 극성이라며 힐난할 여지를 남기고 말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왜곡과 곡해가 난무한 비난이다. 현 사태를 직관하며 정작 우리가 K팝 생태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바는 따로 있다. 상품으로서 더 큰 수익을 일으키기 위해 이전보다 더 체계화된 방식으로 한층 광대해진 영역에서 소비되고 있는, 이게 본인에게도 기꺼운 일이라 여기고 있을 아이돌 가수의 실재적 삶에 관해서다. 카리나의 연애와 트럭 시위, 사과문, 그리고 이를 다룬 BBC의 기사가 쏘아올린 공의 실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카리나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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