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차주영의 베팅은 실패하지 않았다 [인터뷰]
2023. 03.19(일) 08:00
더 글로리 차주영
더 글로리 차주영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인생의 갈림길에서 차주영은 배우가 되기로 베팅했다. 순간순간 잘못된 베팅이었을까 봐 속앓이를 하긴 했지만, 차주영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마침내 ‘더 글로리’로 잭팟을 터뜨린 차주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ㆍ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차주영은 극 중 문동은(송혜교)에게 학교폭력을 가한 5인 중 한 명인 최혜정을 연기했다.

차주영에게 ‘더 글로리’는 간절하고 또 간절한 작품이었다. 너무나도 하고 싶었지만, 안길호 감독과의 미팅이 길어지면서 초조함은 배가 됐다. 그럼에도 차주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또다시 잡힌 미팅에서 어떻게 지냈냐는 안길호 감독의 인사에 “X같이 지냈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이미 혜정이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 이에 대해 차주영은 “그 미팅 때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오디션을 보는 동안 혜정이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혜정이로서 말이 나갔다”라고 말했다.

“X같이 지냈다”라는 차주영의 회심의 베팅은 도회적이고 지적인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을 망설이고 있던 안길호 감독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차주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간절한 만큼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렇기에 혜정이는 차주영의 깊은 고민을 안기기도 했다. 어떻게 표현해야 혜정이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골몰하고 또 골몰했다. 차주영은 “혜정이는 나오는 신들 마다 모습을 달리해야 해서 접점을 잡는 게 힘들었다. 제가 나올 때마다 튈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저 혼자 다른 드라마 찍고 있지 않나’라고 많이 여쭤봤다”면서 “그러다가 단순하게 접근하자는 해답을 찾았다. 혜정이는 작은 것에 크게 반응하고, 또 즉각 반응이 나오는 그런 애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가해자지만, 문동은이 아니었더라면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던 혜정이는 차주영에게 어려웠다. 문동은을 가해하는데 앞장섰지만, 문동은이 아니었으면 피해자가 됐을지도 모르는 혜정이의 속사정은 자칫 동정심을 유발할 수도 있는 설정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차주영은 “어찌 됐든 간에 혜정이는 가해자이기 때문에 절대로 옹호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정심을 유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행동들이 정당하게 비치지 않게 선을 잘 타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어 차주영은 “동은이랑 혜정이는 엄연히 다르다. 동은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려 했고, 혜정이는 결국 굴복해서 친구들과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았나”라면서 혜정이를 연기하며 경계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세울 건 미모와 몸매밖에 없다는 설정이었지만, 차주영은 오히려 예뻐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차주영은 “저는 연기하고 싶었다. 저도 연기로 잘 해내고 싶다는 갈망들이 있었다. 예쁜 배우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 그동안 거부를 해왔는데, 혜정이는 주어진 상황 자체가 예쁜 애니까 더 예뻐 보일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김은숙 작가의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는 차주영이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됐다. 차주영은 “모든 대사가 놀라웠다. 그동안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을 시청하기만 했지 직접 참여해 본 건 처음이었으니까 신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주영은 “대사 톤까지는 정해주시지 않으니까 현장감에 맞게 톤을 조절했다”면서 “대본에 쓰인 대사 토씨 하나 안 틀리고 활자 속에서 놀았다”라고 했다.. 대사 애드리브는 없었지만 대신 현장감에 기대 다양한 행동 애드리브로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내는데 집중했다고.

‘더 글로리’는 파트 1 공개 이후 많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전 세계 각지에서 학폭이 이슈가 되면서 많은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차주영은 “배우들끼리 촬영하면서 우리 드라마로 인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겠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만 된다면 그래도 괜찮은 사회로 나아가는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주영은 “누군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시청자 분들이 드라마를 보고 그 부분에 대해서 잘못된 걸 느끼고 그로 인해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난다면 우리는 너무 좋겠다는 이야기를 배우들과 종종 하고는 했다”라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더 글로리’는 차주영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남겼다. 신중한 성격인 탓에 표현하는데 소극적이었다는 차주영은 “혜정이를 연기하고 나서는 과감 없이 표현하고 단순하게 상황을 바라보게 됐다. 혜정이를 연기하면서 저한테는 긍정적인 영향이 많이 왔다”라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더 글로리’는 차주영이 배우의 길을 포기하지 않게 계속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한창 진로를 정해야 할 시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차주영은 배우 쪽으로 베팅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배우의 길은 매 순간이 쉽지 않았고, 그런 날들이 계속되자 베팅을 잘못했나 자책하기도 했다.

자신의 판단에 대한 의심은 차주영을 슬럼프에 빠지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다시 마음을 다잡는 시기이기도 했다. 차주영은 “그 시간들이 지나가면서 ‘너 원래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라고 새로 마음을 먹었다”라고 했다. 그러니 배우의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베팅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준 ‘더 글로리’는 차주영에게 남다른 의미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열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차주영도 모른다. 그럼에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차주영의 앞날을 아낌없이 응원하는 바다.

“아직 못해본 게 많아요.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하나를 딱 못 꼽겠어요. 그래서 앞으로 열린 마음으로 하려고요. 저도 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최하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