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1979년 12월 12일 한 발의 총성으로 시작된 그날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역사가 곧 스포일러지만, 엔딩을 알고 봐도 긴장감 넘치는 ‘서울의 봄’이다.

22일 개봉되는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한국 영화 최초로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영화 ‘비트’ ‘아수라’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이 출연해 신뢰를 더했다.

우선 영화는 시작부터 가장 큰 핸디캡을 가졌다. 온 국민이 결말을 아는 사건이라는 건, 관객들이 결말을 안 상태에서 영화를 본다는 말과 같다. 이에 ‘서울의 봄’은 정해져 있는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을 김성수 감독의 상상력으로 재구성, 역사를 알고 봐도 충분히 긴장감을 가지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12·12 군사반란을 시간 순으로 그려내면서 전두광(황정민)의 신군부 세력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을 주축으로 한 진압군의 치열한 공수대결을 담았다. 폭력과 협박 등 온갖 치졸한 방법을 총동원하는 신군부 세력과 명분을 앞세워 이들을 진압하려는 진압군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영화는 단순히 재미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1979년 12월 12일 육군참모총장 납치 당시 울렸던 총성을 듣고 지금까지 사건을 쫓았던 김성수 감독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강렬하다. 특히 누군가는 승리의 기록이라 할 테지만, 역사의 심판 아래 패배의 기록임을 알리는 엔딩 크레디트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극강의 몰입도는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이다. 분장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역대급 변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전두광 역의 황정민은 러닝타임 내내 광기에 휩싸인 캐릭터를 소름이 돋을 정도로 훌륭히 소화해 냈다. 이태신 역의 정우성은 최후의 순간까지도 군인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는 캐릭터의 우직한 성정을 스크린에 잘 담아냈다.

이 외에도 이성민, 박해준, 김성규 등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 마치 그날의 현장에 있었던 인물인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캐릭터와의 혼연일체 연기력을 펼쳤다. 여기에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배우 이준혁 정해인 등의 특별출연이 인상적이다.

단언컨대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 중 가장 강렬하다. 러닝타임은 141분으로 다소 길지만, 체감상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김성수 감독의 역작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웰메이드 ‘서울의 봄’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서울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